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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n 잡은 루이스 Feb 14. 2022

다들 친환경 비누로 설거지하시죠?

지구를 위한 아주 작은 행동 하나


다들 친환경 비누로 설거지하시죠?


자고로 집안일은 적당히 분배하고 서로 배려해야 하는 것. 누가 ‘안사람’이고 ‘바깥양반’인지 구분도 되지 않는 맞벌이 부부라는 입장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집안일 좀 도와주십니까?”

“집안일을 돕다뇨? 같이 하는거죠”

그래, 집안일은 단순히 돕는 것이 아니라 같이 하는 것이다. 청소와 요리, 설거지, 빨래, 쓰레기 배출까지 적당하게 업무를 분장하는 것도 꼭 필요할 것 같다. 누가 어떻게 청소하느냐에 따라 쾌적함이 달라진다. 빨래야 세탁기가 한다지만 결국에 차곡차곡 개는 일도 포함해야 한다. 무엇보다 누가 부엌을 지배하느냐에 따라 그날 먹는 음식의 맛도 달라진다. 요리를 자신하진 않지만 나름대로 미식가를 자처하니 어느 정도의 맛을 구현할 줄 안다. 사실상 ‘흉내내기’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래저래 요리를 하다 보면 갖가지 도구들에 그릇까지 잔뜩 씻어내야 한다. 요리의 처음과 끝은 ‘깔끔한 정리’다. 


그러던 어느 날 수세미를 들고 말했다. 

“세제가 없는데?”

“거기 있잖아. 비누”

비누? 뽀득뽀득 잘 닦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던 내게 펌프질로 수세미를 가득 채웠던 지난날이 문득 떠오른다. 거품도 좀 나고 콸콸콸 쏟아지는 물에 닦아내는 ‘설거지’라는 일련의 행위들은 철썩 달라붙은 밥풀부터 물만 헹궈도 없어질법한 조금의 흔적까지 완벽하게 없애는 작업이었다. 그런데 비누로 설거지를 한다니? 잘 닦이기나 할까?

사실 얼마 전에 생일선물로 친환경 도구들을 종합선물세트처럼 받은 적이 있다. 친환경 시대에 살고 있지만 ‘에코인싸’를 증명하는듯한 특색 있었던 선물이었다. 대나무 칫솔과 손수 만든 친환경 수세미 그리고 행주로 감싼 주먹만 한 비누였다. 

“고마워. 잘 쓸게”

사실 비누라는 존재를 확인했음에도 어디에 써야 하는 용도인지 알 수 없었다. 그 비누를 들고 당연한 목적지인 듯 아무렇지 않게 욕실로 향하던 그 찰나 친구에게서 톡이 날아왔다. 

“혹시 몰라서 얘기하는데 그 비누는 설거지용이야. 괜히 얼굴 닦지 마. ㅋㅋ”

“아, 설거지 비누라는 게 있었어?”

하마터면 설거지 비누로 얼굴까지 뽀득뽀득 닦을 뻔했다. 안 그래도 피부 트러블이 있어 고민이었는데 엄청난 일이 벌어질 뻔했다. 


생각해보면 비누는 사용하면 할수록 서서히 녹아 완벽하게 사라진다. 그게 비누의 운명이다. 그러나 계면활성제가 대부분인 거품세제는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환경적으로 좋지 않다고 한다. 그럴 만도 했지만 크게 고려하지 않고 사용했던 것 같다. 심지어 거품 가득했던 액체 세제로 닦아내는 것이 더 깨끗하다고 느꼈었다. 하지만 손에 닿은 감촉이자 느낌만 그러할 뿐, 실제로 비누의 세정력을 액체세제와 비교해도 크게 차이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났고 난 비누에 익숙해졌다. 그 덕분에 샴푸 대신 고체 비누를 쓰기도 한다. 사실 이렇게 작은 행동이 지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까? 아마 티도 나지 않을 것이다. 

“난 친환경 비누를 쓰면서 지구 환경을 보호하고 있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샴푸를 쓰고 액체세제를 쓴다고 해서 “난 거품 가득 설거지하면서 지구를 파괴하는 중이야”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거지 비누 쓰면 친환경에 도움 된다고 하더라. 그러니 너도 써봐”라며 누군가에게 자신 있게 권장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친환경을 위한 거대한 인식 변화에 작은 ‘시작’ 일지도 모른다.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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