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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n 잡은 루이스 Mar 14. 2016

<괴물의 아이> 그리고 호소다 마모루

내맘대로 리뷰 #10


일본 애니메이션을 말한다면 미야자키 하야오를 절대 빼놓을 수 없다.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 애니메이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가 이뤄낸 애니메이션 필모그래피는 어마어마하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1941년생으로 벌써 70대 중반이 되었다. 어린 시절 어렴풋이 기억나는 <플란다스의 개>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원화를 담당했고 1978년 미야자키 하야오 '연출'이라는 타이틀로 <미래소년 코난>이 탄생하기도 했다. 
1984년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배치, 영웅 서사와 환경문제 등을 다루었고 상업적으로도 성공한 작품이다. 이후 그는 다른 애니메이터들과 손을 잡고 "스튜디오 지브리"를 설립한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일본 포스터


<미래소년 코난>

1986년 <천공의 성 라퓨타>, 1988년 <이웃집 토토로>, 1989년 <마녀 배달부 키키>, 1992년 <붉은 돼지> 등 모두 연출부터 각본까지 미야자키 하야오의 손을 거친 작품들이다. 2008년 <벼랑 위의 포뇨>는 연출, 각본, 편집, 원안까지 1인 4역을 했다. 

2004년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78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 장편 애니메이션 작품상 후보로 오르기도 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아들인 미야자키 고로(1964년생) 역시 <게드전기>와 <코쿠리코 언덕에서>라는 작품을 연출한 애니메이션 감독이다. 



호소다 마모루의 <괴물의 아이>(2015)
호소다 마모루

뒤늦게 본 일본 애니메이션 <괴물의 아이>(2015)는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작품이다. 호소다 마모루의 애니메이터 시절부터 알게 되면 지브리 그리고 미야자키 하야오와도 연관이 깊다는 걸 알 수 있다.  

우리도 익히 알고 있는 <은하철도 999>를 극장판으로 관람했던 당시 중학생이었던 호소다 마모루는 애니메이션에 관심을 갖게 된다. 

대학 시절에는 애니메이션이라는 흥미보다 현대 미술과 영화로 관심 분야가 조금 틀어졌다. 심지어 실사 영화 50편 이상을 제작했는데 대부분 이펙터를 이용해서 만들어낸 일종의 인스톨레이션 작품들이었다. 아마도 현대미술과 영화를 접목시켜 뉴미디어 아트를 선보인 셈. 이 중에서 영화의 형태를 갖춘 것은 2편뿐이라고 한다. 

이후 호소다 마모루는 스튜디오 지브리에 인턴 채용 시험에 지원한다. 하지만 불합격.

1991년 도에이 동화에 입사했는데 미야자키 하야오 역시 도에이 동화 출신이다. 

연출에 꿈이 있었던 호소다 마모루는 아주 힘들게 애니메이터로 성장해나갔고 1997년 <게게게의 기타로>로 연출가 데뷔한다. 

2006년 그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로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다. 이후 그는 2009년 <썸머 워즈>, 2012년 <늑대아이>를 연출했다. 

호소다 마모루가 위에서 언급한 <시간을 달리는 소녀>, <썸머워즈>, <늑대아이>, <괴물의 아이>는 모두 일본 아카데미상에서 최우수 또는 우수 애니메이션 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


<괴물의 아이>와 호소다 월드

이번 애니메이션 <괴물의 아이>에도 호소다가 만들어낸 '호소다 월드'가 존재한다.

이른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 밖으로 존재하는 또 다른 세상. 그저 평범한 도심 속에서 뒷골목을 통해 이어지는 다른 세상은 인간은 찾아볼 수 없는 짐승들의 세상이다. 

하지만 겉모습만 다를 뿐 이 곳에서도 가족애와 사랑이 존재한다. 

9살짜리 렌은 이 곳에서 큐타(미야자키 아오이 목소리)로 통한다. 어린아이에 불과했던 렌은 9살. 그래서 붙여진 이 곳에서만 불리는 이름이 큐타(이하 큐타)다. 

현실 속에서 갈 곳을 잃고 시부야 뒷골목을 배회만 하던 큐타 앞으로 인간 세계로 나온 쿠마테츠(야코쇼 코지 목소리)가 나타난다. 그리곤 짐승들의 세계인 '쥬텐가이'로 들어가게 된다. 

쿠마테츠와 수련하는 어린 큐타

누구보다 외롭고 짙은 어둠 속에서 9살을 맞이했던 큐타는 현실 속에서 이방인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곳은 뭔가 평화롭고 따스하다는 느낌을 전해준다. 쿠마테츠와 함께 보내는 시간들이 점차 길어지고 녹아들면서 자라나기 시작한다. 아니 성장한다는 말이 맞겠다. 


쿠마테츠는 어린 큐타가 봤을 때 몸집 크고 기괴한 '괴물'이었다. 그러나 알고 보면 큐타와 몸집이나 태생만 다를 뿐 어린아이와 같이 '성장'이 필요하고 또 외로운 존재였다. 

쿠마테츠와 큐타가 서로 왁자지껄 하게 떠들어대는 아침 밥상부터가 이게 어떤 의미인지 제대로 말해준다. 


몸집만 거대한 쿠마테츠 그리고 아직 어린 큐타
늘 아웅다웅인 쿠마테츠와 큐타

목소리가 변하고 키도 커가며 하루하루 성장하는 큐타와 동시에 쿠마테츠 역시 점차 철이 들어간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성장한다는 '성장기' 자체가 호소다 마모루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포인트다. 

나이가 들어 어른이 되고 아이를 낳아 양육을 하게 되면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가르침"은 수직적인 구조이지만 이 곳에서는 전혀 다르다. 

어린아이는 '성장'하고 어른들은 보다 '성숙'해진다. 

현실세계에서 큐타가 몇 년 만에 만난 실제 아버지도 과거를 반성하고 '소통'을 하며 새로운 삶을 살고자 한다.

 

현실세계 속에서 만난 렌으로서의 큐타 그리고 렌의 아버지

어른과 아이가 소통하는 방식 역시도 우리를 자라나게 만드는 그리고 철들게 만드는 효소로 작용한다. 

외면은 <썸머워즈> 마냥 북적거리고 내면은 <늑대아이>와 유사하다고 어떤 기자가 이야기한 것처럼 이번 애니메이션에는 호소다 마모루만의 방식이 그대로 녹아들었다. 


극중 등장하는 시부야의 밤거리

현실 세계인 시부야는 섬세한 표현으로 실제 도심 속 휘황찬란하고 북적거리는 모습을 그대로 표현했다. 반면 짐승들의 세계인 쥬텐가이는 시골마을의 모습을 갖고 있다. 보기만 해도 시원한 대나무 숲이나 이것저것 식료품을 파는 시장의 모습이 반가울 정도로 아기자기하게 표현해냈다. 

시부야인 현실세계와 쥬텐가이라는 판타지 세계는 대조적이면서도 대칭을 이룬다. 


이 작품은 호소다 마모루의 각본으로 쓰였다. 기존 작품들에서 호소다 마모루와 각본의 호흡을 맞춰왔던 오쿠데라 사토코가 이번 시나리오에서 빠져있는데 <괴물의 아이>가 남성성이 짙고 보다 격렬하게 '액션 활극'을 보여주는 것도 호소다 마모루의 남성성에서 나오는 듯했다. 

자연의 위대함과 '신'이 될 자격에 대해 등장하는 포인트를 허먼 멜빌의 <모비딕>과 연결되는 플롯 구조 역시 호소다 마모루만의 방식일 것이다. 


고래의 모습을 한 이치로히코와 격돌하는 큐타



개봉일이 한참이나 지났습니다. 

한참 뒤에 찾아본 <괴물의 아이>는 어린아이와 어른들의 성장기 그리고 소통, 가족애 등을 보여주는 판타지 애니메이션입니다만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세계와 연결시켜 바라보아도 크게 거부감이 없답니다. 

부제에 달린 것처럼 '내맘대로 리뷰'이지만 사실과 다르거나 '이건 아닌 것 같은데'라는 의견을 공유해주시면 참고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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