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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n 잡은 루이스 Apr 14. 2016

나중에 다시 만나요. 오키나와

일본 여행 에세이 #오키나와 3편

다시 아침이 밝았다.


오늘은 맑기를 기대하고 기원하고 기도하며.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 똑같이 커튼을 열고 늘 그렇듯 하늘부터 쳐다봤다.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였다. 그래도 조금은 불안했다.

오늘은 차를 가지고 조금 더 멀리 가보기로 했다.

숙소가 있는 아메리칸 빌리지, 즉 자탄에서부터 북쪽 모토부 방향으로 대략 2시간 정도 달려가면 추라우미 수족관에 다다른다.

어느 사이트를 보니, 나하공항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모토부까지 1시간이라 했는데. 어떻게 가면 1시간밖에 걸리지 않는 걸까 궁금했다. 내가 일본 운전의 초보이기도 하고 초행길이라 그런걸까?


어찌 됐든,

날씨가 좋은 경우 코우리대교에서 쉬림프웨건(Shrimp Wagon)이라는 맛깔난 음식을 경험할 수 있다고 하니 일단 스케줄에 넣어봤다.

물론 비가 오지 않아야 한다는 점.


오키나와 북부 지도. 좌측 하단 '자탄'에서 북쪽 모토부까지의 길.  출처 : 구글지도
코우리대교에서 파는 쉬림프웨건  출처 : 구글


오늘도 어제처럼 똑같은 길로 진입해서 고속도로를 탔다.

어제 들렀던 만좌모 방향의 IC를 지나고 나니 역시나 빗방울이 떨어졌다. OMG

추라우미 수족관의 입장권을 싸게 판다는 교다휴게소에 들러야 하는데 여기까지만 해도 대략 1시간이 넘은 듯했다.

교다휴게소를 앞두고 비가 더욱 거세졌다. 양동이로 퍼붓는듯한 비가 마구 쏟아져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살벌하게 내리는 비임에도 불구하고 해안길을 따라 마라톤을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빗속을 뚫고 휴게소에 도착했다.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고속도로 휴게소를 상상했으나 그렇지 않았다.

심지어 주차장도 좁았다.

주차장에 들어가기 위해 줄지어 서있는 차량들이 휴게소에 들렀다 빠지는 주차공간을 마냥 기다렸다.

어느 하나 경적소리도 내지 않고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약 10분 후 공간이 생겨 주차를 하고 입장권만 사기로 했다.

시간별로 다르지만, 평균적인 성인 입장료가 1,850엔(한화 약 2만원)인걸 감안하면 이 휴게소에서 파는 입장권의 가격 1,600엔(한화 약 1만7천원)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 더구나 추라우미로 가는 길에 위치해있으니 들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추라우미로 가는 동안 계속해서 내리는 비

우리의 비츠(렌터카)는 다시 빗속을 뚫고 달렸다. 비는 도저히 그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왼쪽으로 보이는 해안은 먹구름과 폭우로 회색빛이었지만, 날씨만 좋다면 장관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툭툭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와 블루투스로 연결해 들리는 클래식 피아노 소리가 나름 잘 어우러졌다.

그 언젠가 바로 여기,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음악을 들을 수 있기를 희망했다.



추라우미 수족관에서 바라본 해안가
추라우미 수족관 앞 바다

느지막이 추라우미 수족관에 도착했다.

일요일이라 그랬는지 사람들도 꽤 있었고 주차장에도 차가 많은 편이었다.

바닷가 바로 앞에 자리한 수족관인지라 배경 하나만큼은 매우 훌륭했다.

수족관이라면 '어디 가나 다 비슷하겠지'라는 생각이었다.

63빌딩이나 코엑스 수족관, 제주 한화 아쿠아리움, 시드니 아쿠아리움, 두바이 버즈칼리파 아쿠아리움까지 웬만한 수족관은 다 가봤으니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했다.

작은 물고기부터 대형 수조에서 헤엄치는 수백, 수천 마리의 물고기들이 이루는 그들의 생활은 여전히 특별한 볼거리다.

추라우미의 특징은 대형 수조 안이 좁아 보일 정도의 거대한 고래상어가 있다는 점. 그것도 3마리나 말이다.

 

대형수조 앞에서 고래상어를 구경하는 사람들.
내가 고래상어다.
지나가기 전에 얼른 보시게들


추라우미 수족관(Okinawa Churaumi Aquarium)
오키나와 모토부에 자리한 이 수족관은 세계에서 2번째로 크다고 한다. 해양박람회기념국립공원의 일부로서 2002년 개장했다.
(미국 애틀랜타의 조지아 아쿠아리움이 세계에서 가장 큰 수족관으로 알려져있다)
1층부터 4층까지 각각 테마로 꾸며졌다. '심해의 여행', '쿠로시오의 여행', '산호초의 여행', '대해로의 초대'
이름도 길쭉한 '해양박람회기념국립정부공원'은 1975년 국제해양박람회가 열렸던 곳에 조성된 테마파크로서 일본 최대의 아열대 공원이다.
쿠로시오 바다라는 타이틀의 대형 수조는 높이만 8.2미터, 폭은 무려 22.5미터에 달한다.
이는 기네스북에 등재된 최대 규모라고 알려져있다.

당연히 압권은 고래상어다. 유유하게 헤엄치는 고래상어의 크기는 대략 8미터. 이렇게 거대한 고래상어는 어떻게 잡혔고 또 어떻게 이 수조 안으로 들어왔을까 내내 궁금했다.

더불어 광활한 바다에 있을 녀석들이 아무리 넓다고 한들 이 수조에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까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브런치에 올려보는 물고기들의 대향연.

자 카메리 셋팅 완료. 레디 액션!
타임랩스로 만들어본 그들의 생활.
가까이 와봐. 잡아먹진 않을께. (주변 소음이 조금 있습니다;;)
어마어마 했던 크랩


실내 수족관 구경을 하고 바깥 전시관까지 둘러봤다. 약 1시간 반쯤 이 곳을 둘러본 것 같다. 

조금씩 내리는 비. 

해안가로 가보니 이 곳에 놀러 온 학생들이 바닷가에서 장난을 치며 뛰어놀고 있었다. 

바닷물은 굉장히 맑았다. 

멀리 보이는 섬 하나와 푸른 바다가 마치 제주도 협재해수욕장의 느낌을 준다. 



차로 돌아가 수족관을 빠져나왔다.

결국, 코우리대교까지는 무리라 생각됐고 영업도 하지 않을거라는 판단 하에 호텔로 복귀하기로 했다.

자 이제 또 1시간을 넘게 달려야 한다. 

다시 숙소로 가게 되면 어둑해질 듯하다.

난 그렇게 열심히 내달렸고, 무사히 호텔에 도착했다.


오늘의 저녁은 그렇게 찾아 헤맸던 구르메스시!
아메리칸빌리지의 맛집, 구르메스시


이 곳의 사람들도 즐겨 찾는다는 초밥집.

역시나 사람들로 꽉 찬 실내. 번호표는 필수였다. 

직원으로부터 번호표를 받아 대기를 시작했다. 

일본인, 한국인, 서양인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는 만큼 맛 하나는 일품이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대략 20분 후, 우리 순서가 되어 자리에 앉았다. 

회전레일을 통해 돌고 있는 초밥들이 첫날 다녀왔던 이찌방테이 스시와는 차이를 보였다.

밥알이 굵고 신선한 회가 올라간 스시는 굉장히 푸짐했다.

바로 앞 모니터를 통해 스시를 주문하면 바로 만들어져 손님 앞으로 전달된다.

 

이 모니터를 통해서 주문해주세요.


여기에 빠질 수 없는 건 역시 '오리온 맥주'

오늘 쌓아놓았던 피곤함이 맥주 한잔과 스시 한 점에 사라진다.

거대해 보이는 스시와 오리온맥주
분주히 움직이는 스시의 장인들
스시 종류가 이렇게나 많습니다. 대기하는 동안 줌을 당겨 찍어 다소 흐립니다.


다 먹고 계산을 하려고 정산을 누르니

요상한 문구가 등장했다.

"고맙습니다. 좌석에서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나는 요리의 숫자로 분쟁을 해결합니다"

아마도 일본어를 한국어로 직역했기에 다소 어색한 문구로 표현된 듯하다.


음식을 다 먹고 정산을 누르면 이러한 문구가 등장합니다.


호텔로 돌아가 호텔 내에 마련되어 있는 온천에 가기로 했다. 

물론 어제도 가긴 했다. 호텔에 묶는 동안은 무료로 이용이 가능했다. 조금 서둘러 가면 수영복을 입고 따뜻한 온천물에서 즐길 수도 있다.

실내에 준비된 욕탕은 작고 사람은 많았지만 그래도 충분히 있을만하다. 

수건을 들고 들어가는 문화가 어색하긴 하지만 예의라고 하니 알려준 대로, 그리고 알아본 대로 들어갔다. 

온천수라 그런지 확실히 매끄러운 느낌이 든다. 썩 괜찮은 편이다. 

하늘 위로 빗방울이 살짝 떨어졌다. 

노천탕이라고 해봐야 천장만 뚫려있는 곳. 위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따뜻한 온천에서의 느낌이 나른한 기분으로 만들어준다. 

그렇게 다시 한번 피곤이 사라진다. 

여기 온천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이 우유다. 

온천을 마친 후 휴게실 자판기에서 뽑아먹을 수 있는 하얀 우유와 커피 우유의 맛은 내가 어렸을 적 마셨던 바나나 우유의 기분만큼이나 훌륭하다. 



드디어 마지막 날.

이 곳에 들어온 이후로 가장 맑은 날씨를 뽐냈다. 

'조금만 더 있다가 가렴'이라고 놀리는듯한 느낌.


1층에 마련된 뷔페식당도 창문을 열어두고 손님을 맞이했다.

해변에도 사람들이 여럿 앉아있었다. 선글라스와 반팔을 필수로 착용해야 나갈 수 있을 만큼의 적절한 온도와 태양이 존재하고 있었다. 

하필이면, 떠나려고 하니 이렇게 날씨가 좋은가? 아주 얄미웠다. 어쩌면 이렇게 타이밍을 못 맞추는 것인가?

오늘 같은 날, 어제 추라우미 수족관으로 달렸던 그 길을 갔다면 훨씬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비로소 오키나와는 비구름에서 벗어나 진정한 면모를 되찾았다. 


비가 개이고 화창함을 찾은 아메리칸빌리지
호텔 앞 선셋비치
비치타워 호텔
선셋비치 바다


뭐 날씨를 탓하기보다 비 오는 날을 선택한 우리 그리고 이런 타이밍을 원망할 수밖에.


꼼꼼하게 다시 짐을 챙겼다. 

그동안 우리에게 힐링을 준 소파, 침대 그리고 아침마다 바라봤던 아메리칸 빌리지, 모두 안녕. 

캐리어를 들고 나와 체크아웃을 하고 공항으로 향했다. 

도심으로 진입하니 교통량이 증가했다. 

렌터카는 기름을 꽉 채워 반납을 해야 하는데 몇 군데 주유소를 지나치고 나니 다신 보이지 않았다. 

꽤 있을법했지만 그냥 반납할 수밖에 없었다. 

도요타랜드 직원은 우리가 달렸던 주행거리를 계산하고 그만큼의 기름값을 산정했다. 

이 곳에서 공항까지는 도요타랜드 전용 버스가 픽업 서비스를 해준다. 


그런데...

공항에 일찍 도착하니 대기시간이 꽤 길었다. 

주변을 둘러보다가 티켓팅 오픈시간을 알게 됐다. 그리곤 담당 직원이 물었다.

"한국 가시죠? 문자 받으셨듯이..."

"아뇨. 연락 못 받았는데요? 전화도 안 왔는데?"

그랬다. 

비행기 시간이 지연되어 죄송하다는 말. 대기시간은 더욱 길어졌다. 

시간을 확인하니 탑승시간까지 대략 2시간이 넘게 남았다.

국내선 청사를 가면 볼거리도 많고 먹을거리도 많다했지만 캐리어를 끌고 가기엔 다소 무리라 생각했다. 

결국 오리온맥주로 계획에도 없던 점심 및 낮술을 즐겼다.

모밀국수 정식과 오리온맥주
우동 한그릇과 오리온 맥주

 

티켓팅 시간에 맞춰 짐을 보내 놓고 안으로 들어가 다시 대기했다. 

면세점이라고 해봐야 그리 크지 않아 조금만 돌면 아이쇼핑에서 실제 구매까지 얼마 걸리지 않는다. 

한국에 도착하니 저녁 8시. 그리고 집에 들어가면 9시가 넘는 시각. 

하루만 더 쉬었으면 하는 생각이 집에 오는 내내 머릿속에서 맴돈다. 

이렇게 오키나와에서의 짧은 여행이 끝이 났다. 

 


특별한 계획 없이 질러버린 오키나와 여행. 

짧은 4일의 시간 동안 비도 많이 맞았지만 가장 편한 여행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날씨가 더 좋았다면 오히려 아쉬움이 더욱 컸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해보지 못한 것. 가보지 못한 곳. 먹어보지 못한 음식들까지. 

시간이 허락한다면 그리고 짧은 여유라면, 아마도 난 다시 오키나와를 선택하게 될 것 같다.

3편으로 쪼갰던 오키나와 편을 마무리합니다. 더불어 일본 여행 에세이도 여기서 마무리하게 됐네요. 


다음에도 다른 나라 여행으로 돌아오겠습니다. 


※ 제가 쓰는 여행 에세이는 그저 '후기'에 불과합니다. 그래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인사드립니다. 이 콘텐츠들을 모아 모아 다시금 정리도 해보고자 하는데요. 

많은 관심과 의견, 질타, 성원 모두 감사히 받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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