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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n 잡은 루이스 Apr 16. 2024

구독자가 줄고 있어요

하지만 발행하는 글은 계속 늘고 있어요

브런치 작가소개를 누르면 브런치 세상에 새겨진 내 필명과 구독자수, 관심작가 그리고 지금까지 발행한 글의 갯수가 숫자로 명확하게 보인다. 2015년부터 지금까지 400편이 넘는 글을 써왔다. 문과생이면서 어쩌다가 IT 분야의 글을 더 많이 쓰게 됐다. 문과생이었던 시절 국어 시간이나 문학 수업 때 대체 무엇을 했길래 문학에 대한 감수성은 눈 씻고 찾아도 없을까? 하긴 그런 수업을 듣고 또 배운다고 해도 없던 감수성이나 필력이 마법처럼 생겨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소재와 새로운 스타일, 새로운 톤 앤 매너로 IT 분야가 아닌 글을 써보려고 발버둥 친 적도 있다. 브런치에서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작가님들의 글을 보면서 "아, 나도 이런 경험 있었는데. 글로 써볼까?" 생각하고서는 하얀 공간에 글을 반쯤 쓰다가 지우기를 반복했다. 결국 대부분의 글은 저 세상으로 묻혔고 약간이기는 하지만 글 몇 개는 이미 던져졌다. 지금 와서 그런 글들을 곱씹어보면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건지 손발이 오그라드는 수준이다. 뭐랄까 이건 마치 어린 시절 써두었던 일기장 보는 느낌? 


그래도 브런치라는 플랫폼이 생기면서 나는 '구독자'를 얻었다. 이제 와서 고백하지만 브런치 초기에 이벤트가 있어서 꽤 많은 구독자가 생기기도 했다. 2015년부터 글을 썼으니까 벌써 10년 차가 되었다. 브런치 덕분에 '브런치 작가'라는 타이틀을 받았고 또 브런치 북 프로젝트 덕분에 진짜 '출간작가' 타이틀도 얻을 수 있었다. 뭔가 의무감 때문에 글을 쓴 적도 있지만 이렇게 글을 쓰고 나면 알 수 없는 성취감이 생기곤 한다. 그렇게 발행되는 글은 점점 늘어나는 중이다. 반면 구독자 수는 늘어나는 글에 반해 줄어들고 있다. 빈 공간에 글을 채워 넣고 어떤 문장은 통으로 지워버리면서 수정에 최종 수정 그리고 최최종 수정까지 거듭하고 잘 다듬었다고 생각한 글을 보며 뿌듯해하는 것도 잠시. 쉽사리 발행 버튼을 누르지도 못하는 이 못난... 이게 무슨 미사일 쏘는 발사 버튼도 아닌데 무슨 걱정과 고민이 앞서는 건지 모르겠다. '발행해도 괜찮은 거겠지? 이 정도면 괜찮은가?' 수정도 거듭했는데 고민도 거듭하게 된다. 그렇게 발행된 글이 브런치 공간 어딘가에 올라가게 되는데 문제는 바로 그 시점부터다. 


"아니 내가 이런 작가를 구독하고 있었나?" 혹은 "무슨 글이 이래?" 혹은 "내가 이것보단 더 잘 쓰겠다"하는 (전혀 근거 1도 없는) 요인 때문인지 구독자들이 떨어져 나가고 있다. 블로그도 아니고 브런치에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글을 채워 넣고 있긴 하지만 딱히 농익은 글은 없고 허당미 넘치는 글만 꾸역꾸역 쓰고 있으니 그다지 이상한 일도 아닐 것 같다. 구독자 급등 작가는 있는데 왜 때문인지 구독자 급락 작가는 없는건가. 그렇다고 무슨 유튜브 채널 마냥 '좋댓구알(좋아요와 댓글, 구독과 알림 설정) 부탁해요'라고 선전이나 홍보할 수도 없는 노릇. 생각해 보면 그저 욕심이다. 욕심이 앞서면 글도 잘 안 써진다는데. 그나마 다행인 건 내가 전업 작가가 아니라는 점이다. 전업 작가였으면 벌써 배가 고파 죽었을 것 같다. 다행이다. 아무튼 그런 의미에서 수없이 다양한 글을 쏟아내는 분들의 노력과 정성 그리고 자연스럽게 글을 채워가는 이태백의 일필휘지 마냥 마법 같은 현상을 보고 있노라면 그저 신기하고 부러울 뿐이다. 대체 어떤 달란트를 받았길래 저렇게 쓸 수 있는 것일까? 감탄이 절로 나온다. 같은 단어여도 다르게 표현할 수 있다는 능력이란 실로 대단한 일이다. 


아직도 나는 나의 구독자 수를 내심 걱정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도 꼬박꼬박 라이킷을 눌러주시는 분들이 계신다. 그런데 그런 구독자'님'들도 모두 날아가버리면 어떡하지? 그럼 나는 아무도 없는 대나무 밭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는 꼴이 되는 건 아닐까? 사실 지금 이 숫자도 과분하다. 작가라는 타이틀도 과분해보인다. 이제는 어느 정도 내려놓을 '때'가 된 것 같다. 행여 구독자가 우하향 하더라도 주식이 우하향 하는 것보다는 덜 슬플 거라고 생각하면서 부담 없이 내려놓게 되면 조금 더 편하게 쓸 수 있을 것 같다. 아마 지금 이글도 발행 버튼 누르기 전까지 밤잠 못 자면서 고민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발행 버튼을 누르는 순간 또 몇 명은 날아가버릴 테지! 그들에게 진심 어린 작별을 고해야겠다. 부디 건강하시라고, 더 건강한 글을 보시라고, 그리고 나도 보다 더 건강한 글을 쓰겠노라고 굳이 다짐도 해보고 또 굳이 인사까지 남겨본다. 


그래요, 이 글은 농담 섞인 넋두리였습니다. 건강하시라는건 진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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