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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n 잡은 루이스 May 27. 2016

엑스맨 프리퀄의 마지막, <엑스맨 : 아포칼립스>

내맘대로 리뷰 #17



프리퀄로 시작했던 엑스맨 3부작이 드디어 막을 내린다.

매튜 본 감독의 2011년작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 편으로 프리퀄의 테이프를 끊은 지 약 5년 만이고, <엑스맨>(2000)이 브라이언 싱어 감독에 의해 세상에 나온지는 16년 만이다.

 

개인적으로 느끼는 거지만,

<엑스맨> 프리퀄 시리즈는 '블록버스터란 이런 것이다'라고 가르쳐주듯 본편보다 더욱 큰 스케일을 선사해왔다고 감히 생각해보게 된다.

프리퀄의 최종 시리즈이자 엑스맨의 탄생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게 될 이번 편은 지금까지 봐왔던 엑스맨 중 가장 스케일이 큰 편이다. 쏟아부을 수 있는 물량을 아끼지 않고 퍼붓는다.

이번 시리즈에 들어간 제작비는 대략 2억 3천만 달러.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2천740억 원이다.

※ 프리퀄(Prequel) : 오리지널 영화에 선행하는 사건, 즉 시간적으로 앞선 이야기를 다룬다. <혹성탈출>의 <진화의 시작>, <스타워즈>의 <보이지 않는 위험>부터 <시스의 복수>편까지를 말함.




<엑스맨:데이즈 오브 퓨처패스트>에 이어서 이번 <아포칼립스>까지 프리퀄의 두 편을 연출한 브라이언 싱어는 애초부터 엑스맨의 메가폰을 잡았던 장본인이다.

그가 없었다면 엑스맨의 탄생도 미약했을지 모른다.

브라이언 싱어는 자신이 열어두었던 엑스맨의 끝을 책임지게 되었다.


절대 악, 아포칼립스(Apocalypse) 그리고 묵시록의 네 기사, 포 호스맨(Four Horse man)


기원전 고대 이집트의 모습을 금빛으로 화려하게 수놓은 첫 시퀀스는 절대악이자 최강의 적인 아포칼립스의 출현을 알린다.

오스카 아이삭이 연기한 아포칼립스는 최초이자 최강의 돌연변이(이하 뮤턴트)로 알려져있다.

보유 능력이 무한대로 축적될 수 있었던 건 육체 간 전이와 능력 흡수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뮤턴트들의  놀라운 능력으로도 꿈쩍하지 않는 아포칼립스의 초인적인 힘은 상상을 초월한다.

아포칼립스는 외형과 달리 온화하고 인자하게 말을 내뱉는다.

영화는 아포칼립스에게 세상을 창조한 조물주의 모습을 입혀 무한대의 능력을 보이는 신적인 존재로 부각시킨다.


절대악, 아포칼립스(오스카 아이삭)


아포칼립스는 또 다른 뮤턴트를 찾아 자신과 뜻을 같이 하고 외부로부터 방어할 수 있는 호위무사를 거느리게 된다. 그들이 바로 '포 호스맨(Four Horse man)'

그들이 보여주는 뮤턴트 특유의 능력보다 포 호스맨이 어디서부터 왔는지에 대해 우선적으로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잘 알다시피, 성경 신약성서의 마지막 장을 장식하는 것이 세상의 종말에 대해 언급된 '요한계시록'이다.

아포칼립스라는 말 역시 세상의 파멸이자 지구의 종말을 뜻하는 키워드다.

다시 생각해보면 온 세상의 멸망이 새로운 세상의 출발을 이야기하는 반전의 포인트가 될 수도 있겠다.

요한계시록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들이 있는 만큼 해석하기에 따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음을 미리 알려둔다.


<묵시록의 4기사>   출처 : wikiwand.com


정복의 백기사, 전쟁의 적기사, 기근의 흑기사, 죽음의 청기사.

계시록 6장에 언급된 호스맨들은 세계 멸망의 존재로 묘사된다.

뭔가 멋져 보이지만 알고 보면 전쟁과 살육, 기근과 죽음을 뜻하는 암흑의 기사단이다.

이처럼 영화 속 포 호스맨 들은 세상 정복과 파괴에 야망을 불태우는 아포칼립스와 그 뜻을 같이 하게 되고 아포칼립스를 통해 더욱 강해진 뮤턴트의 능력으로 엑스맨 일행과 대립한다.


그렇다면 엑스맨들은 어떨까?

자비에 영재학교에서 찰스 자비에(제임스 맥어보이)와 함께 살아가는 뮤턴트들은 자신의 능력을 통제하거나 통제를 받는다.



찰스 자비에(제임스 맥어보이)

뮤턴트 자신들은 자신들의 능력이 얼마나 무한대로 뻗어나갈 수 있는지, 또 얼마나 강한지 조차 알 수 없지만 자비에는 그 능력의 무시무시함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면에서 자비에는 뮤턴트의 능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아포칼립스와 대조를 이룬다.  

<데이즈 오브 퓨처패스트> 이후 뮤턴트들은 평화롭게 살아간다. 아포칼립스의 등장으로 인해 하나 둘 모여들고 멸망 위기에 처한 세상을 구하기 위해 각자의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아포칼립스와 포 호스맨의 등장은 엑스맨 전체가 화합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진 그레이,  나이트클롤러, 스캇


화려한 볼거리와 드라마

영화는 충분한 볼거리를 자랑한다.

각 뮤턴트들이 보여주는 능력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볼거리가 된다.

나이트크롤러(코디 스밋 맥피)의 순간이동술은 굉장히 어설프지만 강력하고 필수적인 무기로 표현되었다. 더불어 깨알 같은 웃음도 선사한다.

웃음과 볼거리를 주는 진짜 캐릭터는 바로 퀵실버(에반 피터스).

퀵실버가 자비에 학교로 찾아오자마자 그의 능력이 발휘된다. 시간이 멈춘 듯 빠르게 움직이는 그의 모습이 스피커 너머로 들려오는 음악과 잘 어우러진 이 씬은 절대 놓칠 수 없는 하이라이트다.

반면 진 그레이(소피 터너)는 시종일관 진지한 모습을 보인다. 그녀의 능력 또한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는지 영화가 끝나기 전까지 알기 어렵다. 아주 잠시였지만 울버린과의 첫 대면 또한 볼만하다. 진과 울버린의 관계를 아는 관객이라면 짧은 순간마저 의미가 있다 느낄 것이다.

울버린이 등장한 씬은 고작 수분에 불과하지만 꽤 인상 깊은 액션을 선보인다.


미스틱(제니퍼 로렌스)과 이야기를 나누는 퀵실버(에반 피터스)


물량 투입으로 포장해둔 볼거리로는 한계에 부딪히기 십상이다.

더구나 본편의 첫 시작인 <엑스맨>과도 잘 이어져야 하기 때문에 플롯의 구조도 브라이언 싱어의 연출도 필수적이었다. 물론 견고한 브릿지 역할을 해주기에 어느 정도까진 충분했다고 본다.

찰스 자비에 캐릭터를 연기한 제임스 맥어보이의 민머리조차도 본편과 프리퀄의 연결고리를 탄탄하게 해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하지만 수많은 캐릭터들의 모습과 드라마를 마지막에 쏟아부으려니 차고 넘치는듯한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이다. 차곡차곡 쌓아 올린 엑스맨 프리퀄의 '대미'를 장식하기엔 러닝타임 143분이 너무 모자라다. 

브라이언 싱어의 욕심이었을까?

각 캐릭터들의 숨겨진 비밀과 내면의 아픔, 우정과 사랑 등을 한꺼번에 담아내는 것은 물론 어려운 일이다. 아포칼립스와 엑스맨 간의 마지막 결투신이 조금 더 완벽했더라면 그나마 나았을까?

러닝타임에도 한계는 있다. 많은 것을 담고자 했던 건 브라이언 싱어의 욕심일 수도 있겠다.

참고로 이번 <아포칼립스>가 프리퀄뿐 아니라 엑스맨 전체 시리즈 중 가장 러닝타임이 길다.

   

어쨌든,

10명 이상이나 되는 각 캐릭터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표현해준 것, 그리고 뮤턴트들의 초기 모습을 어색하지 않게 연출한 것은 놀랄만한 능력이라고 본다.

 

매그니토를 연기한 매력적인 배우, 마이클 패스벤더


브라이언 싱어의 <엑스맨>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이름을 떠올리면 <엑스맨>과 더불어 <유주얼 서스펙트>가 생각난다. 이 영화로 아카데미상 남우조연상을 거머쥔 케빈 스페이시의 반전 연기는 <유주얼 서스펙트>의 어마 무시한 매력포인트이자 하이라이트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1996년작 <유주얼 서스펙트>

 

브라이언 감독은 1965년생으로 10대 때부터 이미 영화계에서 한몫 크게 할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결과적으로 <유주얼 서스펙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이 되었고 브라이언 싱어의 이름을 제대로 알린 계기가 되었다. 

※ <유주얼 서스펙트>는 6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과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2000년, 브라이언 싱어는 <엑스맨>의 원안과 연출에 이름을 올린다. 그리고 3년 뒤 다시 <엑스맨 2>의 메가폰을 잡았다.

 


2006년 <엑스맨>의 3편인 '최후의 전쟁'이 브랫 래트너 감독 손에 만들어졌지만 혹평에 시달렸다. 당시 브라이언 싱어는 <수퍼맨 리턴즈>의 연출과 제작에 참여했다.

따지고 보면, 2003년 <엑스맨 2> 이후 8년 만에 프리퀄인 <퍼스트 클래스>로 다시금 '컴백'한 셈이다. 메가폰은 매튜 본 감독이 잡았고 브라이언 싱어는 각본과 제작에 참여했다.

브라이언 싱어의 <엑스맨> 사랑은 참으로 각별하다. <엑스맨>의 전체를 바라보면 브라이언 싱어로 시작해 브라이언 싱어로 끝이 나게 됐다. 

엑스맨의 시작과 끝!


영화 <곡성>과 <엑스맨> 모두 20세기 폭스코리아에서 배급하는 영화다. <곡성>이 박스오피스에서 뜨거운 감자로 활활 타올라 누적관객 500만 명(5월 26일 기준)을 넘어섰다. 

이 시점에서 <엑스맨:아포칼립스>가 스크린 장악에 나섰다. <퍼스트 클래스>는 253만명, <데이즈 오브 퓨처패스트>는 430만명의 관객이 찾았다. 과연 이번 시리즈는 얼마나 많은 관객이 극장가를 찾을지 궁금해진다.

어찌됐든, 20세기 폭스코리아에서는 아주 행복한 5월로 지냈을 것 같다. 



위에서도 언급했듯,

<엑스맨:아포칼립스>는 프리퀄을 끝내면서 <엑스맨>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입니다. 

스핀오프 격인 <울버린>을 제외하면, 엑스맨 시리즈만 6편인데요. 

※ 스핀오프 : 기존 작품에서 파생된 작품을 뜻합니다. <울버린>이 그렇구요. <미이라>에서 파생된 <스콜피온 킹>, <슈렉>에서 파생된 <장화신은 고양이>가 해당됩니다. 

<아포칼립스>가 그중에 가장 낫다고 표현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물론 개개인의 차이는 있겠지만요. 

하지만 볼거리도 충분하고 신구 캐릭터의 조화도 잘 이루어진 듯합니다.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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