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en 잡은 루이스 Aug 25. 2021

그래서, 플랫폼이 뭔가요?

짧은 글 : '플랫폼 제국'에서 말하는 플랫폼이란 무엇인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글로벌 컴퍼니로 거듭나기 위해 앞으로 우리 회사는 기업의 아이덴티티(Identity)를 최대한 살리고 디지털(Digital)이 복합적으로 융합된 미래형 플랫폼(Platform)으로 이노베이션(Innovation) 해야 합니다. 사원 여러분들이 모두 힘써주세요"

"대표가 하는 말, 무슨 말인지 알겠어?"

"글쎄 나도 모르겠는데. 대표는 알까?"


주어와 동사, 한글과 영어가 뒤죽박죽 섞인 문장 사이에 단순하지만 그럴듯하게 보이는 단어들을 적절한 형용사와 부사를 넣어 만들어진 퓨전 비빔밥 같은 신년사였다. 이해할 수 없는 말이지만 겉으로는 영혼 없는 박수를 치고 속으로는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며 펑펑 울고 있다. 조만간 우리에게 떨어질 폭탄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면 이 단순한 문장을 빠른 시간 내에 분석해야 한다. 

자, 기업의 정체성과 이미지는 어떻게든 녹여야 한다. '디지털'이라는 애매하고 모호한 것을 특정할 수 없는 그 어딘가에 반드시 엮어야 할 것 같다.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을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지만 'ASAP(아삽, 우리는 '가능한 빨리'를 이렇게 부른다)'으로 시행해야 한다. 그것도 '플랫폼'이라는 결과물로 탄생시켜야 한다. 대충이지만 분석은 끝났다. 그러나 뭘 해야 할지 아직 모르겠다.

"대표님, 그래서 플랫폼이 뭔데요?"

출처 : graphicks.lk

지금 바깥세상에는 '플랫폼(Platform)'이라고 불리는 것들이 주름잡고 있다. 모바일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주변에서 아주 쉽게 플랫폼이라는 것과 마주한다. 갑을병정 상사, 대박물산, 자축인묘 주식회사라고 하면 저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단숨에 알아차릴 수 있을까? 대박물산이라는 곳이 패션 업계의 글로벌 1위 기업이라면 이 회사의 정체성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을 테지만 무엇인가 특출 나거나 돋보이는 실체가 없다면 "뭐하는 회사인가요"라는 질문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카카오톡이 세상에 없던 시절, '카카오'라는 이름만 들으면 먹는 열매(cacao)인지, 회사 이름인지 전혀 알 길이 없다. 그러나 세상은 변했다. 실제로 카카오(Kakao)라는 회사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출범한 이후 다양한 성격의 자회사와 수십 개의 계열사를 거느리는 대기업이 되었고 수많은 플랫폼을 가진 플랫폼 자체로서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열매의 이름보다 회사의 이름으로 더욱 잘 알려져 있는 것 같다. 


"그래, 다 알겠는데 그래서 플랫폼이 뭔데?"

플랫폼(Platform)은 본래 기차역에서나 쓰이던 단어였다. 기차에서 내리거나, 기차에 올라타는 행위가 기차역 승강장에서 이뤄지는데 이를 플랫폼이라고 말한다. 세계적인 지휘자 카라얀이 오케스트라 앞에 서있던 곳도 플랫폼이 될 수 있고 스티브 잡스가 새로운 제품을 들고 이야기했던 곳 역시 플랫폼이 될 수 있다. 말하자면 승강장이라는 단어를 시작으로 점차 의미가 확대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런데 지금의 플랫폼은 어떻게 진화된 것일까? 기차역 승강장에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사람들 주변으로 거대하고 길게 뻗은 기차가 출발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커피를 팔거나 과자나 음료를 살 수 있는 매점들이 존재하기도 한다. 기차 안에서 볼 수 있는 잡지나 신문을 파는 곳도 있다. 기본적으로 여행이나 출장을 위한 목적이겠지만 사람들을 만나는 '공간'의 개념에서 이처럼 무엇인가 사고파는 행위들이 이뤄지는 '물물거래'의 개념으로도 볼 수 있다.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 안에서 이뤄지는 행위들을 보면 충분히 이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린 누군가와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카카오톡은 기본적으로 대화가 이루어지는 커뮤니케이션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무엇인가 공유를 하거나 쇼핑과 검색, 콘텐츠 소비까지 한 번에 할 수 있는 상호작용 및 커머스라는 넓은 공간에서 또 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모바일 시대에 이르러 플랫폼은 특정 프로그램을 넘어 (카카오톡과 같은) 애플리케이션이나 웹 서비스를 통칭하기도 한다. 이처럼 플랫폼은 단순한 단어 하나에서 광범위한 의미로 확대되어 쓰이고 있다. 

출처 : dm.design

구글이나 페이스북,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에 이르기까지 이 시대의 포털 서비스와 SNS, 심지어 스트리밍 서비스까지 플랫폼으로 거듭나는 추세다. 이미 그들은 진화했고 변화했다. 그러니 발 빠르게 날개를 달지 않으면 우린 껍데기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죽어갈 것이다. 해외 IT 기업이나 글로벌 서비스 모두 이렇게 변화했는데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어떠할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네이버와 카카오라는 포털은 이미 그 자체로 거대한 플랫폼이 된 지 오래다. 지금 이 순간에도 꿈틀거리며 변화를 지속하고 있다. 뉴스와 블로그, 네이버 포스트나 카카오 브런치는 물론이고 구독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콘텐츠 플랫폼을 이루고 있고 쇼핑이나 동영상을 다루면서 영향력을 넓혀가는 추세다. 


다른 곳은 어떨까? '배달의 민족'과 같은 배달 앱이나 '마켓컬리'나 '오아시스'처럼 장보기를 대신해주는 앱 모두 유통 플랫폼의 선두주자가 되기도 했다. '타다'나 '쏘카', '스윙' 등은 공유경제 플랫폼을 형성하는 대표적인 모빌리티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메타버스를 대표하는 '로블록스'는 유저들이 게임을 만들어 제공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플랫폼이라 부르기도 한다. SNS로 출발했던 마크 주커버그의 페이스북은 이제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누군가는 구독 경제 속에서 날개를 달아 구독 플랫폼으로 진화했고 누군가는 공유 플랫폼으로, 또 누군가는 기업이라는 단순한 틀에서 플랫폼으로 변화하려고 한다. 구독과 공유 경제 그리고 메타버스 세계로 변화하고 있는 지금 이 시대의 트렌드 속에서 각 기업들의 플랫폼 경쟁은 얼마나 가치가 있을지 문득 궁금해진다. 


함께 보는 글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29405892&memberNo=170704&navigationType=push

작년에 작성했던 글을 그대로 옮겨와 일부 수정했습니다. 사실과 다르거나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집어든 미지의 세계 그리고 SF영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