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아이들이 올바르게 성장하기 위한 환경
몇 년 전 따스한 봄날, 온 세상 떠나갈 듯 울어재끼던 아이가 어느새 무럭무럭 자라 초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낯선 풍경 속에서 엄마, 아빠의 품을 떠나 교실에 앉아있는 모습을 눈에 잘 담아왔는데요. 그 모습이 그저 기특하면서 뿌듯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안쓰러우면서 뭉클하기까지 했죠. 뭐랄까, 진짜 여러 감정이 마구 뒤섞인 기분이었어요. "1학년이니까 좀 정신없겠어요?", "원래 1학년때 손이 많이 가요", "아이고, 이제 1학년이면 언제 키워요?" 학교 입학 전만 해도 주변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엄청 많이 들었어요. 조언이든 충고든 잔소리든 결국 몸소 경험하게 되면 다 알 수 있게 되는 것들이었죠. 그건 아이나 부모나 모두에게 해당하는 것이랍니다. '고작 초등학교 입학'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마냥 아기 같던 아이가 학생으로서 첫 발을 내딛는 것이라 무엇보다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입학하던 날 이후로 한동안 학교 1층까지 손을 잡고 데려다주기도 했습니다. 가방 안에 연필은 잘 챙겼는지, 실내화랑 물통도 잘 챙겼는지 하나하나 걱정이 되기도 했죠(물통을 챙겨야 한다는 건 또 처음 알았네요) 우산을 놓고 온 적은 다반사고 물통을 꽉 닫지 않아서 공책이 축축하게 젖은 적도 있고 필통을 두고 온 적도 많았답니다. 시간이 지나고 그 횟수는 점점 줄어들었어요. 참 학교 1층까지 굳이 데려다주지 않아도 이제는 쿨하게 잘 들어갑니다. 그냥 애초에 기우였던 것 같아요. 분명히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었을 테니까요.
"이제 잘 갈 수 있는 거지?"
"당연하지. 나 간다"
지 몸뚱이만 한 가방을 둘러메고 학교에 가는 모습이 마냥 '초딩'이었네요.
저출산이라고 하더니 아이 반에는 20명도 되지 않았습니다. 학교가 큰 편도 아니긴 하지만 1학년만 그런 게 아니라 전 학년 반 평균이 20명 아래더군요. 40명~50명씩이나 꾸역꾸역 교실이 터질 듯 꽉꽉 채우던 시절도 있었던 것 같은데 친구들끼리 '우르르' 몰려다니던 풍경도 이제는 뭔가 소박해진 느낌입니다. 학교 앞 문방구나 분식집도 사실 거의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네요. 친구들과 함께 문방구 앞에서 게임도 하고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나눠먹던 시절. 친구라는 건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존재입니다. 두말하면 잔소리죠. 얼마 전 아이가 친구들과 함께 학교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다가 공에 맞았다고 했습니다.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혼자 양호실을 찾았다고 했는데 집에서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누가 그랬어?"라는 말이 절로 나왔네요. 누구라고 이름을 말했어도 몰랐을 테고 안다고 해도 할 수 있는 건 없었는데 말입니다. 상황은 끝나버렸고 크게 다친 것도 아닌 데다가 또 그렇게 부딪히고 쓸리면서 자라는 법. 물론 상처 하나 없기를 바라지만 어디 온전하게 자랄 수 있나요? 그러면서도 "우리 아이는 괜찮을까?" 하며 늘 걱정하게 되죠. '물가에 내놓은 아이' 마냥 매일 매 순간 걱정하는 것도 부모의 몫인거죠. 때때로 "남들은 몰라도 우리 아이만 괜찮으면 그만이다"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이기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사람은 누구나 다른 환경에서 자라죠. 어떤 부모 밑에서 자라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생김새도 성격도 서로 다른 인격체들이 한 학급에서 만나 소통하게 되고 그게 또 인연이 되고 친구가 되는 아주 지극히 일상적이면서 작은 문화 그리고 하나의 사회 속에 던져진 아이들이 좋은 (교육이든 뭐든) 환경에서 바람직하게 잘 자라주길 바란다면, '우리 아이만 괜찮으면 되는 시대'가 아니라 '우리 아이와 함께 지내는 아이들까지도 걱정하고 응원해 주는 세상'이 올바르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게 되는 것 아닐까요? 소통하는 사회를 꿈꾼다고 하지만 사실상 단절된 세상 속에서 무심하게 때로는 무정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내 아이만 잘 크면 된다"는 생각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아이들이 함께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는, 때론 다투고 화해하며 성장하는 수많은 과정들이 우리 사회의 작은 축소판이 될텐데요.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는 법을 배우고 또 그걸 실천하게 되면 세상은 더 따뜻하고 아름다워지겠죠. 어른들의 세상 또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바로 그런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올해도 우리의 희망이자 미래로 무럭무럭 잘 자라주길 바랄 뿐입니다.
p.s. 건강하게 잘 자라다오. 그럼에도 숙제랑 이빨 닦는 건 꼬박꼬박 잘하자!
p.s. 알림장에 적힌 선생님의 냉정한 한마디는 아직도 적응이 잘 안 되네요. 글씨를 삐뚤삐뚤 쓰거나 일기를 구체적으로 쓰지 않으면 바로 '불합격'이라는 따끔한 한마디가 새겨지기도 합니다. 사실 글씨가 뱀처럼 기어 다니긴 하네요. 대체 뭘 적은 거니?
p.s. (드디어) 방학을 맞은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문득 생각한 이야기를 글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