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실수, 샤오미가 내놓은 전기차 '샤오미 SU7'
지난해에는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써왔다. 글의 깊이나 전문성을 떠나서 일단 넘쳐나는 정보를 어느 정도 정리하려는 의도였다. 거실 전체에 널브러진 이삿짐을 차곡차곡 정리해 보려는 의도와 비슷하다. 책장 안에 책을 꽂아 넣지 않더라도 책장 앞에 책이 담긴 박스를 가져다 놓는 정도랄까. 한동안 테크놀로지의 중심이 되는 키워드가 되기도 했고(물론 여전히 현재진행형) 새로 맡게 된 프로젝트 역시 인공지능 분야라 그만큼 관심이 남달랐다는 것이 진짜 이유다. CES 2024에서도 인공지능이 쓰나미를 이루는 듯 많은 기업들이 그간 연구하고 개발했던 새로운 서비스를 들고 나오기도 했다. 인공지능이라는 기술이 다른 테크놀로지와 접목되어 'AI for All'이라 불리기도 한다.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기술을 합쳐 AIoT라고도 한다. 모빌리티에 탑재된 인공지능 기술 역시 충분히 눈여겨볼만하다. 전에는 모빌리티에 대해서도 콘텐츠를 작성한 적이 있는데 손을 놓은 지 좀 오래됐다. 자동차 역시 관심을 갖고 보는 테크놀로지의 한 분야다. 특히 자율주행과 전기자동차에 대한 관련 기술 모두 날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어 올해부터 다시 그리고 조금씩 남겨보고자 한다. 그러고 보면 나도 참 자동차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 같은데, 참고로 (아직은) 자율주행도 전기차도 경험하지 못한 내연기관 SUV 오너다.
가젯(gadget)에 관심이 많은 전문가들이라면 더욱 잘 알 테지만 내게 웨어러블의 시작은 미밴드였고 그것은 샤오미 브랜드가 대륙의 실수라는 걸 증명하던 출발점과도 같았다. 가성비 좋은 웨어러블로서 미밴드만한 것도 없었다. 당시만 해도 미국 스타트업에서 내놓은 웨어러블 기기가 여럿 있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애플은 애플워치, 삼성은 갤럭시워치 심지어 태그호이어나 몽블랑 같은 명품 시계 브랜드에서도 스마트 워치를 내놓기도 했다. 샤오미는 미밴드 이후로도 꾸준하게 자신이 할 수 있는 디바이스를 개발해 세상에 내놓았다. 홈캠부터 공기청정기, 로봇청소기, 태블릿까지 다양한 디바이스를 출시하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무려 전기자동차라고 한다. 하긴 예전에 예쁘장한 청소기를 내놓았던 영국 브랜드 다이슨도 상업화를 위한 전기자동차 개발에 나서기도 했었다. 전체 프로젝트에 들어간 비용은 무려 20억 파운드였다. 하지만 상용화가 어렵다는 판단 하에 착수했던 개발 자체를 접기도 했다. 총알(돈)이 있는 회사니까 R&D라도 시도해 본 것은 아닐까 싶기도. 대륙의 실수라는 샤오미 또한 아래 언급하게 될 전기차를 내놓는다고 하는데 다이슨이 상업화를 하지 못한 이유가 '돈' 때문이라면 샤오미는 얼마나 가성비 좋은 녀석을 선사하게 될까?
샤오미의 전기자동차 모델명은 SU7이다. R&D에 들어간 비용은 무려 100억 위안이라고 했다. 이를 한화로 따지면 약 1조 8천억 원 수준에 이른다. 물론 다이슨의 절반 수준이다. 개발 기간만 해도 3년 가까이 된다. 또한 R&D에 투입된 인력은 무려 3천700명 수준이라고 전했다. 샤오미의 회장인 레이쥔(Lei Jun)은 앞으로도 전기차 개발에 꾸준하게 투자할 것이고 전 세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자동차 제조사가 되겠다는 앞날의 포부이자 목표를 언급하기도 했다. 당연하지만 여기에도 '돈'은 잔뜩 들어간다. 가성비 좋았던 디바이스 제조사가 자동차를 만들고 그것도 글로벌 TOP5에 든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모험이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 규모를 늘리고 투자 기간도 장기적으로(약 10년에서 15년 수준) 잡았다고 한다. 또한 기존의 자동차 제조사를 능가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세우기도 했다. 애초에 전기자동차라면 모터의 중요성을 간과할 순 없다. 배터리의 지속성 역시 따지지 않을 수 없다. 레이쥔 회장은 성능과 퀄리티 측면에서는 포르쉐 타이칸과 비교했고 차량의 인텔리전트 부분에 대해서는 테슬라 모델 S와 견주어 이야기하기도 했다. 혹자는 포르쉐 타이칸과 닮았다고 하면서 '역시 샤오미는 카피'라는 우스갯 이야기도 했다만 또 다른 누군가는 타이칸과 닮은 샤오미인지라 '샤이칸'이라고도 불렀단다. 알려진 내용으로 보면 샤오미의 SU7 출력은 듀얼모터 기준으로 673마력이라고 했다. 휠베이스는 3,000mm이고 전장은 4,997mm다. 예전 다이슨도 그러했지만 전장을 길게 뽑아내면 실내를 3열로 구성할뿐더러 거대한 배터리를 장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도 했다(물론 무겁겠지만) 참고로 승합차 카니발은 2024년식 기준으로 약 5,155mm이고 현대의 팰리세이드는 4,980mm다. 다이슨의 콘셉트카는 5미터에 2.6톤이나 됐다. 배터리의 경우는 중국의 CATL(닝더스다이) 그리고 BYD 제품을 사용한다고 했다. 본래 중국 시장에서는 CATL과 BYD가 경쟁모드였다. 글로벌 시장으로 보면 LG에너지솔루션, 삼성 SDI, 파나소닉 등과도 경쟁모드다. 테슬라 중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테슬라의 경우 CATL 배터리를 사용한다.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배터리 공급처 다변화를 위해서 CATL 충전지를 도입하기도 했다.
관건은 역시 가격이다. 아직 출시 시기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지만 1~2년 내에 나오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샤오미답지 않게 의외로 높은 가격에 책정될 수 있지만 충분히 리저너블 한 가격대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과거 디바이스의 경우에는 충분히 가성비 좋았다는 생각이지만 점점 '가성비갑'에서 멀어져 가는 모양새 같기도 했다. 더구나 샤오미보다 더 가성비 좋은 제품들이 나오고 있으니 굳이 샤오미를 선택할 이유가 있을지. 전기자동차 또한 글로벌 브랜드가 꾸준하게 신차를 내놓고 있는 경쟁시장이다. 과연 샤오미가 여기에서 얼마나 해낼 수 있을지.
※ 오토바이블에 게시된 샤오미 SU7 Max 기준 제원을 보면, 제로백은 2.78초(일반 SU7은 5.28초)이고 1회 충전시 주행거리는 800km, 최고 출력은 673마력으로 나타났다. 물론 실제 출시 후 성능은 기재된 숫자와 상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