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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n 잡은 루이스 Feb 17. 2016

영화 <캐롤>, 너무 아름다워서 숨이 막힐 것 같아.

내맘대로 리뷰 #7

케이트 블란쳇과 루니 마라, 그들의 눈빛에 흠뻑 빠져들어...


첫 느낌이다. 

'헤어나올 수 없다'라는 느낌이란 이런 거구나. 

눈빛으로 말할 수 있는 배우의 능력이란 어마어마한 '달란트(talent)'인 것 같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이 뿜어내는, 서로 다른 느낌의 강렬한 눈빛에 흠뻑 빠져들었다.

 

영화<캐롤> 포스터


2016년 2월 28일 개최되는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배우는 단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다. 

훌륭한 연기를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더구나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도 인정받는 그인데 아카데미에서는 한 번도 이름이 불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다시 한번 도전하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크게 이변이 없는 한 오스카를 손에 거머쥐게 되지 않을까 감히 예상해본다.


그렇다면 여우주연상은 어떨까? 

우수한 작품에 출연한 헐리우드 여배우들의 경쟁 역시 매우 쟁쟁하다. 

그중 유력한 후보로 불리는 배우들이 있었으니. <캐롤>의 케이트 블란쳇과 <룸>의 브리 라슨이다. 

영화 <룸>은 감옥과도 같은 공간에 갇힌 조이(브리 라슨)와 아들 잭의 탈출기를 그렸고 3월 3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캐롤>에서 캐롤 에어드 역을 연기한 케이트 블란쳇은 테레즈 역의 루니 마라와 함께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고혹적인 그녀의 모습에서 뿜어져 나오는 절제된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동화 속 마녀에게 서서히 이끌리는듯한 몽환적 느낌마저 든다. 

서로의 존재를 모르다 백화점 직원과 손님으로 우연히 만난 두 여자. 

잃어버릴 뻔했던 장갑을 되찾아주며 다시 재회하게 되고 서로의 감정을 눈빛으로 이야기하며 진실한 사랑을 나누게 된다. 

백화점에서 만난 테레즈(루니마라)와 캐롤(케이트 블란쳇)

예쁜 딸과 이혼녀라는 타이틀을 가진 캐롤과 백화점 직원, 남자친구와의 확실치 않은 미래를 가진 테레즈. 

자석처럼 이끌려 서로를 받아들이는 그 둘의 관계는 주변에 흔한 연인이 서로의 감정을 느끼고 사랑을 시작할 때와 전혀 다르지 않았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연인들처럼 진정한 사랑을 이야기하는 플롯이 열연을 펼친 두 배우를 만나 시너지 효과를 냈다. 


몇 가지 생각해보자.

캐롤은 딱 보기만 해도 어느 정도 부를 갖춘 남편과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다. 그것도 아주 예쁜 딸을. 

그녀는 남편과 이혼했다. 그리고 중년의 여성으로 담배를 달고 살며 나름 본인의 성 정체성에 대해 이해하며 살아간다.

딸고 이야기하는 캐롤 그리고 남편

테레즈는 젊은 나이에 백화점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남자친구가 있고 데이트도 하지만 결혼과 프랑스 여행을 하자고 하는 남자친구에게 거센 말을 내뱉는다. 사람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 막연하지만 포토그래퍼가 꿈이라고 이야기한다.


결혼을 꿈꾸는 남자친구 그리고 테레즈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이끌린다. 생각해보면 캐롤은 테레즈에게 적극적이다. 반면 테레즈는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고 했던 것처럼 다소 수동적인 캐릭터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고 했던 테레즈는 캐롤의 저녁 제안이나 여행 제안, 집으로의 초대에 모두 수긍하고 받아들인다. 


왜?


캐롤이나 테레즈는 서로에 대해 알아가며 순수하게 이끌렸던 것이다. 

물론 그 시작은 "첫 눈빛의 교감"으로 시작되었지만 말이다. 캐롤이 남편과의 힘든 삶을 내 비쳤을 땐 테레즈가 진심 어린 도움을 주려고 했다.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말이다. 

'동성애'를 이야기하고 있는 게 분명해졌음에도 거부감이란 없었다. 

누군가에게 불쾌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단지 "사람과의 사랑"이기 때문이다. 


캐롤과 테레즈

영화 속에 등장하는 캐롤의 남편이나 테레즈의 남자친구 모두 평범한 '여자'로서의 삶을 강요하는 듯 보인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남자들 모두가 평범한 대화로 시작해, 조금씩 조금씩 '징징'대는 수준에서 화를 내고 '윽박'을 질러대는 상태로 이어진다. 

하지만 캐롤과 테레즈는 서로의 순수한 사랑을 마음에 담아 자신만의 길을 선택한다. 

그 둘이 선택한 여행 역시 전형적인 '로드무비' 형태처럼 보여기도 한다. 

어쩔 수 없이 속해있던 지긋지긋했던 삶을 벗어나 둘만의 여행이자 현실 탈피, 과하게 말하자면 도주를 하는듯한 모습에서 그렇게 느껴졌다. 


테레즈의 카메라

이 영화에서 몇 안 되는 오브제(objet)를 손꼽자면, 캐롤이 테레즈에게 선물한 카메라다. 

막연했던 꿈이지만 포토그래퍼를 꿈꿔왔던 테레즈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선사한 것.

(참고로 테레즈는 캐롤에게 본인이 캐롤의 집에서 피아노로 연주했던 빌리 홀리데이의 LP를 선물했다)

늘 풍경이나 건물, 길거리만 담아왔던 테레즈에게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담는다는 것은 큰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사진을 정리하던 테레즈의 결과물을 보면 흐릿한 풍경들 사이에 유독 선명한 캐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했던 테레즈에게는 크나큰 선물이었고 카메라를 통해 바라보던 그녀에게 렌즈가 아닌 본인의 눈빛을 진심으로 보내기 시작한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 테레즈

영화는 본인들의 처절하다면 처절한 삶 속에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현실이 아닌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상을 택하게 된다. 

"나"라는 자아를 선택하겠다는 그들의 결심은 눈빛으로도 확인된다. 확고한듯한 그리고 "갈망"이라는 욕구가 그대로 드러난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펼친 연기는 그야말로 '불꽃'이 된다. 

서로를 바라보는 마지막 장면의 그 눈빛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심지어 소름이 끼칠 정도였으니 말이다.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토드 헤인즈 감독은 16mm 필름을 선택해 촬영하기도 했다. 

1950년대, 과거의 느낌을 되살리려는 의도와 함께 당시의 느낌 위에 모던한 색감까지 얹혀 새로운 모습을 보이려고 했단다. 필름으로 상영하는 곳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캐롤과 테레즈의 상반되는 눈빛 하지만 한 곳에서 모이는 그 둘의 시선에 흠뻑 빠지기 위해서라도 꼭 한번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다. 


영화 <캐롤>의 또 다른 포스터

이 영화를 통해 케이트 블란쳇은 다시 한번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 되었다. 

무려 7번이나 아카데미에 이름을 올린 케이트 블란쳇은 2014년 우디 앨런 감독의 <블루 재스민>을 통해 여우주연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케이트 블란쳇의 눈빛 연기는 압도적이었다. 그런데 그녀와 호흡을 맞춘 루니 마라는 어땠을까?

<밀레니엄: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에서 코와 귀에 피어싱을 하고 등장했을 때만 해도 그녀의 큰 능력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케이트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 그녀의 눈빛, "캐롤"을 향한 "테레즈"의 시선 또한 강렬했다. 좋은 배우라는 타이틀, 전혀 손색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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