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자율주행 자동차가 이 세상을 바꾸게 될 것입니다!
자율주행 자동차에 대한 테크놀로지와 사례들 속에서 언급했던 SF 영화들을 보면 대다수 지금보다 먼 미래, 대략 10년 뒤나 20년 뒤의 배경으로 그려진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어쩌면 예고된 미래였을지도 모른다. 자동차라는 이동수단은 인류와 산업 분야에 있어 거대한 변화이자 혁신이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게 되면 인간은 보다 편리하고 효율적이며 진화된 것을 찾고자 연구를 지속하게 되는데 모든 기술이 그러하듯 한 번 탄생한 기술은 쇠퇴하지 않고 발전을 거듭한다. 자동차 역시 마찬가지. 디자인은 과거 향수를 불러일으키듯 엔틱(Antique)하고 클래식할 수 있겠지만 그 안에 녹아든 테크놀로지는 점차 진화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시트로엥의 2CV 콘셉트카처럼 말이다.
엔진의 성능을 극대화하는 솔루션이 등장하기도 하고 운전자는 물론 탑승자 모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추가적인 장치들이 생겨나기도 하며 안락함과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수단들도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은 이러한 개념을 뛰어넘어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산업 분야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특히 택시 사업이나 물류산업에 끼치는 영향은 상상 이상이 될 것 같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2010년 첫 선을 보인 우버(Uber)는 승객(사용자)과 차량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연결시켜주는 서비스였다. 모빌리티(Mobility) 분야의 공유경제라는 개념이 우버 서비스를 통해 탄생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보통 특정한 물품은 누군가의 소유물이지만 이를 또 다른 누군가에게 대여해주거나 차용해서 사용할 수 있는 개념의 경제 활동을 공유경제(Sharing Economy)라고 한다. 우버 택시(Uber Taxi) 서비스는 우리나라의 카카오 택시와 유사하며 일반인들이 자신의 차량으로 운송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우버 엑스(Uber X), 심지어 음식 배달 서비스인 우버 이츠(Uber Eats)도 존재하고 있다. 우버의 기업 가치는 무려 1천200억 달러 이상으로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우버화가 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물론 우버가 지향하는 공유경제에 반발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택시업을 꼽을 수 있겠다. 우리나라의 카카오 택시 역시 급격하게 뻗어나가기 시작했고 사용자 역시 날이 갈수록 증가했다. 카카오는 카카오 택시, 카카오 대리에 이르기까지 모빌리티 분야의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되었다. 쏘카(SOCAR)나 타다(TADA) 역시 모빌리티 공유경제에 포함되는 키워드다. 공유경제 자체는 사회적으로 변화를 일으키지만 그것이 긍정과 부정의 개념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셈이다. 누군가에게는 갈등이 유발될 수 있는 존재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웨이모의 무인택시라던지 현대자동차가 꾀하는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가 도입된다면 세상은 다시 한번 변화를 겪게 될 수밖에 없다. 또한 영화 <로건>처럼 트레일러가 자율주행 모드로 주행하는 경우와 같이 변화를 이루게 되면 물류 산업에서 근무하는 수많은 트럭 운송 종사자들 역시 위기를 겪게 될지도 모르겠다. 과거 자동차가 생긴 이후 마차를 몰고 다니던 마부들이 사라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는 전 세계에 자율주행 자동차가 완벽하게 도입된 이후의 일 즉 먼 미래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레벨 5 수준의 완벽한 자율주행 자동차가 탄생한다고 해도 지구 상 70억 명이나 되는 인구가 모두 자율주행 자동차를 타는 것은 아닐 테니까. 사실 아마존(Amazon)이나 알리바바(Alibaba) 등 거대한 전자상거래 기업이나 새벽 배송(샛별배송)을 보장하는 우리나라의 마켓컬리와 같은 유통업체들이 각광을 받게 되면 배송을 담당하는 업계의 인력들은 소비자가 증가하는(또는 그것을 요구하는) 수준과 동일한 곡선을 그려야 한다. 그만큼 배송 업체의 인력은 꾸준하게 사람을 필요로 한다. 새벽 배송을 보장하게 되면 유통 기업의 입장에선 다소 부담이 될 수 있다. 마켓컬리와 같은 유통업계에서 물건을 팔아도 남는 것이 없다는 말은 어느 정도 알려진 사실이다. 자율주행 트럭으로 대량 배송을 한다거나 드론을 띄워 목적지에 정확하는 모습들을 상상해보면 첨단 기술과 일자리의 변화는 어쩌면 뗄 수 없는 운명이라는 생각도 든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도입된 이후 우리가 가장 크게 걱정하는 부분은 바로 안전(Safety) 일 것이다. 물론 자율주행을 연구하는 업체들 뿐 아니라 자동차를 제조하는 업체 모두 가장 우선시하는 것 역시 안전이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태우는 운송수단이며 평범한 도로임에도 위험은 늘 도사리고 있는 법이니까 말이다. 앞 차와 거리를 두며 충돌에 대비하거나 차량의 주행 속도를 주시하며 방어 운전을 추구하는 등 운전자의 의무는 매우 피곤할 수 있지만 감내해야 한다. 사실 사고가 일어났다고 해도 에어백(Air Bag)과 같은 차량의 안전장치로 탑승자를 보호하지만 자율주행 자동차는 궁극적으로 사고 자체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기술을 모색하고 있다. 차량과의 충돌이나 보행자 사고 등 이를 막을 수 있는 기술이라면 자율주행 자동차의 완성도와 가치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레벨 5 수준의 자율주행 완성도를 이룩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갑작스러운 사고와 결코 떨어질 수 없다. 물론 자율주행 차량 주변의 피사체나 사물, 장애물 등을 감지하여 회피할 수 있는 기능을 포함하고 있지만 사람이 운전하는 다른 차량의 실수나 오작동 등을 모두 인지하기는 어렵다.
2016년 2월 구글 본사가 있는 마운틴뷰(Mountain View)에서 시험 주행하던 구글의 자율주행 자동차가 버스와 충돌하는 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는 BBC 등 주요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직접적으로 원인을 제공한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우회전하려는 자율주행 자동차는 시속 약 3~4km 수준이었고 직진하던 버스는 시속 약 24km 수준. 버스가 양보할 것으로 예상한 자율주행 자동차의 명백한 실수라며 알고리즘 개선에 대한 언급이 있기도 했다. 이 사고로 양쪽 차량 모두 일부 파손되긴 했지만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한다. 만일 이 버스가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했다면 어땠을까?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들이 모두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상호 정보를 주고받는다면 사고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자율주행 자동차는 극히 일부고 대다수 사람들이 핸들을 잡는 상황 속에서 접촉 사고는 당분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사고는 구글뿐이 아니다.
2018년 3월 미국 중남부에 위치한 애리조나주(州) 템피(Tempe, Arizona)라는 지역에서 우버의 자율주행 차량이 자전거를 끌고 가던 보행자를 들이받는 사고가 있었고 이 사고로 인해 보행자는 사망했다. 유튜브에 올라온 사고 영상을 보면 차량 안에는 보조 운전자가 있었지만 자율주행 자동차도 보조 운전자도 모두 인지하지 못해 비난의 화살을 맞아야 했다. 블랙박스 영상은 급속도로 퍼져나갔고 비난 여론도 뜨거웠으며 자율주행 차량의 안전성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미국의 캘리포니아나 애리조나 주의 경우 자율주행 차량의 테스트나 시험 운행에 대한 면허 발급이 자유로운 편이었지만 우버의 자율주행 차량 사망 사고로 인해 애리조나주의 도로 교통 정책도 바뀌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었다. 자율주행 자동차에 대한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편도 아니지만 사망사고 사례가 있었던 만큼 자율주행의 알고리즘 자체를 개선하여 차량 사고를 제로에 가깝게 만들어야 한다.
자율주행 차량의 AI 알고리즘을 설계할 때 또 한 가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있다. 사례를 들어보자. 어떤 자동차가 일정 속도를 유지하며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순간의 방심으로 인해 급브레이크를 밟는다고 해도 사고가 일어날 확률은 거의 100%에 가깝다. 왼편에는 아기를 안고 있는 엄마가, 차량 앞쪽에는 아이들이, 그리고 오른쪽은 절벽이다. 그렇다면 이 차량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자율주행 차량의 알고리즘을 설계했던 초기에는 차량 안에 존재하는 탑승자를 우선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어떠한 방안이 최선인가에 대한 이야기들이 지속적으로 튀어나왔다. 이른바 트롤리 딜레마(Trolley dilemma)라 불리는 이 실험은 윤리학적으로 설명해야 할 사고 실험의 하나인데 기차와 선로를 사례로 들어 표현하는 경우들이 더 많다. 이와 동시에 언급되는 것은 모라벡의 역설(Moravec's Paradox)이라고 하는데 인간에게 쉬운 문제들이 컴퓨터나 인공지능에게는 어려울 수 있고 역으로 인간에게 어려운 이슈가 컴퓨터에게 쉬울 수 있다는 역설을 말한다. 당연하지만 인간과 인공지능은 그 자체만으로도 완벽하게 다른 존재다. 운전자가 주행을 하다가 이러한 상황을 맞이하여 대응하는 것과 자율주행 차량에 탑재된 인공지능 더불어 라이다라고 불리는 첨단 센서가 대응하는 것은 명백하게 차이가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센서가 상황을 인지하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속도가 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논리로 접근한다면 트롤리 딜레마 자체를 언급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무엇보다 극한의 상황이라는 점에서 다소 영화 속 픽션 같은 느낌도 존재한다.
마지막으로 네트워크가 연결된 자율주행 자동차의 위험성을 언급해보자. 브루스 윌리스의 이름을 전 세계에 각인시켰던 영화 <다이하드>는 1998년부터 2013년까지 5편이 제작되었다. 이 중 렌 와이즈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던 4편은 토마스 가브리엘(티모시 올리펀트)이라는 악역이 일으킨 디지털 테러를 소재로 했다. 4차 산업혁명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초연결사회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중에는 자율주행 자동차도 포함될 수 있다. 네트워크가 연결된 차량이 점차 늘어나게 되면 도로 위에 존재하는 자동차, 신호등, 표지판 등 교통 인프라 자체가 모두 통합 서버를 통해 운영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원활한 교통 흐름과 차량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효과적이며 효율적으로 구현한 것인데 악의적으로 해킹을 하게 된다면 영화 <다이하드> 4편처럼 세상은 아비규환(阿鼻叫喚)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기본적으로 차량 스스로가 상황을 판단하고 인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야 하지만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를 받는 것도 원활하게 주행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다양한 교통 인프라와 연결된 서버 자체를 블록체인처럼 탄탄한 방어막으로 덮을 수 있다면 그만큼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 같다. 기본적으로 해킹 사례를 수집하고 원인이 무엇인지 분석할 수 있어야 하며 가장 취약한 부분에 대한 보안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자율주행 자동차에 집중되고 있는 기술력과 더불어 ICT 기술의 취약점과 보안에 대한 이슈를 인지하고 기술력만큼 강화할 필요가 있겠다.
인류에게 있어 자율주행 자동차는 맞이해야 할 운명과도 같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율주행 테크놀로지는 변화를 꿈꾸며 활발하게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자율주행 자동차로 인해 일자리가 사라질 가능성도 있지만 이를 위한 대비는 반드시 필요하다. 더불어 위험 요소도 분명히 존재한다. 첨단 기술을 맞이하려면 그 변화를 그대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제도적으로 올바르게 정착시킬 수 있는 정책도 반드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계속>
※ 모든 기술이 그러하듯 자율주행 자동차 분야 역시 꾸준히 발전하게 되겠죠. 완벽한 자율주행 등급인 레벨 5까지 도달한다고 해서 그 지점이 자율주행의 끝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계속해서 변화하게 될 이 분야 역시 마침표가 없어 <계속>이라는 표현을 붙여봅니다. 사실과 다르거나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반영하겠습니다.
<참고>
- <Artificial Intelligence and Autonomous Vehicles>(2018.4.20), medium.com
- <How Uber Could Justify A $120 Billion Valuation>(2018.12.3), Forbes.com
- <Google self-driving car hits a bus>(2016.2.29), bbc.com
- <Self-Driving Uber Car Kills Pedestrian in Arizona, Where Robots Roam>(2018.3.19), nytimes.com
- <Self-driving cars and the Trolley problem>(2015.5.24), mediu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