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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n 잡은 루이스 Apr 06. 2016

인생 뭐 있어? 그냥 떠나는거지!

일본 여행 에세이 #오키나와 1편


2016년 3월이 되면 지인들과 함께 괌에 가고자 계획을 잡았다. 

여름에나 쓸법한 여름휴가 5일을 연초에 미리 사용하는 것 자체가 애당초 쉬운 일은 아니었다. 

여러 가지 악조건이 겹치고 겹쳐 결국 일부 위약금을 물고 본의 아니게 '과감한 취소'를 해야만 했다. 

우리가 할 일은 그저 여행을 앞두고 있는 지인들을 부러워하며, 

"잘 다녀와. 우리 몫까지"라는 말을 남기는 것뿐.


작년 유럽여행이 마지막이었으니 비행기를 탄지 거의 1년이 다 되어간다. 

자칭 '노블레스 노마드(Noblesse Nomad, 귀족적 유목민)'라 생각하며 시간과 여유가 허락할 때 무조건 떠나자라고 다짐했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쉬고 싶다'

라는 말이 입 안에서 맴돌아 툭 튀어 나오기 직전이었다. 

연말부터 연초까지 이어진 약속들과 업무에 치이고 뒤틀려 지쳐갈 때쯤 뒤를 돌아보니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연초부터 휴가를 내본 적이 있었던가? 생각해보니 손에 꼽는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떠나자"

뒷일은 나중에. 

조금 바쁘긴 해도 손에 쥐고 있던 모든 일들을 다녀와서 생각하기로 하고는,

정확히 D-day 열흘 전에 여행, 숙소, 항공권과 관련된 것들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여행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쭉 깔아놓고 가격도 비교해보고 일정도, 코스도 재차 확인했다. 

그래서 결정한 곳이 바로 "오키나와"

저가항공을 이용하면 나름 "Reasonable" 했다. 더불어 숙소도 그리 비싸지 않고 이동하기 편한 곳으로 선택했다. 

결론은 형편대로 또 상황대로 준비되었고, 결과적으론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날씨가 문제였다. 

날씨 정보를 알아보니, 여행 내내 비 소식. 

"그래도 가보면 다를 수 있어. 혹시 알아? 태양이 작렬할지도"




오키나와의 날씨는 대략 20도 미만 수준이었는데 무슨 옷을 입어야 좋을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바람막이가 필수라는 어느 블로그의 정보를 얻어 반팔과 바람막이를 챙겼다. 우산도 가져갈까 하다 그냥 두었다. 괜히 짐만 될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비행기를 타기 위한 e-티켓, 렌터카와 호텔 바우처 등 필요한 서류들도 챙겼고 휴대폰과 카메라 충전 케이블도 완벽하게 챙겼다. 

3박 4일 여행인데 마치 군장을 싸듯 캐리어를 꽉 채웠다. 더 이상 완벽할 수 없었다. 


한참 동안 겨울방학을 만끽했던 학생들이 개학을 앞두고 있었던 3월 초.

날씨는 다소 쌀쌀했다. 

오래간만에 가본 인천공항의 장기 주차장에 주차타워가 생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 또는 출장 중인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던지 편하게 주차할 공간이 눈에 띄지 않았다. 

장기주차장 한 귀퉁이에 차를 세우곤 입국 수속을 위해 공항으로 향했다. 

여기저기 한국을 떠나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들, 한국 여행을 마치고 각자의 나라로 귀국하는 사람들까지 금요일이라 그랬는지 몰라도 공항에는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면세점을 둘러볼 시간도 없이 대충 허기진 배를 채우고 게이트로 달려갔다. 

지금까지 여행을 돌이켜보면 대략 여유가 있었는데 이번엔 어찌나 허겁지겁이었는지 모르겠다. 


오키나와행 티켓


어쨌든, 오키나와로 출발.




오키나와로 떠나는 제주항공의 작은 비행기에는 기내 모니터도 없고 기내식도 없다. 

유료로 판매하는 '씹을 거리'만 존재할뿐. 

One Glass Wine을 선택했고 몇 분 후 승무원이 상품을 가져다주었다.

겉보기에는 작은 병일 줄 알았으나, 일종의 팩이었다. 

종이컵에 따르니 딱 한잔이었다. 아, 비싸다. 


One Glass Wine


오키나와 인근의 작은 섬들


비행기 창 밖으로 보이는 바다와 오키나와의 작은 섬들


곧 밟게 될 오키나와 섬


약 1시간 30분 후 창밖을 내다보니, 오키나와 인근인 듯했다. 시커먼 바다가 보였고 날은 살짝 흐렸다. 

점차 고도가 낮아지는 비행기. 

착륙을 알리는 기내 방송이 나오고 우린 그렇게 오키나와 땅을 밟게 되었다. 

입국 수속을 무사히 마치고 호텔 리무진 시간을 알아봤다. 

한국사람만큼이나 한국말을 잘하는 일본인 안내직원이 약 1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금방 떠나버린 리무진을 붙잡을 순 없으니 일반 버스 시간을 물어봤고 약 10분 후에 탈 수 있음을 알려주었다. 

밖으로 나가니 어마어마한 바람이 불었다. 비도 조금씩 내리는듯한 흐린 날씨. 

마치 태풍이 불어오는듯한 느낌이다. 

대략 10분 후, 시내버스가 도착했다. 작은 티켓을 받으라고 하더니 돈은 나중에 내란다. 

그리고 버스는 달리기 시작했다.


주변을 돌아보니 꽤 작은 차들만 보였다. 

나 역시 곧 렌터카를 몰고 움직여야 하니 도로 사정을 잘 봐둬야 했다. 

차가 막히는지, 우회전과 좌회전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교통 신호는 어떤지. 

운전이야 몇 년째 무사고이긴 해도 우리나라와는 반대로 조수석에 붙어있을 핸들을 잡고 반대편 도로를 이용해야 하는 느낌이 굉장히 낯설거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살짝 긴장도 되고 말이다. 


나하공항 인근 도로

우리가 머물게 될 곳은 공항에서 약 1시간이 조금 넘는 거리.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버스는 시내를 거쳐 온갖 정류장에 서기 시작했다. 심지어 정류장도 많게 느껴졌다. 

덕분에 오키나와 도심 구경은 실컷 했지만 바퀴 달린 캐리어가 버스 안을 떠나려 발버둥을 치는 바람에 빨리 도착해주기를 원하고 또 원했다.

사실 야자수 나무가 도로 주변으로 가득한 제주도 느낌을 상상했으나 그런 길은 아니었다. 심지어 차도 막히는 듯했다. 


맙소사

거기에 비까지 내리기 시작했다. 

버스 앞유리창의 와이퍼가 힘차게 물기를 닦아냈다. 

"아, 우산도 없는데 어쩌지? 편의점에 들러서 사야 하나?"

걱정도 잠시, 주변을 조금 더 둘러보다가 이내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잠시 뒤, 얼마나 왔을까 구글 맵을 켜봤지만 호텔까지 대략 2분의 1 정도 온듯했다. 

시내길을 지나고 나니 그나마 조금 더 빨리 달리기 시작했다. 

우리가 내릴 곳은 아메리칸 빌리지의 군 병원 앞!

비도 오고 차도 막히는 바람에 예상보다 늦어졌지만 무사히 도착했다. 조금씩 내리는 비를 맞으며 약 10분을 걸어갔다. 

보기에도 한국보다 좁은 도로와 그 도로에 알맞게 들어간 작은 차들이 귀엽게만 보였다. 

높게 솟은 비치 타워 호텔이 한 눈에 보였다. 사진 찍을 틈도 없이 부랴부랴 움직였다. 

벌써 지쳐간다. 

예상대로 날씨는 별로였다. 파란 하늘과 푸른빛의 바다가 온통 회색빛으로 보였다.

왼편으로는 야구경기장 같은 곳이 있었고 오른편으로는 대형마트인 이온(AEON) 몰이 있었다. 


드디어 호텔에 도착! 

호텔 로비는 뭐랄까 '촌스럽다'라는 말이 어울리는 듯했다. 체크인을 하고 룸에 들어가니 상황은 달랐다. 

일본이라고 해봐야 도쿄와 벳푸가 전부였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넓고 가장 쾌적했다. 

날씨만 좋았다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끊이질 않는다. 

호텔에서 바라본 아메리칸 빌리지


짐을 대충 풀어놓고 더 늦기 전에 저녁을 먹기로 했다. 

오키나와에서 즐길 수 있는 맛집의 장르는 꽤 많았다. 스테이크, 라멘, 초밥, 랍스터 등등.

이 곳에서 유명하다고 소문난 구르메스시는 평가가 엇갈리지만 꼭 가볼만한 곳 중 하나라고 한다. 

이 날 저녁, 구르메스시 뿐 아니라 먹을만한 곳을 미리 찾아두고자 아메리칸 빌리지 주변을 돌았다. 

결국엔 구르메스시도 못 찾고 주변에 있는 초밥집을 찾았다. 

'이찌방테이스시(一番亭)'

아메리칸 빌리지 답게 서양인들이 눈에 띄었다. 사실 몇몇 외국인을 제외하곤 거의 사람이 없는 편이었다. 


회전하는 레일 위에 놓인 스시는 사실상 볼품없었다. 아마도 사람이 거의 없는 탓이었을 터.

스시의 신선함이 돌고 돌아 증발해버린 듯하다. 

우린 메뉴판에서 가장 푸짐하게 보이는 스시를 주문하고 이 곳의 맥주인 '오리온맥주'부터 들이켰다. 

오늘의 피로를 말끔하게 씻어주는 상쾌한 맛!

 

오키나와 맥주, 오리온
오리온맥주와 스시세트. 오키나와 아메리칸 빌리지 일번지스시

솔직히 말해, 이찌방테이의 스시는 평균 이하였다. 

하지만 충분한 저녁이었다. 

뭔가 아쉬움이 남기도 했지만 또 다시 비가 내릴지도 모르고 '내일'이 있으니 호텔로 발길을 돌렸다. 

돌아가는 길에 스타벅스에 들러 손에 데일 정도로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샀는데 뒤늦게 알고보니

스타벅스 뒤편으로 '구르메스시'가 있었다는 사실. 


컵누들과 조니워커의 조합


호텔 로비에서 사 온 컵누들과 면세점에서 열심히 고른 조니워커로 조용히 하루를 마무리했다. 

이 곳의 컵누들은 박스채로 사들고 가고 싶은, 변함없는 맛이었다. 

이녀석을 산다면 호텔 로비 상점보다 당신의 숙소 가까이 있을 그 어딘가의 마트를 추천한다. 



아, 과연 내일이면 날씨는 괜찮을는지.


아메리칸 빌리지 야경


우리가 머물렀던 아메리칸 빌리지는 미국의 서해안 분위기라고 하는데, 사실 한국의 서해안을 제외하고는

가본적이 없어 비교 불가, 확인 불가다. 

이 곳은 미국 샌디에이고에 있는 시포트 빌리지를 모델로 삼았다고 한다. 

바로 위 사진 오른편에 있는 대관람차는 아메리칸 빌리지의 상징물로서 60미터 크기다. 

더불어 이 곳 저 곳에서 쇼핑몰, 상점도 볼 수 있고 레스토랑도 즐비하며 밤새 떠들어대는 바도 존재한다. 

볼링장과 극장까지 있어 각자의 여유와 이 곳의 문화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안 그래도 많이 긁히고 치였는데 오늘 하루 고생했다, 내 신발. 


오키나와편은 내용이 길어져 나누고자 합니다. 양해해주세요!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인사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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