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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n 잡은 루이스 Jun 02. 2016

내가 쓰던 그 이메일, 어디서 왔을까?

뉴미디어 트렌드를 알기 전에 알아둬야 할 것들 #이메일

난 남녀공학인 고등학교를 다녔다.

몰래 주고받는 이성 간의 쪽지는 스릴 있고 풋풋하며 설레었다.

정성스럽게 써 내려간 글자 하나하나에 온갖 감정이 섞여 전달된다.


어머니께서 보내주신 편지 한 통 역시 마찬가지다.

아들을 군에 보낸 뒤,

그리움과 사랑을 듬뿍 담은 채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쓴 편지는 내용을 읽기도 전에 울컥해진다.


친구가 소개해준 업체를 통해 외국 친구들과 펜팔(penpal)을 한 적이 있다. 

영어 공부를 위한 것이라며 사전을 찾아가며 썼던 그 편지를 고이 접어서 해외 우편으로 발송한다. 이후 내게 돌아오는 답장은 한 달이 넘어서야 날아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시대가 변한 지금, 내 손으로 쓴 편지가 언제였을까 돌이켜보게 된다.

 



대한민국 이메일의 시작, 한메일


너도 나도 이메일을 만든다고 하길래, 나도 계정을 하나 만들었다.

당시엔 한메일(hanmail)이 가장 각광을 받았다.

아마도 우리나라 최초의 웹 메일 서비스였기에 더욱 그랬을 것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이 회사는 한메일로 서비스를 시작해 97년 포털 사이트 다음(Daum)으로 재편한 바 있다.

한메일은 약 4천만 명에 가까운 회원을 보유하면서 대한민국 대표 메일로 성장했다.


생각해보면,

한메일에 이어 네이버, 코리아닷컴, 라이코스 등 수많은 포털에서 '아주 당연하고 기본적인' 이메일 서비스를 했다. 이 중, 라이코스는 다음이 2004년 인수한 바 있지만 2010년 다시 매각되었다.


"야, 너 이메일 아이디가 뭐냐? 내가 신기한 거 보내줄게"

"아직 없는데..."

"하나 만들어. 이제 과제도 메일로 보내는 시대야"


그랬다. 이메일로 문의하고 이메일로 답변하는 시대.

점차 우표가 필요 없어진 시대가 된 것이다.


"이 아이디 어때?! Korea-president. 멋지지!"


내가 아는 지인이 'Korea-president'라는 이메일 아이디를 만들어 여기저기 '자랑 아닌 자랑'을 하고 다녔다. 계정이야 뭐, 본인의 취향대로 쓰는 거니까.



우리나라 최초의 웹메일 서비스인 한메일은 알아도, 세계 최초의 이메일 서비스는 잘 모를 수 있다.

'이메일의 아버지', 그 창시자는 누구일까?

이메일의 창시자로 잘 알려진 레이 톰린슨(Ray Tomlinson)
레이 톰린슨.  출처 : 위키피디아
그는 인터넷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아르파넷(ARPAnet), 즉 미국 국방부가 개발한 네트워크를 이용해 문자 전송을 하기 시작했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이메일 기호 '@(arroba, at 또는 골뱅이로 불린다)'를 제일 처음 사용했다고 알려져있다.
이메일의 아버지, 레이 톰린슨은 MIT 출신의 프로그래머다. 2016년 3월 5일 향년 74세로 사망했다.


이메일을 창시한 레이 톰린슨. 하지만 이메일의 '최초'를 주장하는 또 다른 사람이 존재한다.

인도계 미국인, 시바 아야두라이(Shiva Ayyadurai)


시바 아야두라이의 어린 시절.  출처 : 시바 아야두라이의 페이스북 피드 중


14살이었던 시바는 그동안 우리가 종이에 또박또박 써왔던 편지를 대체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그리고 붙인 이름이 '이메일'이다.

1978년 당시 개발했던 프로그램에는 오늘날에도 사용 중인 받은 편지함, 보낸 편지함 등이 존재했다고 한다.

어린 소년의 천재성은 남달랐고 그를 지원해준 연구소 역시 열정이 대단했다고 한다.

기존의 우편 전달 체계를 전자메일 형태로 바꾸는 임무를 충실히 진행했다.

결과적으로 시바는 미국 저작권협회에 이메일 저작권을 신청했고 1982년 저작권을 득하면서 '진정한' 이메일 창시자가 되었다.



이들 덕분에 우린 지금도 편하게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의사소통을 하고 바쁠 땐 미팅을 대신하기도 한다.

난 한메일 계정을 개설한 후 학교 아이들과 주저리주저리 이메일을 주고받았다.

낮에 이야기했어도 될 내용들을 굳이 이메일로 보내고 '새로 온 메일(New)'을 기대하기도 했다.

텍스트 위주로만 되어 있던 이메일은 플래시(Flash)나 다양한 편지지 배경, 심지어 BGM 등의 추가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생일, 졸업, 결혼, 출산 등의 축하 이메일을 화려하게 꾸며 전송할 수도 있었다.


각 기업들은 자사의 홍보, 안내, 공지 등 일반적인 내용들을 가입된 회원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이처럼 이메일은 점차 뉴스레터(newsletter)와 광고 용도로도 쓰이게 되었다.

이메일로 전달된 뉴스레터는 각 기업의 홈페이지로 방문객을 유입시킨다.

뉴스레터는 스팸성 강하고 쓸데없는 광고 이메일보다 효과가 더욱 좋은 것으로 알려졌고 많은 회사들이 '뉴스레터'를 제작해 회원 이메일로 일괄 발송하고 있다.

 

필자의 메일로 들어온 광고와 뉴스레터 일부


하지만 시간이 점차 흐르면서 '뉴스레터' 자체를 열어보지 않고 버려지는 경우가 꽤 늘어났다.

광고성 이메일 역시 마찬가지 상황. 물론 일부 사용자들은 관심 있는 내용을 읽기 위해 '(광고)'라 쓰인 이메일도 기꺼이 열어본다.

개인회원정보 저장과 파기에 관한 법률 시행이라는 이유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뉴스레터를 보는지 조사를 하게 됐다.

뉴스레터의 성격은 말 그대로 뉴스 서비스였고 실제 뉴스레터를 열어본 사람의 비율은 전체 회원 중 5%도 되지 않을 만큼 손에 꼽았다. 사실상 무의미했다. 

스팸메일로 들어오는 이메일은 필터링을 해도 사이사이를 침투해 잘 사라지지 않는다. 

필요도 없고, 관심도 없는 성인용품, 도박사이트는 제목만 봐도 지겨울 정도. 

이메일이 우리 생활의 일부로 자리하는 동안 이 녀석들도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스팸메일은 어디서부터 온 것일까?

BBC TV 코미디 시리즈인 몬티 파이손의 한 콩트.

식당을 찾은 손님들이 다른 단어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스팸, 스팸'만을 지나치게 외쳐대는 것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 식당에는 '빵과 스팸', '계란과 스팸', '야채와 스팸' 등 스팸이 반드시 들어간 음식들을 팔고 있었단다.

손님들이 주문할 때마다 '스팸'이라는 단어가 반드시 한 번씩은 나오는 것을 콩트로 만들었던 모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미국의 식품회사 호멜이 스팸햄의 과도한 광고에서 유래했다는 속설도 존재한다. 

호멜푸드, 좌측 하단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스팸'


광고성 이메일과 뉴스레터는 그나마 마케팅의 하나로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스팸메일의 경우는 다소 변칙적인 마케팅으로 사용자들을 불편하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처럼 이메일의 성격도 늘 변화한다.

단순한 '편지'의 역할이 아니라 마케팅을 위한 필수 도구이자 공지의 역할을 한다.

더구나 오늘날의 이메일 정보는 주민번호 대체용으로 사용되어 웹사이트 회원가입의 필수요소다. 


내가 쓰던 그 이메일은 '컴퓨터 통신망을 이용한 사용자 간 통신방법'이라는 사전적 용어를 넘어섰다. 

하루에도 수십 번 보내고 받는 이메일은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내가 쓰던 그 이메일, 내가 쓰고 있는 지금 이메일. 

만들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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