#7. 스스로 움직이는 자동차, 어떻게 가능한 거지?
최근 양산되는 자동차들을 살펴보면 대다수 커다란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고 있다. 태블릿 PC 수준의 크기를 자랑하는 대형 화면 속에 수많은 기능들이 담긴다. 본래 오디오 기능이나 에어컨, 히터 등을 제어할 수 있는 영역과 이와 별도로 부착해야 했던 내비게이션이 모두 한 자리에 모였다. 더불어 차량의 소모품이나 스마트폰과 같은 디바이스의 블루투스 연결과 제어, 주변 환경을 바라볼 수 있는 서라운드 뷰 등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도록 구현되었다.
자율주행 자동차에서는 이러한 기능마저도 인공지능이 소화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자율주행 자동차의 기본은 안전이며 최우선에 두어야 할 것도 역시 안전이다. 수차례 얘기해도 과하지 않다. 충돌 가능성을 감지해 빠른 속도에도 멈출 수 있어야 하고 장애물을 안정적으로 회피할 수 있어야 한다. 충돌을 감지한다는 것, 장애물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당연하게도) 첨단 센서가 탑재되어 있기 때문.
자율주행 자동차에서 가장 필수가 되는 센서는 바로 라이다(LiDAR, Light Detection And Ranging). 감시나 정찰 등 국방과학에서 활용되었던 키워드이지만 자율주행 자동차에 널리 쓰이는 필수 키워드가 되었다.
한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돌고래나 박쥐는 보통 음파를 사용해 먹이를 찾곤 한다. 박쥐의 경우 앞이 보이지 않아 음파를 활용한다는 말도 있고 음파를 자주 이용하기 때문에 다른 신체 기관이 퇴화되었다는 설도 있지만 음파를 자주 사용할 뿐이지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잘못된 속설이다. 동굴 속에 수많은 장애물이 존재해도 이를 피해 날아다닐 수 있고 먹잇감의 위치를 정확하게 찾는다고도 한다. 박쥐의 음파 신호를 교란하려고 해도 자신의 고유 음파를 알고 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 없이 비행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돌고래의 음파 탐지 능력 역시 매우 월등하다. 물고기와 바위, 산호초 등을 멀리서도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동굴 속에 사는 박쥐나 바닷속에서 헤엄치는 돌고래 모두 음파를 보낸 후 반사되어 돌아오는 정보를 받아 피사체의 형태와 거리를 분석하는데 주변 물체들의 형태가 모두 다르니 음파를 쏜 순간부터 정보를 받는 시간에도 미세한 차이가 존재하기 마련. 그들은 바로 이러한 방식으로 자연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처럼 그들의 음파 활용 원리를 이용해 차량 주변의 피사체를 구분하는 기술이 바로 라이다 센서이며 수많은 자율주행 자동차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자동차의 모습은 대다수 유사해 보일 수 있지만 같은 브랜드의 똑같은 차량을 제외하면 굉장히 다양해진다. 그 말은 소형차부터 중대형 세단, 쿠페, SUV 심지어 트럭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이라는 것. 여기에 택시, 경찰차, 소방차, 구급차까지 포함하면 차량의 다양성은 더욱 확장될 수 있다.
하지만 라이다 센서가 카메라의 영상 인식 기술과 접목되어 천차만별로 존재하는 차량의 형태를 인식한다. 심지어 같은 세단 차량이어도 경찰차라는 것을 구분하기도 하고 같은 트럭의 모습이어도 소방차의 모습을 구별할 수 있다고 하니 라이다 센서와 영상 인식을 위한 고성능의 카메라도 매우 중요한 존재라 하겠다.
기본적으로 라이다 센서는 과거와 달리 이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수많은 업체들이 존재한다. 라이다 센서는 위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보통 펄스 레이저(Pulsed Laser)를 활용해 돌고래의 음파와 같은 역할을 한다. 1960년대 당시, 비행기에 레이저 스캐너를 탑재하여 광활한 토지의 모습을 3D 입체영상으로 제작한다고 했을 때 레이저가 표면에 닿아 다시 레이저 스캐너로 돌아오는 시간과 거리를 측정해 측량 작업에 활용하기도 했다. 이처럼 라이더 센서는 정확한 지리적 특성과 공간을 측정할 수 있도록 구현된 것인데 국방과 지질학 등을 넘어 점차 상업적으로 쓰이게 되면서 매우 고도화되었다. 라이다 센서의 경우 초당 약 100만 펄스를 발사한다고 하니 박쥐나 돌고래의 음파와 비교하면 약 5천 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고 할 수 있다. 비행기에 장착했던 레이저 스캐너는 면적이 넓은 곳을 측정하는 것이기에 무겁고 거대할 수 있지만 자동차에 탑재되는 것은 작지만 고성능을 발휘할 수 있으며 정교해야 하겠다. 라이다 센서는 근거리의 도로 정보나 환경을 인지하여 가장 정확하게 매핑해주는 첨단 센서로 알려졌다.
미국의 벨로다인(Velodyne)이나 루미나 테크놀로지(Luminar Technology), 이스라엘의 이노비즈 테크놀로지스(Innoviz Technologies) 등이 라이다의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글로벌 브랜드이다. 일반 스피커로는 재생 불가한 초저음을 전용 스피커를 통해 재생하는 우퍼가 존재하는데 이를 일컬어 서브우퍼(Subwoofer)라고 한다. 본래 벨로다인은 서브우퍼 기술에 매우 특화된 오디오 제품 개발 회사였지만 벨로다인 라이다라는 이름으로 자회사를 설립해 자율주행 자동차를 위한 라이다 센서를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노비즈 테크놀로지스(이하 이노비즈)는 이스라엘 국방부 소속의 엔지니어 출신들이 2016년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이노비즈의 CEO인 오머 데이비드 칼리프(Omer David Keiaf)는 텔아비브 대학교(Tel Aviv University)에서 전기공학 분야 학위와 MBA를 밟았으며 이스라엘 국방부에서 근무한 바 있다. 벨로다인은 구글의 자율주행 자동차를 위한 센서를 공급하였고 이노비즈는 BMW, 네이버 등과 협업을 진행한 바 있다. 특히 네이버는 이노비즈에 다른 기업들과 공동으로 투자하여 핵심 기술을 확보하기도 했다. 라이다 센서를 직접적으로 탑재하는 자율주행 자동차는 물론이고 이 기술과 연결 고리에 있는 3D 지도 매핑, 드론 기술 등까지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라고 하니 발전 가능성이 높고 활용도 역시 증대될 수 있을 것 같다. 이처럼 라이다 센서와 영상 인식 카메라 등은 자율주행 자동차의 핵심이라 자율주행 기술을 가지려면 이것을 전문 분야로 삼는 기업들과 손을 잡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현대모비스의 경우 딥러닝 기반의 영상 인식 기술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어 이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편인데 이미지를 분석하고 정보를 쌓는 카메라 프로세서를 연구하는 업체도 있다. 그래픽 기술 전문 업체로 매우 잘 알려진 엔비디아(NVIDIA) 역시 자율주행 자동차 분야에 뛰어들었다. 엔비디아는 1993년 설립되어 컴퓨터에 탑재되는 그래픽 처리 장치나 멀티미디어 장치를 개발하고 제조하며 공급하는 회사다. 알다시피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X-BOX)나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Playstation) 등과 같은 비디오 게임기에 그래픽 카드의 핵심 부품을 공급하기도 했다. 차량이 주행할 때 도로 위에는 수많은 정보들이 존재한다. 사실 사람이 운전할 때도 이를 모두 확인하기가 어려운데 엔비디아의 카메라 프로세서는 주변 사물들을 세분화하여 데이터로 수집하고 인지하며 분석한다. 가령 표지판의 형태와 텍스트를 읽거나 차량의 외형이나 특징을 파악하여 정보로 활용한다. 그런데 갑자기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물이 나타난다면 새롭게 정보를 쌓는다. 인공지능의 머신러닝 기능의 원리를 그래픽 기술과 접목시킨 사례다. 엔비디아는 자동차 전문 제조사들과 제휴를 맺고 그래픽 처리 장치에 관한 자체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자율주행 자동차는 차량 주변 사물 인식을 통해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기술을 통해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갈 수 있다면 영화 속 자율주행 자동차처럼 구현할 수 있을까? SF 영화 속에 등장한 자율주행 자동차들은 결코 기어가는 법이 없다. 그곳이 어디든 쾌속 질주하거나 막히는 길을 마주하게 되면 우회하기도 한다. 지금도 우리는 내비게이션을 통해 가장 빠르거나 운전하기에 편안한 최적의 도로를 선택한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이러한 정보를 수신하여 주행에 활용하려면 교통 인프라에 구축된 서버를 통하기도 하는데 이때 반드시 필요한 것은 수많은 정보를 담는 그릇, 즉 데이터 서버나 클라우드가 반드시 요구된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를 송수신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통신 네트워크다. 5G 시대에 진입한 우리는 대용량의 동영상을 10초 이내 다운로드하여 어디서든 편하게 감상하는 경우를 상상해볼 수 있겠지만 5G 통신 네트워크가 이룩하게 될 분야는 이를 뛰어넘는다. 고용량, 고화질의 VR(가상현실, Virtual Reality) 영상을 장애 없이 스트리밍 할 수 있고 사물인터넷과 홈 오토메이션이 본격화되며 자율주행 자동차의 데이터 송수신이 원활하게 이루어져 완성도를 높일 수 있게 된다. 두 손이 자유로우니 노트북으로 업무를 볼 수도 있을 것이고 누군가와 영상 통화도 가능해질 것 같다.
https://www.imdb.com/title/tt0106697/?ref_=fn_al_tt_1
실베스터 스탤론과 산드라 블록 주연의 1993년도 영화 <데몰리션 맨, Demolition man>은 2032년을 배경으로 하는데 핸들(스티어링 휠)을 잡고 운전하다가도 자율주행 모드로 전환되면 핸들이 축소되어 여유로운 공간을 확보할 수 있게 해 준다. 최근 자동차들의 계기판을 보면 속도, 온도, 연료 게이지만 표시되었던 과거와 다르게 내비게이션 기능을 넣어 보다 편리하게 주행할 수 있도록 돕는데, <데몰리션 맨>의 자율주행 차량에서는 계기판을 통해 영상 통화도 가능할 수 있게 해 준다. 냉동인간 스파르탄(실베스터 스탤론)은 미래 세계의 대대적인 변화를 눈으로 목격하게 된다. 이동하는 차량 안에서 원활하게 영상 통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렇게 신기한 모습은 아닐 수 있지만 네트워크 상황에 따라 끊어지는 현상들을 완화시킬 수 있는 것이 바로 5G 네트워크다. 이처럼 통신망이 연결된 자동차를 일컬어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라고 하는데 ICT(정보통신,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 기술을 자동차와 연결하여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가능케 만드는 차량을 의미한다. 여기서 말하는 쌍방향이란 사람과 사람은 물론이고 도로 위의 다른 차량이나 교통 인프라, 보행자들의 디바이스, 교통 상황 등을 실시간으로 송수신하여 안전을 도모하고 운전자의 편의를 돕는 자율주행 시스템의 연결 고리를 의미한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완벽함을 채워줄 수 있는 영역 중 마지막으로 언급할 것은 바로 인공지능(AI)이다. 자, 생각해보자. 빨간 신호등 앞에 대기 중인 차량이 다른 길로 진입하기 위해(또는 우회하기 위해) 깜빡이(방향 지시등)를 켜고 우회전을 한다. 빨간 신호등에서 초록색 신호로 바뀌기 이전까지 사람은 빠르게 상황을 판단하고 좌우를 살펴가며 우회를 하는데 인공지능이 과연 이렇게 대처할 수 있을까? 지름길을 알고 있는 인간과 내비게이션에 보이는 그대로 주행하는 자율주행 자동차의 인공지능이 같은 목적지로 출발한다고 했을 때 걸리는 시간과 격차는 얼마나 될 수 있을까? 상황을 인지하고 판단하는 의사 결정과 주변 환경에 대한 꾸준한 학습이 인공지능을 발전시키는 법. 이와 더불어 음성 인식과 검색, 정서 분석이라던지 이미지를 인식하는 기술과 모션 감지 등 자율주행 자동차의 인공지능은 하루 종일 바쁘게 돌아가야 한다. 알파벳의 웨이모나 네이버랩스처럼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사람의 두 눈으로 보는 것처럼 볼 수 있도록 하고 주변 환경에 대해 귀 기울이며 상황을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한다. 이와 같이 인공지능은 자율주행 자동차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계속>
<참고>
- <Society of Automotive Engineers (SAE) Automation Levels for cars>(2018.7.17), automotivelectronics.com/sae-levels-cars
- <What can you use LiDAR for?>, 3dlasermapping.com
- <INNOVIZ Technologies>, innoviz.tech
- <미국 라이더(LiDAR) 시장의 현재와 미래>(2018.7.14), KOTRA 해외시장뉴스(kotr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