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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n 잡은 루이스 Mar 03. 2016

반드시 빛을 봐야 할 거대한 작품, <룸>

내 맘대로 리뷰 #9

케이트 블란쳇과 브리 라슨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로 노미네이트 되었을 때부터 이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 

<캐롤>에 등장한 케이트 블란쳇의 눈빛 연기는 관객을 압도했다. 브리 라슨은 <룸>이라는 작품 속에서 폭넓은 연기를 했다. 


영화 <룸>에서 엄마 조이를 연기한 브리 라슨이 우리나라 시간 2월 29일에 열린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영화 <캐롤>에서 놀라운 눈빛 연기를 선보인 케이트 블란쳇과 여우주연상을 다투는 강력하고 훌륭한 경쟁자라 개인적으로 손꼽았던 배우인데 오스카는 브리 라슨을 선택했고 케이트 블란쳇은 진심으로 축하의 박수를 건넸다. 

난 두 배우 모두에게 축하의 박수를...


오스카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브리 라슨  사진출처 : 오스카 홈페이지

영화 <룸>은 2008년 오스트리아에서 벌어진 '요제프 프리츨 사건'을 생각나게 한다. 

요제프 프리츨은 자신의 친딸인 엘리자베스를 특수 보안장치가 설치된 지하실에 가두고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일삼았다.
이로 인해 엘리자베스는 무려 7명의 자녀를 낳게 되었다.
엘리자베스는 18살에 지하실에 감금되어 24년을 살았다.
7명의 자녀 중 첫 딸이 건강이 악화되어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고 요제프의 범죄가 세상에 알려진 계기가 되었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출간된 엠마 도노휴의 동명소설 "룸"이 영화화된 것이다. 


조이는 7년 전 한 남자에게 납치되었고 작은 방에 갇히게 되었다. 

헛간을 개조해 만든 일종의 감금시설. 그녀의 나이는 17살이었다. 7년이 지났고 그녀는 24살이 되었으며 이 곳에서 태어난 잭은 5살이 되었다.  

조이와 잭은 아주 좁은 방에서 천장에 뚫린 창을 통해 햇살을 받는다. 

엄마 조이의 유일한 말동무이자 친구인 잭은 어느새 다섯 번째 생일을 맞이한다. 일주일에 한 번씩 들어오는 납치범 닉(숀 브리저스)은 한 번씩 식량을 제공한다. 조이는 그가 준 음식으로 조촐한 케이크를 만든다. 

잭은 넓은 곳에서 한참 뛰어놀 나이임에도 좁아터진 공간에서 주변 사물들과 이야기한다. 

"안녕, 램프", "안녕, 식물", "안녕, 싱크" 

보이는 사물들에게 인사를 하는 잭. 이 곳에서의 삶이 매우 익숙한 듯 보인다. 하지만 세상 밖을 구경하지 못한 채 살아가며 무엇이 진짜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메마르고 피폐한 삶을 살아간다. 

엄마 조이는 이러한 지옥 같은 삶 속에서 유일한 희망인 잭을 바라보며 살아간다. 그리고 과감한 선택을 하게 된다.

거울을 보고 있는 잭과 조이

엄마는 7년 만에 그리고 아이는 처음 세상 밖으로 나와 적응을 시작한다. 

조이의 사건이 화제가 되자 카메라를 포함한 취재진들이 따라붙는다. 

엄마 조이는 달라진 세상에서 자신에게 들러붙은 언론과 사람들의 시선에 적응하지 못하고 가족들과의 소통도 어려워한다. 반면 잭은 얼마 지나지 않아 서서히 적응을 시작한다. 5년간 좁은 방안에서만 있었던 아이라고 하기엔 엄마보다도 성숙한 느낌을 전해준다. 

아마도 어린아이 특유의 감성과 잭의 유연한 성격 자체가 엄마 조이와 차이를 보였던 것 같다. 


세상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조이와 잭
제이콥 트램블레이와 브리 라슨


잭을 연기한 제이콥 트램블레이의 캐스팅은 감히 이 영화의 '신의 한수'라 할 수 있겠다. TV로만 봐오던 세상이라는 존재를 처음 접했을 때의 모습이나 모든 사물에 감성적으로 다가가며 이야기하는 모습들, 그리고 세상에 적응하며 한발 다가가는 모습들은 더할 나위가 없었다. 


영화는 잭의 시선과 잭의 음성으로 많은 부분들을 이야기한다. 

엄마 조이의 목소리보다 아이의 음성과 시선으로 바라보는 방안의 세상과 문 밖으로의 '진정한 우주'는 보다 극적으로 표현된다. 

조이와 잭이 탈출을 시도하는 모습 자체는 굉장히 극적이고 긴장감 넘친다. 이후 아이가 세상 밖으로 나와 처음 바라보는 파란 하늘은 진짜 하늘이었고 뭉게뭉게 파란 하늘과 어우러진 구름도 진짜 구름이었다. 

아이의 시선을 통해 보이는 하늘이 스크린을 뒤덮으며 관객들도 그 기분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훌륭하게 연출된 듯 싶다.


제이콥 트램블레이는 2006년 캐나다 생으로 작년에 처음 <썸니아>라는 공포물에 첫 등장했고 올해까지 벌써 5편에 출연했다. 

잭이라는 캐릭터를 훌륭히 소화해낸 제이콥 트램블레이 

이번에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브리 라슨은 어땠을까?

초반에 등장했을 때만 해도 평범하다 느꼈다. 하지만 세상 밖으로 나온 엄마 조이의 모습은 사회 부적응과 더불어 광기 어린 모습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생각해보면 영화가 상영되는 118분 동안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이란 무엇인지 확실히 각인시켰다. 

브리 라슨은 1989년생이다. 

많지 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잭을 키우는 진정한 엄마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더구나 납치범 닉에게 시달리는 피해자의 눈빛을 가졌고 세상의 관심에 다시 한번 시달리는 모습에서는 같은 피해자이지만 또 다른 모습을 선보인다. 광기 어린 모습에서 잭을 품에 안았을 때의 포근한 이미지까지 극과 극의 모습도 훌륭하게 연기해냈다.


아들 잭을 안고있는 엄마 조이(브리 라슨)

그들이 고통을 받으며 살았던 "룸"으로 찾아가 다시 한번 인사를 건네는 잭의 모습. 잘 있으라는 인사를 하고 "엄마도 인사해"라는 말이 왜 이리도 뭉클한지.


영화는 납치와 감금 그리고 좁은 방 속에서의 처절한 삶보다 세상 밖으로 나와 또 다른 삶으로의 적응기를 보여주고 있다. 

세상에 녹아들며 마음이 잔잔해질 때까지의 과정을 아주 깔끔하게 그려낸 듯하다. 

그리고 세상의 빛을 반드시 봐야 할 작품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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