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en 잡은 루이스 Dec 12. 2022

탈포털 시대와 네이버 뉴스 개편

포털에 의존하는 언론사, 그들의 저널리즘은 과연 변화할까?


얼마 전에 '뉴스와 저널리즘 그리고 네이버의 뉴스 서비스'에 관한 '2022년 미디어 커넥트데이'가 개최되었다. 그간 네이버는 언론사의 뉴스 제휴 관계자들을 한자리에 모아 이러한 자리를 마련하곤 했다. '지난 1년간 뉴스 서비스는 어떠했고 언론사와의 상생은 또 이렇게 진행되었다'라는 반성과 곱씹기이면서도 '네이버 뉴스는 앞으로 이렇게 변화하게 될 것입니다'라는 예고가 함께 담겨있다. 뉴스와 저널리즘을 이야기하기도 할 테지만 생각보다 미미한 편이었다. 어쨌든 '미디어 커넥트데이' 중심에는 키워드 그대로 네이버 뉴스 서비스(미디어)가 기본이 되니 꾸준하게 '상생'을 언급한다. 


네이버 미디어 커넥트 데이.   출처 : NAVER


네이버 뉴스의 변화

네이버 뉴스는 수차례 변화를 거듭했고 지금의 상태로 자리했다. 그런 와중에도 저널리즘에 대한 이야기와 잡음 등은 끊임이 없었다. 일부 메이저 언론사도 옐로 저널리즘(yellow journalism :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기사들을 과도하게 취재하고 보도하는 신문의 경향을 말한다) 성격으로 변질되기도 했고 어떤 언론사들은 자신들의 기사에 '단독', '속보'까지 붙여가며 밤이고 낮이고 그야말로 불철주야 경쟁 모드였다. 이는 메이저, 마이너를 가리지 않았다. 어떤 기자의 기사에는 [단독]과 [긴급], [속보]라는 말머리가 떨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사실 네이버라는 플랫폼을 전체적으로 바라보면 빼거나 더할 것도 없이 그저 '포털(portal)'이다. 검색 기능부터 블로그, 카페, 지도, 사전 등 수많은 옵션들이 있지만 뉴스 역시 하나의 서비스로 제공될 뿐이다. 그러니까 네이버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털'이지, 뉴스를 중심으로 하는 플랫폼이라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다. 또 그만큼 뉴스를 많이 내려놓은 편이기도 하다. 모바일의 경우 (과거에는) 네이버에 접속만 하면 바로 뉴스부터 보였다. 좋든 싫든 문만 열면 바로 뉴스에 닿게 되어있었다. 


'Brave' 웹브라우저에서 보이는 네이버 PC 화면.  출처 : NAVER 웹사이트(2022.12.7 기준)


과거의 네이버 뉴스는 알고리즘이 아닌 사람의 손으로 편집이 되기도 했다. 네이버가 편집하는 기사가 전면에 노출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클릭하게 되는 것이었으니 뉴스를 편집하는 '사람' 즉 네이버의 권력은 어마어마했다. 시간이 흐르고 뉴스 편집 역시도 (네이버의)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전면에 배치되었다. 첨단 테크놀로지가 사람을 대신하게 되는 풍경을 그대로 보여주게 된 단적인 사례다. 편집하는 사람이 필요가 없을 정도로 인공지능의 콘텐츠 추천 기능을 중심으로 뉴스가 편집되었다. 연령대부터 뉴스를 골라보는 특정 취향 등을 고려하여 추천하는 형태인 것이다. 사실 추천 알고리즘은 뉴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사용자의 소비 패턴만 제대로 분석하면 사용자가 좋아할법한 콘텐츠를 내놓는 것이라 유튜브나 넷플릭스에도 이렇게 적용되곤 한다. 물론 네이버 뉴스에서는 AiRS라는 인공지능 추천 알고리즘을 활용하고 있고 세부적인 알고리즘은 다를 수 있다. 네이버 뉴스 뒤로 AiRS가 숨어있었지만 알고리즘 자체를 한쪽으로 편중, 편향되도록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일부 언론사의 목소리를 반영이라도 한 것인지 '언론사가 직접 선택한 뉴스'를 전면에 배치하면서 구독 모델로 가져간다. 


네이버 뉴스 페이지(news.naver.com)를 캡처한 것이며 구독 언론사가 없는 경우의 디폴트 화면입니다.  출처 : 네이버 뉴스


언론사가 실시간 주요 뉴스부터 심층기획과 같은 연재물, 영상, 사진 등등의 뉴스 콘텐츠를 알아서 구성하고 만들어내는 것이다. 언론사가 정한 주요 뉴스에는 'PICK'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언론사가 중요하다고 판단해 메인으로 편집한 뉴스에만 이러한 표식이 붙는다. 그리고 네이버 사용자가 '원하는 언론사'만 구독할 수도 있으니 굳이 보수와 진보 매체를 구별해서 볼 수도 있을 것이고 굳이 구독하지 않더라도 'MY뉴스(모바일 기준)'라는 공간에서 알고리즘에 의한 뉴스들을 소비할 수도 있다. 


모바일에서만 보입니다. MY뉴스.  출처 : m.news.naver.com


네이버는 뉴스와 연예, 스포츠를 따로 구분해서 서비스한다. 구독한 언론사의 편집된 뉴스나 MY뉴스에서도 간혹 연예나 스포츠 뉴스를 볼 순 있지만 이는 본래 네이버가 허용하지 않는다.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들의 이야기를 뉴스로 보도했을 때 댓글로 인한 2차 피해를 줄이기 위함이다. 네이버의 연예/스포츠 뉴스 댓글 폐지에 이어 Daum뉴스, 네이트 모두 동일한 정책을 가져가고 있다. 그럼에도 뉴스 클릭에 따른 트래픽을 위해 연예, 스포츠 뉴스를 교묘하게 우회하여 뉴스에 꽂아 넣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Daum 뉴스의 선택적 아웃링크

네이버 뉴스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다소 장황하게 늘어놨는데, 여기서 잠깐 Daum 뉴스의 사례를 보자. Daum 뉴스의 경우는 지난 8월에 한차례 대대적인 개편을 진행했다. 야심 차게 준비했다던 카카오 뷰를 메인에서 밀어내고 카카오톡 모바일에서만 소비되도록 제한되었는데 직접적으로 말하면 '실패'로 남은 레퍼런스가 된 것 같다. 그 메인 공간에는 다시 뉴스가 채워졌다. MY뉴스 페이지에서는 언론사 웹사이트로 빠져나가는 아웃링크, 그리고 Daum 뉴스 내에서 뉴스를 소비하는 기존의 인링크 정책을 병행한 것이다. 모두가 동일한 선택이 아니라 혼용되고 있어 일부 언론사는 아웃링크로 운영하며 그에 대한 데이터로 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포털을 통해 유입되는 사용자들의 뉴스 소비와 언론사 웹사이트 랜딩은 '트래픽'이라는 것에 기여한다. 언론사 웹사이트에서 활발하게 뉴스 콘텐츠를 소비하게 되면 페이지뷰(PV)가 늘어나고 이를 통해 디지털 광고(네트워크 광고와 배너 광고 등)의 수익이 절대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물론 '활발하게' 이뤄져야 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언론사가 포털에 의존하며 뉴스 클릭을 위한 자극적 제목을 구성하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물론 사용자 입장에서는 불편하거나 거부감이 들 때가 있지만 말이다. 자, 어쨌든 Daum뉴스에서 진행한 아웃링크 정책은 언론사들의 좋은 레퍼런스가 될 수 있다. 포털을 포함하여 다른 웹사이트나 모바일앱/웹 등을 통해 들어오는 값 그리고 사용자들이 언론사 사이트에서 소비하게 되는 시간이나 페이지를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 등이 관건이 될 수 있으니 말 그대로 실험이 되는 셈이다. 선택적 아웃링크가 주는 '실험'을 어떻게 계획하느냐에 따라 탈포털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 현존하는 포털의 거대한 비중을 조금씩 줄이되 자체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이자 자생력은 조금씩 늘려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물론 지금도 많이 늦었다 싶지만 우리나라의 뉴스 소비 현실 자체가 포털 중심이었으니 '늦었다'라는 말보다 '어쩔 수 없었다'라고 해야 되는 것일까? 


선택적 아웃링크를 도입한 Daum 뉴스(모바일 기준)  출처 : m.daum.net


그렇다면 네이버의 뉴스 개편 방향은?

위에서 언급했던 네이버 뉴스의 언론사 편집 기능은 네이버가 제공하는 스마트 콘텐츠 스튜디오 이른바 SCS(Smart Contents Studio)라는 것을 이용한다. 여기서 생성되는 콘텐츠 즉 언론사가 큐레이션 한 콘텐츠를 자사 사이트에도 활용 가능하도록 했고 큐레이션을 자동화할 수 있는 큐레이션 어시스턴스 기능도 마련했으며 악성 댓글을 탐지할 수 있는 클린봇 기능 등 테크놀로지 측면을 강화하기도 했다. 물론 이러한 기능은 네이버와 제휴를 맺은 인링크 CP에만 해당한다. 말하자면 구독이 가능한 언론사에만 제공되는 부분이므로 검색 결과 페이지에서만 보이는 언론사에는 해당이 없다. 


언론사명 우측으로 '네이버 뉴스'라는 표기가 없으면 검색 매체에 해당한다. 이른바 검색CP라 불리고 네이버 뉴스를 통해 인링크 서비스되는 언론사를 인링크 CP라 말한다.

 

사실 위와 같은 기술적 측면의 변화는 더 좋은 뉴스를 골라내기 위함이라고도 한다. 양질의 기사를 올바르게 배열할 수 있도록, 그리하여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하는 보조장치를 마련한 셈이기도 하다. 클릭을 유도하는 저질 기사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심층기획과 함께 공존하는 것도 지금의 저널리즘을 대변하기도 하지만 앞으로 양질의 기사를 적극 배열할 수 있도록 지금의 심층기획을 비롯하여 팩트체크 기사나 기획기사, 커버스토리 등을 모아 제공할 수 있는 영역도 신설할 것이라 했으니 약간의 변화라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한편 네이버도 아웃링크를 도입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마도 Daum뉴스와 유사하게 선택적 아웃링크 제도로 운영되지 않을까 싶다. 결국에 인링크 서비스라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고 아웃링크라고 해도 클릭을 유도하는 경우들이 있을 테지만 네이버에서 소비되었던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꽤 거대한 움직임일 수 있다. 무엇보다 언론사 랜딩이 되므로 댓글 환경에서부터 차이가 있을 것이고 네이버 뉴스 페이지에 존재하던 주요 컴포넌트(뉴스 소비를 위한 기능이나 주요 옵션들)들이 바뀌게 되는 것이라 언론사 역시 많은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새롭게 단장하는 곳도 있을 것이고 리모델링을 거쳐 손님을 맞이하는 곳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저널리즘!

사실 미디어 커넥트 데이라는 자리는 언론사와 이야기를 나누며 궁극적으로 '양질의 저널리즘'을 고민할 수 있어야겠다. 네이버 역시 남들이 말하는 독점적 지위가 아니라 무언가 틀에 정해지지 않은 그러면서도 꾸준하게 이야기하는 '상생 모델'을 지향하고 있을 테지만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는 걸 수십 년 동안 동일하게 느껴왔을 것이다. 뉴스 소비를 위한 환경을 마련하고 또 무엇인가 특별한 것을 단장하고 개편하고 나면 그 자리에 언론사가 입점하고 (지금처럼) 뉴스 서비스를 운영한다. 그런 와중 내 물건만 잘 팔릴 수 있도록 또 최대한 돋보일 수 있도록 호객 행위도 해보고 자극적인 문구도 걸어보려는 것은 저널리즘을 밟고 서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백화점이라고 표현도 하지만 결국 어느 시장의 뒷골목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을 때가 있다. 뉴스는 늘 새로운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생산되고 터져 나온다. 단독과 속보라는 맹목적인 경쟁 속에서 저널리즘은 바람에 나부껴 나뒹군다. 뉴스 소비의 중심이 되어버린 포털이나 뉴스를 제작하는 언론사 모두 한 번쯤 뒤를 돌아봤으면 좋겠다.   


※ 위에서 언급한 '상생'이란 뉴스라는 판을 깔아준 네이버 그리고 이곳에 뉴스를 제공하는 언론사가 함께 어우러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올바른 저널리즘을 위한, 그리고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공간을 함께 마련해보자라는 의미가 담겨있기도 하겠습니다. 

※ CP라고 기재한 부분이 있는데, 이는 Contents Provider의 줄임말입니다. 

※ 네이버의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은 AiRS라고 쓰고 '에어스'라고 읽습니다. AI Recommender System의 줄임말입니다. 카카오가 운영하는 Daum 뉴스에는 루빅스(Rubics)라는 유사한 인공지능이 있습니다. 이는 Real-time User Behavior-based Interactive Content recommender System을 줄인 것이랍니다. 

※ 아래 사이트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그간 직간접적으로 서비스에 몸담았던 적이 있어 그 경험을 일부 내용에 녹였습니다. 

- <네이버 뉴스 개편 '저널리즘 생태계'에 기여할 수 있을까>(2022.11.23), 미디어오늘







매거진의 이전글 네이버 주제판은 사라지고 다음 뉴스는 또 바뀌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