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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n 잡은 루이스 Feb 20. 2016

2개의 큰 별이 지다.

Rest In Peace, 움베르토 에코 그리고 하퍼 리

"얘들아, 이 책 보고 다음 주까지 독후감"

"우우우"

어린 시절, 독후감이 내게 주는 느낌은 글쎄...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숙제'보단 역시 아이들과 함께 뛰어노는 게 더 좋았을 뿐.

그런데 어떠한 숙제보다 책을 보고 '독후감'을 쓰는 편이 오히려 더 낫다고 느낀 적은 있다. 


중학교 때 내 담임선생님은 국어를 가르치셨다. 그때 그 선생님이 여러 가지 책, 특히 국내 작가들의 책을 읽어보라 주신 적이 있다. 그 틈에 있었던 책 한 권.

바로 <앵무새죽이기>

책 표지를 보며 '하퍼 리'라는 작가의 이름보다 '퓰리처상 수상작'이 더 눈에 띄었다.

'이게 뭐지? 좋은 건가? 노벨상 같은 건가?'

퓰리처상(Pulitzer Prize)은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보도/음악/문학상으로 알려져있다. 1847년생 헝가리 출신의 미국 저널리스트인 조셉 퓰리처가 1911년 사망하면서 유언으로 제정된 상이기도 하다.

소설<앵무새죽이기>는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안에서 공존하는 선과 악 그리고 편견과 양심에 대해 써 내려갔다. 이 소설은 영화로도 제작되었고 그레고리 펙과 로버트 듀발이 출연했다. 

그레고리 펙은 1963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영화<앵무새죽이기> 포스터
하퍼 리(Nelle Harper Lee) 

1926년 출생하여 주 의회 의원인 아버지 아래에서 자랐다. 어린 시절부터 책을 즐겨 읽었다고 한다. 

심지어 그녀와 함께 놀던 소꿉친구는 이후 소설가로 활동했는데 이름은 트루먼 커포티, 1958년 <티파니에서 아침을>이라는 작품으로 잘 알려져있다.

하퍼 리는 앨라배마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항공사 예약 담당으로 근무하기도 했단다. 

그녀의 이름은 전 세계적으로 알리게 됐던 <앵무새죽이기>는 자전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고도 한다. 

마치 남자아이 같던 스카웃은 본인과  닮은꼴이고 변호사로 등장한 애티커스는 하퍼 리의 아버지를 묘사한듯한 느낌. 하퍼 리의 아버지는 변호사로도 활동한 바 있다. 

<앵무새죽이기>를 집필한 하퍼 리  출처 : 구글


책을 딱 한번 읽고 나름 재미있다고 느끼긴 했으나 그 안에 담겨있는 작가의 진심은 잘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하퍼 리라는 인물이 세상에 남기고 간 작품들은 분명 가까운 서점에서 쉽게 볼 수 있을 듯하다.

몇십 년이 지난 지금, 난 '앵무새'의 느낌 그리고 작가의 진심을 잘 이해할 수 있을까?

하퍼 리, 그녀의 명복을 빕니다.


2월 19일.

하퍼 리와 더불어 또 하나의 큰 별이 졌다. 

그의 이름은 움베르토 에코.
기호학자이자 철학가이자 소설가인 움베르토 에코. 출처 : 구글


이탈리아 출신으로 문학 이외 많은 분야에서 활동했다.

기호학과 미학으로 더욱 알려져있고 이 분야로 대학에서 강의도 해왔다.

알고 보면 문학 분야는 그 뒤다.

출판사에서 근무하던 에코의 여자친구 권유로 2년 반 동안 책을 썼고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1980년작 <장미의 이름>이다.

솔직히 난 이 책을 읽어보지 못했다.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그리고 내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분야라고 생각, 아니 쉽게 말해 '재미없겠다'라는 표현이 낫겠다. 

<장미의 이름>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와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 그리고 프란시스 베이컨의 경험주의 철학이 움베르토 에코 자신의 기호학이 어우러져 '베스트셀러'로 탄생한 작품이다.

난 <장미의 이름> 이후에 출간된 <푸코의 진자>로 움베르토 에코에 대해 알게 됐다.

꼭 읽어봐야 된다고 사람들이 말하는 그리고 여러 매체에 나오는 책들을 골라서 읽다 보면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 아직 내가 작가들의 깊은 세계관을 이해하지 못해서일까?

오히려 이 작품을 토대로 제작된 숀 코너리 주연의 영화를 보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숀 코너리 주연의 <장미의 이름>(1986)

밀란 쿤데라,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 파울로 코엘료 그리고 움베르토 에코에 이르기까지 같은 문학 분야이지만 서로 다른 주제와 세계관 등이 담긴 일부 작품들은 내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부분들이 존재한다.

<푸코의 진자>는 지인의 추천으로 보게 됐다. <장미의 이름>이나 이 작품 모두 '추리'라는 소설의 형태가 녹아있는데 <장미의 이름>은 뭔가 원론적이고 딱딱하다는 느낌이 지배적이었다. 

<푸코의 진자>는 책 타이틀부터 손에 닿기 어려웠지만 한 번쯤 펼쳐볼 만한 작품이라 생각된다.

이 작품은 1989년 뉴욕타임스(NYT)에서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면서 <장미의 이름>만큼이나 유명세를 탔다.

당시에는 신성모독이라는 이유로 교황청으로부터 "쓰레기"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움베르토 에코는 "한국 사람들이 개고기를 먹는 것은 다른 나라와 다른 관습일 뿐"이라며 개고기를 먹는 문화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듯 언급했던 프랑스의 여배우인 브리짓 바르도에 일침을 가한 적도 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세상에 널리 이름을 알렸던 2개의 거성이 졌다.

불과 4~5년 전만 해도 한 달에 한 권 많으면 한 달에 2권씩 책을 읽어왔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리고 출퇴근 방법이 달라지면서 점차 책이 멀어졌다.

재작년만 해도 약 10권의 책을 읽었는데 작년 5권도 채 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면서도 움베르토 에코나 하퍼 리의 이름을 브런치에 올리는 것은 다시금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추모하며 예전에 읽었던 그 책들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다시 느껴보고자 함이다.


이제 책을 찾아봐야겠어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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