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에 일기 쓰듯 남기는 짧은 글입니다
난 글을 쓸 때 어느 때보다 더 신중해진다. 지금까지 다룬 글 그리고 앞으로 다루게 될 글 자체 대부분 팩트'에 기반하니 자칫 사실과 내용이 달라져버리거나(혹은 틀리거나) 혹은 말도 안되는 비문이 되거나 정보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지는 않을까 우려해 반복해서 찾아보고 곱씹어본다. 글을 쓰다 서랍에 넣어두곤 다시 펼쳐본다. 그리곤 처음부터 읽어보고 전체를 또 다듬는다. 그래서 첫 문단만 수십 번 읽을 때도 있다. 굳이 손대지 않아도 될만한 문장인데 이리 바꿔보고 저리 바꿔본다. 처음에 생각했던 글들이 자꾸 뒤틀리기를 반복한다. 결국 하나의 글을 완성하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건 평범한 에세이도 다르지 않으니 후천적 습관이 생긴 것 같다.
글을 완성한 후 ‘맞춤법 검사’에 이어 ‘발행'을 누르고 아주 짧은 '쉼'에 들어간다. 본업에 집중하고 미뤄두었던 할 일을 한다. 애초에 '글 쓰는 사람'도 아니고 '작가'가 본업도 아닌 그저 취미일 뿐인데 왜 이리 집중하게 되는 것인지. "난 글의 조회수에 별로 관심 없어"라고 하면서도 통계를 들여다본다. 심지어 수차례 확인한다. 평소보다 유입량이 많으면 어디에서 들어오는 것인지 유입처를 보기도 한다. 이쯤되면 관심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 대놓고 집착하는 것 같다.
지금까지 300여 개의 글을 쓰면서 8천 명 이상의 구독자들을 모았다곤 하지만 브런치가 처음 론칭된 후 구독 이벤트가 있었던 터라 '내 글이 좋아서'가 아니라 '이벤트를 위한' 구독자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허수(유령 구독자)가 꽤 있는 듯하다. 그런데 그 마저도 점차 줄어들고 있는 중이다. 잡고 싶지만 잡을 수가 없다.
사실 글을 쓰면서 '소통'이 중요하다고 느끼는 편인지라 글의 말미에 '사실과 다르거나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댓글로 알려주세요'라는 문구를 남긴다. 내가 쓴 글 자체가 '완벽'하지 않으니 조금씩 소통하면서 다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남기는 문구에 가깝다. 글의 취지는 대부분 '서로 알아갑시다. 그래서 좋은 정보를 만들어갑시다'였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글을 보다 보니 굉장히 방어적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틀리면 좀 어때?' 거침없이 쓰고자 했지만 결국 '실수하면 큰일 난다'는 강박이 생겨나는 듯했다. 일례이긴 하지만 <나노 테크놀로지 그리고 아이언맨 수트의 가능성>이라는 글을 네이버 포스트에 다루면서 '오버 테크놀로지'라며 가시 돋은 악플을 받기도 했다. 악플러가 1명이라면 어떻게든 설명하고 설득하겠지만 수십 명이 되면 도리가 없다. 그래서 방어적인 글이 되고 실수라도 하면 큰일 나는, (비록 완벽하지 않지만) 완벽주의 성향으로 바뀐 것은 아닌지.
내 브런치에는 댓글이 별로 없다. 다른 작가분들의 글을 보면 넘쳐나는 댓글로 화기애애, 상호 소통하는 모습을 볼 수 있지만 그간 IT 트렌드를 다루면서 원했던 소통은 (거의) 단절에 가까웠다. 다들 관심이 없다기보다 그냥 댓글로 달만한 것이 없다고 봐야겠다. 때론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지만 그렇다고 악플은 받고 싶지 않다.
결국 글을 쓰는 것에도 매너리즘이 오는 듯하다. 본업도 내팽개칠 정도로 집중하는 것도 아니니 번아웃 수준도 아니긴 하지만 '내가 왜 이런 걸 쓰고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트렌드가 바뀌고 카카오가 브런치에 대한 서비스 모델 자체를 엎게 되면 사라져 버릴지 모를 무형의 콘텐츠가 아닌가. 하지만 난 오늘도 서랍에 글을 채워 넣고 있다. 쓰다 보면 알게 모르게 성장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건 구독자도, 관심도, 댓글도 아니라 내적 성장인 것 같다. 이제 막 자라는 중이면서 '나 다 컸으니 칭찬해줘요'라고 말하는 꼴이라니. 욕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