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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n 잡은 루이스 May 25. 2016

프롤로그, 내 컴퓨터

뉴미디어 트렌드에 발맞추기 위해 스스로 학습을 시작하다

1980년대, 8비트 컴퓨터가 세상에 등장했다.

당시만 해도 컴퓨터를 가진 친구들은 얼마 되지 않았다.

몇 년이 지나자 보다 많은 가정에 8비트 컴퓨터가 보급이 되었다.


학교에서도 컴퓨터를 배울 수 있는 특별활동 수업이 신설됐다.

우리 집에는 컴퓨터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컴퓨터 수업에 넣어달라며 선생님께 말도 안 되는 떼를 썼다.  


"컴퓨터를 갖고 있는 사람이 우선이다"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어린 나이긴 했지만 왠지 집안 형편으로 클래스를 나누는 것처럼 느껴졌다.

선생님은 "배운걸 복습해서 과제를 해야 하니 어쩔 수가 없다"라는 말로 오히려 날 설득했다.

일리 있는 말이었지만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했고 우여곡절 끝에 난 그 반에 들어가게 됐다.


마냥 신기했다. 

내가 누른 키보드의 문자가 컴퓨터 화면에 나왔다.

도구라는 것을 처음 사용해본 과거의 인류가 느낀 기분이 이런 것이었을까?

비록 많은걸 할 수 있는 시스템은 아니었지만 8비트 컴퓨터는 내게 새로운 세상을 안겨주었다.

결과적으로 숙제는 제대로 못했다.

 



8비트의 시대가 저물고 16비트 컴퓨터의 시대가 도래했다.

DOS와 플로피디스크를 이용한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컴퓨터 매장도 많이 늘어났다.

지금 생각해보면 디스켓 한 장도 애지중지했던 것 같다.

기껏해야 1메가바이트 수준의 디스켓이었는데 1테라바이트짜리 외장하드가 흔하디 흔한 요즘을 생각하면 실소가 터져나온다.


과거 사용되었던 디스켓의 모습.  출처 : 나무위키


난 비디오 대여점, 분식집, 부동산이 있는 상가 건물 4층에 살았다.

그곳에서 산지 2년이나 지났을까?

1층 상가에 컴퓨터를 구입 또는 사용해볼 수 있는 작은 매장 하나가 들어왔다.

돌이켜보면 지금의 PC방 같았다. 그래봐야 컴퓨터 2~3대뿐. 

새로 들어온 게임이나 프로그램을 먼저 사용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학교 앞이라 그랬는지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많은 아이들이 줄을 섰다.

흑백 화면이었지만 당시 CRT(Cathode Ray Tube, 일명 브라운관) 모니터에서 나오는 그래픽은 매우 화려했다.

 

단색으로 표현된 그래픽은 점차 변모해갔다.

세상에 수만 가지의 색이 있지만 당시 컴퓨터는 단색(허큘리스, Hercules), 4색(CGA), 16색(EGA) 등으로 표현되었다.

그 당시 256색을 표현한 VGA(Video Graphics Array) 카드는 놀라운 기술이었다.  

이러한 기술이 섬세한 표현을 만나 이룩한 게임 중 하나가 <페르시아의 왕자>다.

놀라운 기술력으로 섬세하게 구현된 캐릭터는 자연스러운 몸놀림과 유연한 점프 실력을 보여주었고 당시에도 화제의 게임으로 인기몰이를 했다.

더구나 특수한 암호까지 사용해야 스테이지를 넘어갈 수 있다는 점 또한 매우 뛰어난 스케일로 느껴졌다.

단, 우리 집 컴퓨터엔 VGA카드가 없어 단색으로 했던 기억이 난다.     

게임 <페르시아의 왕자>  출처 : 나무위키




이후 컴퓨터는 또 다른 모습으로 거듭났다.

386에서 486으로, 그리고 펜티엄으로 변해가면서 처리속도와 메모리에 큰 변화를 보였다.

일부 사용자들은 용산 전자상가와 같은 곳에서 입맛에 맞는 부품을 골라 조립을 하기도 했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본 것처럼,

전화선을 연결해 유니텔, 나우누리, 천리안 등 과거의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했다.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엄마 전화 올 때 있으니까 얼른 끊어"

"5분만!!"


과거 인터넷 서비스, <유니텔>   출처 : ohled.com


1990년대 후반에는 PC방이 생겨났고 게임이나 채팅을 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게 됐다. 

물론 집에 있는 컴퓨터와 랜선보다 빨라 PC방을 자주 이용하기도 했다. 


한국통신 메가패스 ADSL 광고

컴퓨터가 계속해서 변화하듯, ADSL, VDSL 등 인터넷 서비스의 속도도 크게 발전해갔다.

지금의 각 통신사가 보유한 LTE 상품 광고처럼 ADSL 등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의 광고 또한 쉽게 볼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다음의 이메일, 네이버의 지식인, 아이러브스쿨, 싸이월드 등 사용자 입맛에 맞는 서비스들도 점차 늘어났다.   

e-mail  출처 : siccode.com


어느 새 우리는 이메일이라는 걸 아무렇지 않게 쓴다.

개개인이 고유의 주민등록번호를 부여받듯, 우린 누구나 각자 고유의 이메일을 보유하고 있고 매일 같이 들여다보고 있다.

이메일, 오피스툴, 포털사이트 그리고 이젠 SNS까지 기술은 늘 발전하고 트렌드 역시 변화한다.

미디어 역시 트렌드와 발을 맞추지 않으면 순식간에 도태된다.


본래 영상을 공부하고 TV 프로그램 제작을 해왔던 내가 영상과 사진은 취미로 하고 뉴미디어 분야에서 일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렇게 몇 년이 흘렀고 뉴미디어 분야에 대해 공부를 하고자 하니 트렌드의 변화와 뉴미디어에 대응하기가 쉽지만은 않다는 걸 느꼈다.

'컴퓨터를 전공했어야 했나?', '공대를 갈걸 그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실제 컴퓨터를 전공했거나 공대를 나온 분들이 보면 코웃음 칠듯한 생각이지만 말이다.  


IT Reader가 될 것인가, IT Leader가 될 것인가는 한 끗 차이. 하지만 실제 그 차이는 매우 크다.

요 근래 뼈저리게 느낀다.




지금은 그저 공부하는 학생의 입장인 'Reader'입니다.

굳이 'Leader'가 되려는 것은 아니지만 트렌드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꾸준히 파본다면 제 개인적으로도, 업무상으로도 도움이 될 것 같아 몇 자 적어나가려고 합니다.

내용상 문제가 있는 부분이 있거나 도움 주실 부분이 있으시다면 가감 없이 코멘트 아니 '코치' 부탁드립니다. ^^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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