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지만 익숙한, <미래에서 온 외계인 보고서>
"인간에 대한 학습이 쌓일수록 인공지능은 인간보다 더 순수하고 객관적 태도를 지니게 될 것이다."라는 136페이지의 문장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인공지능"이라 표현한 영화 <블레이드 러너>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스마트폰도 없던 30여 년 전 제작된 작품이지만 온전히 상상력으로 그렸던 먼 미래의 판타지가 지금 이 순간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는 인공지능 테크놀로지와 휴머노이드라는 창조물을 넘어 사이버펑크라는 세계관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SF 영화란, 상상력이라 하더라도 충분히 가능할법한 시나리오에 비록 오버 테크놀로지가 될지라도 번뜩이는 크리에이티브를 덧붙여 역사에 길이 남을만한 작품들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물론 <블레이드 러너>도 그중 하나이다. 대부분의 영화를 좋아하지만 그중에서도 SF 장르를 눈여겨보게 된다. 미지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으며 위에서 언급한 '크리에이티브와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무한한 사이파이(Sci-Fi)의 세계가 인간이라는 유한한 생명체를 모두 다 작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 세계에서는 직업, 나이, 학력을 모두 불문한다. <미래에서 온 외계인 보고서>를 손에 집어든 것은 다양한 SF 영화를 사례로 들며 미지의 우주와 첨단 테크놀로지를 함께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굉장히 평범하고 단순하게 느껴지는 책의 타이틀 그리고 저자의 찬란한 이력보다 전체 6개의 챕터로 구성한 목차의 내용이 나의 관심사와 잘 맞는 듯했다. 그 끝을 알 수 없는 광활한 우주, 그 어딘가에 있을법한 외계인의 존재, 테크놀로지의 진화로 탄생한 인공지능과 로봇 그리고 그 안에 공존하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는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책장을 열면 쉽게 알 수 있듯 엉뚱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때론 진지하고 철학적이기까지 하다. 조금만 읽어보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수십 편의 영화를 언급한 저자는 영화 <마션>으로 챕터를 시작했다. 지구와 가장 가까운 이웃 행성 '화성'이 인간의 삶을 이어갈 수 있는 대체 행성으로 언급되고 연출되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 되었다. 덕분에 <마션>이라는 영화가 아니어도 다양한 SF 영화의 배경지가 되기도 했다. 저자는 화성을 비롯한 우주의 어느 공간 속에 마련될 새로운 터전을 이야기하면서 현실 가능한 이야기와 판타지에 불과한 내용을 함께 언급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주 어딘가에서 지구를 바라보게 되는 미래의 인류를 상상한다. 결국 인간은 우주라는 공간을 개척하게 될 것이고 또 다른 생명체와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저자 역시 우주라는 공간과 어딘가에 있을지 모르는 외계 생명체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이어갔다. '우주 저 너머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문명 아래 살아가는 존재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면서도 그들이 우리의 진화보다 뛰어날 것이라는 영화적 상상력과 달리 뒤떨어질 수도 있다는 상상도 해봤다. 언제나 영화 속에 등장하는 외계 생명체는 지금 인간이 이룩한 테크놀로지를 훨씬 뛰어넘는 개념이었다. 그래서인지 정보의 총량을 기준으로 문명의 단계를 나눌 수 있다고 말하는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나 분자나 원자처럼 얼마나 작은 세계를 다룰 수 있느냐에 따라 월등한 문명이 될 수 있다는 이론물리학자 존 배로의 가설들은 그 자체로 매우 흥미로웠다. 외계 생명체의 문명이나 그들이 보유한 자원, 그들이 이룩했을 테크놀로지 등이 인류를 뛰어넘는다고 가정할 때 우리는 불가피한 침략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겠다. 또 어쩌면 영화 <컨택트>처럼 그들은 우리를, 우리는 그들을 이해하기 위한 접점을 찾으려 노력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들'이라 언급했지만 보통 '외계 생명체'라 표현하기도 하는데 그들이 어떤 모습을 갖추고 있을지 사실 구체화하기도 규정하기도 어렵다. 말하자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생명체'라는 것은 결국 인간이 만들어낸 상상력의 결과물이다. 저자가 언급한 것처럼 '외계생명'이라는 단어 자체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대한 논의 자체가 방대할 수밖에 없다고 마무리했던 두 번째 챕터를 전적으로 공감한다.
저자는 인공지능과 로봇을 세 번째 챕터에 다뤘고 난 이 챕터를 가장 눈여겨봤다. 우주여행이나 외계인에 대한 가설보다 인공지능과 로봇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한 인류에게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네이버나 구글 등 IT를 선도하는 기업들이 인공지능을 꾸준히 연구하는 것은 보다 편리한 라이프스타일을 꾀하기 위함이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인공지능이 이룩하게 될 생산성과 편의성, 사물인터넷의 고도화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일이다. 처음부터 컴퓨터를 잘 다뤘던 사람은 없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유선 전화는 무선으로 소위 '핸즈프리'가 되었고 스마트폰 자체가 휴대용 컴퓨터라도 된 듯 테크놀로지의 발전을 한꺼번에 담아냈다.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처럼 인공지능 자체가 일상의 도구로 진입하는 시대에 이르렀다. 인공지능과 로봇은 우리가 목격하게 될 가장 가까운 미래이면서 현실이다. 더불어 인공지능과 로봇은 함께 병행하게 될 공동체와도 같다. 보통 로봇이라 하면 팔다리에 모터를 달아 사람과 유사한 형태를 갖춘다. 결국 기계에 불과하지만 인공지능을 탑재하여 작동시키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로봇의 기본형이 만들어질 수 있다. 어떠한 알고리즘의 인공지능을 탑재시키느냐 그리고 어떠한 환경에 배치하느냐가 관건이겠다. 형태도 다양하게 만들어질 수 있겠다.
무형의 인공지능이 클라우드 속에 존재하며 인간과 깊은 대화를 하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준다는 스파이크 존즈의 <그녀>와 같은 케이스도 존재하지만 <터미네이터>처럼 인간을 소거하려는 공격형 기계 집단도 충분히 가능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로 그려진 바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인간의 존엄성'을 언급하며 한없이 유한하고 불완전한 인간이 인공지능을 연구하고 개발할 때 인간이라는 것이 어떠한 존재인지 심층적이고 철학적이며 실존적인 탐구 끝에 탄생한 결과물을 인공지능이 학습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 끝에는 인공지능 그리고 로봇과 공존하고 공생하는 사회를 이룩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인간과 기계가 결합된 사이보그나 휴머노이드를 호모 사피엔스의 진화로 언급하는 것에 살짝 갸우뚱하기도 했다. 실제로 일론 머스크가 사람의 뇌에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뉴럴 링크를 연구하고 있고 이스라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호모데우스>라는 책에서 '신의 영역으로 진입하는 인간'을 언급하기도 했다. 앞서 언급했던 '외계 생명체'에 대한 명확한 규정과 같이 인간과 사이보그, 인간과 신의 영역을 명확하면서도 조심스럽게 규정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는 '인간보다 더욱 인간적인' 인공지능의 개념과 차원이 다른 문제다. 단순히 기계적인 학문을 비롯하여 로봇공학과 생명공학 그리고 인간 윤리에 대한 문제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네 번째 챕터에서도 인간의 기본 능력을 뛰어넘는 초능력과 영화 <워터월드>의 주인공 마리너처럼 인간이 환경에 따라 진화한다는 내용 등은 픽션과 논픽션으로 잘 버무려졌다. 오버 테크놀로지가 존재할 수 있지만 SF나 판타지 영화를 보듯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인공지능과 더불어 책에서 서술한 테크놀로지는 우리 삶에 당장 영향을 주진 않는다. 기껏해야 뉴스에나 보도될법한 이슈이지만 세대가 거듭되고 시대가 바뀌면 결코 멀지 않은 시기에 받아들여야 할 운명이 될지도 모른다. 결국 우리가 꿈꾸는 미래가 다음 세대의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언젠가 인류는 그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이고 또 다른 차원의 산업혁명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읽은 후라서 그런 건 아니지만 본래 우주에 대한 단순한 궁금증과 호기심을 품고 살았다. 언젠가 '4차 산업혁명'이라는 키워드 하나로 공부를 해보기 시작했다. 전체를 다 이해하기도 어려웠지만 미시적인 학문 탐구까지 갈망하게 되었다. 책을 덮고 나니 이 책을 쓴 저자와 심도 있는 대화를 하고 싶어졌다. 작가와 팬의 입장의 입장을 떠나 영화를 사랑하고 우주를 동경하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과 사람이자 덕후와 덕후로서 끝없는 세계에 대해 끝없이 이야기해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