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은 아니지만 채식도 즐깁니다

비건이 아니라서 소고기도 먹긴 합니다!

비건은 아니지만 채식도 즐긴답니다

적당히 운동도 하고 결코 극단적이지 않은 정도로 식단 조절을 해가면서 체중 감량을 시도했던 적이 있다. 체중계에 적힌 숫자는 아주 더디게 내려갔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 그걸 또 반복하고 있다. 다이어터는커녕 유지어터조차 힘든 이 먹성을 어찌하면 좋을까. 잘 먹고 살 찌우는 건 순식간이지만 이를 덜어내는 다이어트는 지루하고 힘든 극한의 도전이다.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르니 라면이고 칼국수고 적당히 멀리하는 수준에 이르렀도다. 탄수화물보다 야채를 즐겨먹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봐야 할까. 당근이고 브로콜리고 싫어하는 야채가 없을 정도다. 아니 없어서 못 먹는 정도가 되었다. 비싸긴 해도 잘 포장된 샐러드를 사다가 아침마다 먹기도 했다. 최근 회사 주변으로 샐러드를 판매하는 매장들이 우후죽순 늘어났는데 곳곳마다 사람들이 가득하다. "다들 건강 챙기는구나" 대다수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점심시간 샐러드를 먹고 있는 내게 회사 동료가 기름 좔좔 흐르는 햄버거를 들고 이렇게 말했다.

"요즘 다이어트하는구나? 그래도 고기처럼 씹어야 맛인데" 그러고는 햄버거를 한입 가득 씹는다. “그래도 익숙해지면 먹을만해” 소처럼 풀을 뜯고 씹으며 아무렇지 않게 응했다.

오리엔탈에 발사믹,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드레싱이 야채 위로 뿌려진다. 굉장히 익숙한 맛과 야채의 식감이 제일 먼저 혀를 감싸며 몸속으로 들어온다. 철저한 비건도 아니니 가끔 채식을 할 뿐이다. 매일 삼시세끼 먹었다면 드레싱은 물론이고 채소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 풀향으로 인해 초식동물이 된듯한 느낌마저 들고 말 것이다. 사실 그건 좀 처절해 보인다. 가끔 이렇게 먹는다고 체중 감량이 가능하기나 할는지. 그런데 이처럼 채소를 소비하는 행동이 지구를 위한 작은 움직임이 될 수 있다고 하니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온실가스도 줄이고 기후 변화까지 막으려면 채식해야 돼"

"우리가 조금 채식한다고 온실가스가 퍽이나 줄겠다"

실제로 붉은 고기를 생산하려면 예상치 못한 대량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고 한다. 아주 오래전 <무한도전>에서 비몽사몽이 된 길과 하하에게 유재석이 퀴즈 하나를 냈다. "소가 트림을 하면서 내뿜는 가스로 이산화탄소보다 25배 강한 온실효과를 내는 가스는?" 여기에 하하는 "니코틴"이라고 답했고 그 앞에 있던 길은 "메탄"이라며 정답을 외치기도 했다. 결국 소를 키우고 붉은색 육류를 생산하는 동안 온실가스 자체가 우리 세상을 뒤덮고 있다는 것이다. 초록빛 초원 위의 수많은 소들만 보면 그저 아름답거늘 눈에 보이지 않는 그 하늘 위로 메탄가스가 채워지고 있다는 것이라니 이 무슨 반전인가.  

"뭐야, 나 소고기 좋아하는데. 없어서 못 먹는다"

가끔 채식도 하지만 분명 소고기도 소비한다. 완벽한 비건이 될 거라는 보장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비중 자체를 습관이 되도록 바꿔볼 필요는 있겠다. 어쨌든 채식으로 인한 변화는 내 몸을 바꾸는 것부터 세상을 지켜줄 가장 작은 행동이 되는 것이니 말이다. 그동안 내 몸 하나 챙긴다고 갖가지 채소를 먹긴 했지만 소고기와 같은 붉은색 육류를 줄이고 비건은 아니어도 채식을 하는 행위 자체는 지구의 건강도 지킨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작지만 어떻게든 변화를 이루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