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리뷰 #8
<데드풀>, 드디어 개봉!
연일 화제가 되었던 마블 캐릭터 데드풀이 박스오피스에 올라왔다.
실제 개봉일보다 조금 빨리 스크린에 올라와 '변칙개봉'이라는 논란도 있기는 했다. 17일 개봉일보다 빠른 16일에 재빠르게 예매해 '데드풀'을 눈으로 확인했다. 나름 '변칙개봉'에 올라탄 셈.
데드풀을 보고 있으면 비슷한 마블 캐릭터들이 생각난다.
유머감각 넘치고 재치 있는 모습들, 거기에 데드풀의 슈트를 보다 보면 아이언맨이나 앤트맨이 생각나게 마련이다. 캐릭터만 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더불어 영화 초반부터 등장하는 깨알 같은 소개 자막들은,
"약 빨았다"
라는 표현으로 단 한 번에 정리할 수 있겠다.
이 영화는 기존 마블 패밀리들의 영화와 비슷하면서도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화끈한 액션과 거친 입담은 19금 이상, 미국식 언어유희와 농담은 전형적이고 극단적인 '미국식'이다.
다소 이해할 수 없는 포인트, 어디서 웃어야 할지 모르겠는 민망함 등에서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데드풀>은 예상을 뒤엎는다.
슈트를 입은 데드풀이 택시를 타고 등장하는 첫 장면부터 기상천외하다.
딱 봐도 장난기 많은 데드풀이 '프란시스'를 외치며 악당들과 싸우는 첫 시퀀스는 이 영화가 왜 19금인지 알려준다.
더불어 아주 친절하게 '내가 왜 이렇게 됐는지' 자문하고 자답한다.
관객을 보며 이야기하는 모습 역시 '관객과의 소통'으로 아주 훌륭한 연출이라 생각된다. 말도 많고 일방적이긴 하지만.
진지함이란 '데드풀'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절체절명 위기의 순간에도, 극한의 고통을 받고 있는 그 순간에도 말이다.
플롯이 중요할까?
물론 플롯은 중요하다.
B급 영화에 못 미치는 영화도, 쓰레기통에 영원히 처넣어도 시원치 않을 영화도 모두 플롯은 존재한다.
"19금 X B급 영화"라 불리는 이 영화도 플롯에는 딱히 문제가 없다. 이따금 정신없는 데드풀의 언변과 재치와 농담이 플롯을 가리기도 하지만 말이다.
특수부대 출신의 웨이드 윌슨(라이언 레이놀즈)은 매력적인 바네사(모레나 바카린)를 만나 행복하게 지내고 있는 도중, 말기 암 선고를 받게 된다.
친구가 운영하는 술집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스미스 요원 분위기의 남자(제드 리스). 여기서 웨이드 윌슨이 스미스 요원이라 칭한 것은 영화 <매트릭스>에 등장하는 바로 그 스미스 요원(휴고 위빙)을 말한다. 이 사람을 통해 검증되지 않은 임상실험에 참여하게 된다. 웨이드 윌슨에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임상실험이라기보다 거의 고문에 가까운 과정을 통해 극한의 고통을 겪게 된다. 이후 <엑스맨>의 울버린처럼 힐링팩터 능력과 더불어 히어로 못지않은 능력을 갖게 된다. 하지만 얼굴을 가려야만 하는 운명으로 바뀌게 된다.
다시 바네사 앞에 서기 위해 웨이드 윌슨은 데드풀이라는 캐릭터로 변화하고 자신을 그렇게 만든 프란시스를 찾아 복수를 꿈꾼다.
정신없이 이야기가 흘러가지만 그 안에서 구성된 플롯과 감독의 연출은 필모그래피가 전혀 없는 팀 밀러 감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박수를 쳐주고 싶을 정도다.
데드풀의 어마 무시한 매력
마블 패밀리를 포함, 일반적으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슈퍼히어로'들은 누군가를 위기에서 구해주거나, 악당으로부터 지구를 구원하는 모습들로 설정되어 있다.
그렇다면 데드풀은 어떤 히어로일까?
마블의 캐릭터 중 캡틴 아메리카가 지나치게 진중하다면 아이언맨은 그 반대 선상에 있다.
데드풀은 아이언맨 성격에 가까운 편이지만 사실 그보다 더하다. 장난스럽게 그림도 그리고 어울리지도 않는 캐릭터 시계를 차고 있으며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는 어린아이 같다. 어떨 때 보면 (심하게 말해) ADHD 수준으로 주의가 산만하다. 이게 바로 데드풀의 매력이다.
더구나 R등급 + 19금으로 정해진 만큼 성인 관객들을 제대로 겨냥한 재치 있는 유머와 수다, 심지어 셀프디스까지 종전에 볼 수 없었던 신개념 히어로라 할 수 있겠다.
데드풀은 재치 있는 언변과 더불어 '히어로'들이 가질만한 능력도 포함한다.
일본이나 중국의 검술과 같은 실력에 잘 보이지 않지만 무술도 섞인 듯하다.
들리는 정보에 따르면 일본의 카타나와 필리핀의 칼리를 접목시켰다고 했다.
카타나(Katana)는 일본도라고 불리는데 10세기 이후 일본에서 만들어진 일본 고유의 외날곡도다.
마블에서도 유니크한 캐릭터의 탄생인지라 사실 그가 펼치는 액션보다 그의 입에서 터져나오는 입담에 더 기대를 하게 된다.
라이언 레이놀즈가 코믹 장르에서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고는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많은 영화에 등장했지만 이렇다 할 캐릭터를 잡지 못했던 그에게 데드풀은 '안성맞춤'인 듯 싶다.
앞서 언급했듯 데드풀은 마블의 캐릭터이지만 <어벤저스>가 아닌 <엑스맨>과 같은 선상에 있다.
데드풀은 이미 <엑스맨 탄생 : 울버린>에서도 얼굴을 비춘 바 있다.
이 영화에서도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이나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자비에 영재학교"가 그렇고, 강철맨 '콜로서스'나 네가소닉 틴에이지 워헤드의 크로스오버 출연이 그렇다.
속편에 대한 TIP을 쿠키 영상에서 살짝, 아주 살짝 건네준다. 그리곤 얼른 집에 가라고 한다.
극장 안 조명이 꺼지고 시작된 영화 초반부터 다시 불이 켜질 때까지 러닝타임 106분 동안 그의 입담은 끊임이 없었다.
"미국식 유머"가 거슬리거나 다소 잔인한 부분들 그리고 R등급 수준의 욕설이 충분히 "불호(不好)"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미국 내에서는 오프닝 수익만으로도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고 들었다.
국내에서도 "히어로"를 좋아하는 관객들 특히 "마블"에 꽂힌 마니아 층이라면 충분히 데드풀 매력에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