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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n 잡은 루이스 Jun 01. 2016

존 카니, 음악, <싱스트리트>

내맘대로 리뷰 #18

존 카니, 음악, <싱스트리트>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지난 5월 6일, 회사 일로 출근을 했다. 

그리고 이번 주 월요일, 대체휴가를 냈고 영화관을 찾았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엑스맨 : 아포칼립스>와 나홍진 감독의 <곡성>까지 두 편의 영화가 대략 2천개가 넘는 스크린에서 상영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다양성 영화인 <싱스트리트>를 볼만한 시간대를 찾기란 쉽지만은 않았다. 

그나마 평일에 휴가를 낸 덕분에 상영 중인 약 300개의 스크린 중 하나를 찾아볼 수 있었다. 

5월 31일까지 나를 포함한 누적관객수는 38만4천명이었다. 

누적 10만 명만 되어도 흥행 성공이라는 타이틀이 붙게 되는 다양성 영화였기에 이 기록은 더욱 대단하다고 볼 수 있다. 



존 카니(John Carney) 

우선 '존 카니'라는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믿음이 간다.

<싱스트리트>는 배경도 음악도 배우도 이전 영화 못지않게 만족스러운 편이었다. 

영화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저절로 몸이 움직인다. 

존 카니가 만들어낸 영화의 힘이자 매력이다. 


아일랜드 더블린을 배경으로 한 이번 영화는 존 카니의 소년 시절을 다룬 '자전적 이야기'라고 밝힌 바 있다. 

존 카니는 실제 아일랜드 출신이다. 72년생으로 그가 20세를 갓 넘었던 시절에 '더 프레임즈'라는 그룹에서 베이시스트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영화의 주인공인 코너(페리다 월시-필로)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펼친 셈이다. 

참고로 존 카니는 '더 프레임즈'에서 <원스>의 주인공인 글렌 한사드와 함께 하기도 했다. 글렌 한사드는 <원스>에서 함께 했던 마르게타 이글로바와 '스웰시즌(Swell Season)'이라는 듀엣 그룹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글렌 한사드와 마르게타 이글로바 주연의 <원스(Once)>(2006)

존 카니는 <원스>(2006년)라는 영화를 통해 음악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드라마와 음악 그리고 사랑이라는 것을 아주 절묘하게 뒤섞어 조화롭게 만들어냈다. 

특별한 CG나 놀라운 캐스팅 없이도 완벽한 이야기와 감성적인 음악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원스>의 주제곡인 'Falling Slowly'는 80회 아카데미에서 주제가상을 거머쥐었다. 2007년 당시 13만 유로, 한화로 약 1억4천만원을 들여 만들어진 저예산 영화로 완성도면에서도 압권이었고 결과적으로 세계적인 흥행을 거둔 바 있다. 

국내관객 300만명을 넘긴 <비긴 어게인>

2013년 존 카니는 <어벤저스>의 헐크로 유명한 마크 러팔로와 키이라 나이틀리, Maroon 5의 보컬인 애덤 리바인을 캐스팅하여 <비긴 어게인>을 제작했다. 

<원스>에서는 두 사람의 만남과 이별을 이야기했고 음악에 대한 열정(passion)을 다뤘다. 

<비긴 어게인>에서는 만남과 이별이라는 키워드에 사람과의 믿음 그리고 상처에 대한 회복, 희망을 덧붙여 보다 성장한 '존 카니의 음악영화'를 보여주었다.

<비긴 어게인>에서 흘러나왔던 음악은 어마어마한 인기를 끌어모았다. 

국내에서만 300만 명이 넘는 관객이 이 영화를 찾았다.
<비긴 어게인>은 다양성 영화 중 압도적인 흥행을 기록한 <워낭소리>보다도 더 많은 관객 기록을 거둔 바 있다. 애덤 리바인의 <Lost Stars>는 영화와 함께 음원사이트에서도 오랜 기간 머물렀다. 이 노래는 2015년 아카데미 시상식 주제가상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다. 

<싱스트리트>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스피커를 통해 <Go now>라는 노래가 흘러나온다. 싱스트리트 OST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 노래는 애덤 리바인이 불렀다.  




음악 그리고 <싱스트리트>

코너는 위기 속에 몰린 집안 환경으로 전학을 가게 된다. 

학교 앞에서 라피나(루시 보인턴)의 모습을 보게 되었고 첫 눈에 사랑에 빠지게 된다. 


코너와 라피나

라피나에 말을 건넨 코너는 무심코 밴드를 하고 있다고 말했고 뮤직비디오에 출연해달라는 이야기를 한다.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지만 어찌 됐든 밴드가 결성됐다.

그리고 라피나를 위해 음악을 만들고 공연을 한다. '싱스트리트'라는 이름으로 당당하게 말이다. 


영화의 배경이 된 1980년대 아일랜드는 최악의 실업난과 경제 붕괴로 몰락하는 집안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아일랜드를 떠나 영국으로 떠나는 사람들도 줄을 이었다. 

코너의 집 역시 마찬가지다. 코너의 부모는 집이 팔리게 생겼으니 최대한 생활비를 줄여야 한다며 아이들의 학비를 먼저 줄이겠다고 말을 하곤 전학을 시킨다. 


트렌드에 따라 변해가는 코너의 모습

코너의 첫 모습은 그저 풋풋했다. 

학교 규칙에 따라 검은 신발을 신으라고 하지만 코너는 줄곧 하나뿐인 갈색 신발을 신는다. 

코너는 밴드를 결성한 이후부터 점차 모습이 변해간다. 

듀란듀란, 데이빗 보위 등 당시 뮤지션들이 지향했던 모습을 코스프레 하듯 패션도 남다르게 변해간다. 염색을 하고 화장을 하는 모습은 '당연히' 학교 규율에 어긋난 것이지만 코너는 이에 저항하기 시작한다. 

점점 변해가는 코너의 모습을 확인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수 있겠다. 

그의 모습이나 밴드가 만들어낸 음악 모두 세상에 대한 저항을 이야기하고 그 안에서 희망을 찾는다. 


평범한 아이도, 매력적인 아이도, 싸움만 하던 아이도 모두가 싱스트리트 멤버

"무슨 음악을 하니?"

"미래에 대한 음악, 퓨처리스트"


미래 지향적 음악이란 무엇일까? 다소 맹목적이다. 그들이 만들어낸 뮤직비디오 역시 어설프기 짝이 없지만 10대니까 가능한 이야기들을 다룬다. 

'청춘'으로서 과감하게 던지는 그들의 패기는 음악과도 잘 어우러진다. 

특히나 학교 공연에서 난폭한 학생주임, 수사를 향한 '헌정곡(?)' <Brown Shoes>는 더할 나위 없이 신나고 통쾌하다. 


학교에서 공연하는 코너와 싱스트리트


코너는 형인 브렌든(잭 레이너)과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음악을 듣는다. 

브렌든의 방을 대충만 봐도 음악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다. '듀란듀란'의 뮤직비디오를 보며 펑키함과 

음악적 퀄리티를 이야기한다. 

코너가 만들어온 뮤직비디오나 음악을 들으며 자신의 의견을 가감 없이 내뱉는다. 

브렌든 역시 음악에 목이 마른 존재였다. 브렌든은 작은 배를 타고 영국을 향하는 코너의 모습을 보며 전혀 슬퍼하지 않는다. 

언제 다시 보게 될지 모르는 동생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즐거워한다. 자신은 이루지 못했던 원대한 꿈, 브렌든은 코너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형 브렌든과 동생 코너


코너는 라피나에게 말한다. 

"여기에서(아일랜드 항구에서) 날씨가 좋으면 영국 섬이 보여"

라피나 역시 영국에 대한 맹목적인 꿈이 있었다. 아는 사람도 없고 돈도 없는 신세지만 어딘가에 있을 그곳을 바라보며 그저 즐거워한다. 

불과 50km 떨어진 곳. 당장은 보이지 않지만 자신들이 이루고자 하는 꿈이 바다 저편에 있다. 그리곤 과감하게 내지른다. 거센 비바람을 뚫고 영국을 향해 그리고 꿈을 좇아가는 그 모습이 너무나 인상 깊었다. 


손을 잡고 꿈을 향해. 코너와 라피나

코너 역의 페리다 월시-필로, 라피나 역의 루시 보인턴은 이 영화를 통해 데뷔했다. 

2010년대 POP이나 힙합에 익숙한 그들에게 80년대 음악이란 어떤 존재일까? 

음악과 로맨스를 늘 자연스럽게 조율해왔던 존 카니는 2000년대 태어난 신인배우들이 80년대 브리티쉬 팝(British pop)에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꽤 노력했던 것 같다. 물론 배우들 역시 마찬가지. 

그들이 선사하는 음악과 더불어 풋풋한 어린아이들의 순수하면서 광기 있는 모습도 관람 포인트다.  


존 카니 영화의 OST는 늘 즐거웠다. 이번 <싱스트리트>의 펑키하고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오늘도 난 뛰러 나간다. 




싱스트리트의 OST 중, <Riddle of the Model> 뮤직비디오 감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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