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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n 잡은 루이스 Aug 28. 2020

플랫폼이 만들어낸 인간의 노동

플랫폼 노동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컴퓨터가 탄생하고 인터넷이 생기면서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단순히 숫자와 텍스트로 마음을 전달했던 과거의 이동통신 시대가 언제 있었냐는 듯 우린 서로의 음성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고 급기야 얼굴을 보며 화상으로도 통화가 가능해진 5G 시대를 맞이했다. 아니나 다를까? 전 세계가 코로나 위기를 겪으면서 화상 회의나 원격 수업 등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문화적이고 기술적인 의미에서 완벽한 언택트(Untact) 시대에 진입했다. 여기에 필요한 인프라나 네트워크가 발달하지 않았다면 꿈도 꾸지 못했을 일이다. 컴퓨터의 탄생, 인터넷과 네트워크의 발달로 이룩한 이른바 '모바일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그 작은 공간에서 무한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미 수많은 분야를 총망라하고 있고 그 안에 셀 수도 없는 애플리케이션이 사람과 사람, 문화와 사람을 다수로 연결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App)이라고 불리는 작은 사각형을 누르는 순간 우리는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모바일 시대, 앱은 우리 생활의 필수가 되었다.   출처 : pixabay

필자가 처음 스마트폰을 접한 후 제일 먼저 찾아봤던 것은 사실 게임이었다. 휴대폰 본래의 정체성은 통화나 메시지 전달이긴 했지만 과거 휴대폰을 손에 쥔 우리의 무료함을 달래줄 수 있는 것은 음악과 게임이 전부였다. 스마트폰을 만드는 테크놀로지와 네트워크의 발달로 인해 게임의 종류 역시 무궁무진해졌고 UI(User Interface)는 물론 현실감 있는 그래픽으로 예쁘게 포장되었다. 스마트폰 게임을 만드는 수많은 기업들이 생겨났고 일부는 대기업이 되기도 했다. 모바일 트렌드에 발맞춘 플랫폼(platform) 개발로 스타트업에서 대기업으로 변모하는 경우는 당연하게도 게임에만 국한되진 않는다. 모바일 시대라고 언급하기도 했지만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의 탄생은 플랫폼의 시대로 이어졌고 급기야 뜨거운 전쟁터로 변모했다. 독보적인 플랫폼이 있어도 경쟁력 있는 유사 플랫폼이 등장해 경쟁구도로 이어지기도 한다. 미디어에서도 수차례 플랫폼을 언급하고 있고 서점에만 가도 '플랫폼 전쟁'이라는 키워드를 가진 서적들이 널려있듯 현대시대가 오롯이 플랫폼 시대가 되었음을 증명한다. 플랫폼 전쟁은 누구의 승리를 위한 것이란 말인가? 누군가는 플랫폼을 창조한 사람이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플랫폼의 노예가 되기도 했다. 테크놀로지의 발전이 이룩한 4차 산업혁명 속에서 모바일 플랫폼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표준이자 기준이 되었다. 최근 들어 '뉴노멀'이라는 키워드로 시대 변화에 따른 새로운 기준이라 수많은 곳에서 언급되고 있지만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노동은 이제 그리 어색하지 않은 시대에 이르렀다. 

사전적 의미의 플랫폼은 바로 승강장이랍니다.  출처 : pixabay

사실 플랫폼이란 기차가 오가는 승강장을 의미하기도 하고 어떤 건물의 기반이 되는 틀을 뜻하기도 한다. 기차 승강장을 중심으로 상업시설이 형성되면서 플랫폼의 의미도 조금씩 달라졌고 이것이 모바일 트렌드와 접목되면서 그 의미가 확장되었다. 

올해 초 이사를 하면서 '이사하면 중국음식'이라는 지인의 말을 듣고 중국음식을 주문했다. 미처 다 정리하지 못한 거실에서 '이사=중국음식'이라는 출처 없는 공식에 빠져들어 자장면과 탕수육을 먹었다. 과거에는 전단지에 적힌 전화번호를 이용해 전화로 주문했지만 이젠 플랫폼이 그 모든 행위를 바꿔놓았다. 트렌드 자체가 습관으로 만들어진 셈이다. '주식회사 우아한 형제들'의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이나 요기요, 배달통, 쿠팡 이츠 등 이른바 배달앱이 우리 생활 속에 침투하여 식습관 자체를 완벽하게 바꾸었다. 어디 그뿐인가? 여기 어때, 데일리호텔, 트리플 등 숙박이나 여행 업계 역시 수많은 플랫폼이 존재하고 있어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실천할 수 있도록 일조하고 있다. 카카오 T와 같은 모빌리티 분야에도 우버(uber)나 그랩(grab), 쏘카, 씽씽 등 다양한 서비스들이 생겨나면서 기존의 출퇴근 러시아워의 풍경 조차도 달라졌다. 

글로벌 모빌리티 서비스 우버.  출처 : pixabay

플랫폼 서비스가 탄생한 이후 이용자들이 늘면서 구독 경제, 공유경제라는 것이 접목이 되었고 급기야 플랫폼을 통한, 플랫폼에 의한, 플랫폼을 위한 일자리가 창출되기도 했다. 사용자는 플랫폼을 통해 편리하게 서비스를 받는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도 없이 플랫폼이 이룩한 편의성은 효율성과 가성비까지 잡아냈고 이를 통해 사업자는 원활하게 비즈니스를, 사용자는 온전히 서비스를 받게 되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업자와 사용자를 잇는 플랫폼 그리고 플랫폼 노동자(platform worker)다. 모바일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현시대의 플랫폼은 디지털 경제로 진화했고 이를 통한 고용 형태와 방식을 모두 새롭게 바꾸었다. 플랫폼 노동자를 긱(gig) 노동자로 부르기도 한다. 배민의 경우, 사용자가 음식을 주문하는 순간 배민 라이더라 불리는 사람이 음식을 픽업하여 음식을 주문한 사용자에게 전달한다. 배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배민 라이더 모집인데 회사에서 근무를 마친 후 아르바이트처럼 돈을 벌 수 있다고 홍보를 하기도 한다. 말하자면 투잡인 셈이다. 영화에서 보면 재즈 공연을 하기 위해 상황에 따라 즉각적으로 연주자를 섭외하고 공연을 마치면 돈을 쥐어주는 경우들이 있는데 이러한 형태를 긱이라고 부른다. 공연을 위한 계약도 없고 정해진 근로 시간도 없어 매우 즉흥적이다. 지금의 소비문화나 플랫폼을 통한 비즈니스 역시 신속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편인데 회사가 직원을 고용하는 전통적인 방식의 계약을 벗어나 간소화된 약관 동의를 통해 상호 연결이 되곤 한다. 아르바이트라는 단기 근로 형태나 프리랜서라는 키워드 대신 플랫폼 노동자나 긱 노동자로 부르는 것은 지금의 긱 이코노미 시대를 대변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계약이나 약관에 동의하는 순간 충분히 가능할법한 리스크도 온전히 감내해야 한다. 플랫폼을 위해 일을 하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보호장치도 충분하진 않다. 규제를 하기도 애매하고 정부 차원에서 이들을 도울 수 있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하기에도 어려움이 있다. 플랫폼을 가진 기업 입장에서는 그들에게 일종의 외주를 준 것이지만 약관에 동의한 후 근로하는 노동자에게 이어질 수 있는 일부 기업의 갑질이나 별점으로 평가되는 그들의 가치를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 

단순하게 매겨지는 별점이 그들의 노동 가치를 평가할 순 없다.  출처 : pixabay

플랫폼 경제라는 그럴듯한 단어 속에서 사용자들은 매우 손쉽게 서비스에 접근하고 이를 통해 워라밸을 꿈꾸기도 하지만 플랫폼 안에 존재하는 노동자들에게 워라밸은 (어쩌면) 그저 사치일 뿐이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우리 모두는 플랫폼과 연결이 되어 있다. 디지털 경제가 자리하면서 플랫폼을 통한 노동이 우후죽순 늘어난 것도 사실이지만 단순히 트렌드의 변화라기보다 고용의 불안과 편리미엄을 추구하는 이 시대의 사회적 통념이 만들어낸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위에서 언급한 배달이나 모빌리티는 일부 사례에 불과하다. 이사, 인테리어, 번역, 튜터링, 렌트카, 디자인, 편집, 촬영에 이르기까지 셀 수도 없을 만큼 다양한 플랫폼 속에서 더욱 많은 플랫폼 노동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적인 권리 보장과 체계가 마련되어야 하겠다. 한순간에 플랫폼이 사라지진 않는다. 트렌드가 하루하루 달라지는 것처럼 플랫폼도 변화를 이루면서 더욱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서비스를 받는 사용자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그리고 이를 잇는 플랫폼 노동자 역시 상생하려면 이를 위한 변화도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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