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스큐 Miss Que Aug 06. 2020

묵혔다가 꺼내면 좋은 세 가지

김치, 장난감, 사진첩

김장김치는 담그고 묵혀놨다가 잊을만할 때 꺼내 먹으면 그 맛이 제맛이다. 묵혔다 잊을만할 때 꺼내면 좋은 게 두 가지 더 있다. 장난감사진첩이다.


아들이 서너살때 장난감이 많아도 항상 관심을 가지고 노는 건 새 장난감이나, 장난감이 아닌 빈 박스라도 새로운 것만 가지고 놀려고 했다. 한번 구석에 처박힌 장난감은 절대 눈길을 다시 주지 않았다. 그래서 장난감을 여러 박스로 나누어 창고에 두고 한 박스씩 꺼내 주면서 흥미를 잃으면 또 잊었을만한 박스를 한 박스 꺼내 주곤 했었다. 이 시기 육아를 거쳐본 엄마들은 다 고개를 끄덕이시리라 생각된다.


어제저녁 남편의 핸드폰이 고장 나 다른 핸드폰으로 바꾸면서 데이터를 업데잇 시키고 있었다. 그러다 몇 년 전 아들이 어릴 때 사진첩이 떴다. 까마득히 잊고 있던 추억들을 선물 받은 것 같았다. 그때는 살던 곳에서 멀리 떠나와 가족도 친구도 없는 외국의 도시에서 아이를 낳고 힘들게 혼자 고립+독박 육아를 한다고 생각했다. 스스로를 참 애처롭게 생각했었던 것 같다. 순간순간 남편과 육아의 찰나들에서 많은 행복을 느꼈지만, 내가 없어지는 허무함도 많이 느꼈다. 잊었던 사진을 보니 힘든 일들은 온데간데없고 즐거운 일들만 가득했다. 지금 몇번의 이사로 또 다른 도시에 살고 있다. 사진 속에는 지금도 내곁에 남아있는 가족같은 친구들도 있고, 육아도 즐거워 보인다.  오랜 창고에서 꺼낸 아들의 장난감 박스처럼 내가 잊었던 순간들이 사진 속에 있었다. 이제 멀리서 제삼자의 눈으로 그 시절을 들여다본다. 너무 가까이 있어서 그때는 잘 안보였던 것일까? 그때 내 기억보다 사진 속에 우리 가족은 더 행복해 보인다. 어젯밤 우리 가족은 다 같이 추억팔이 하면서 행복한 저녁을 보냈다.

작가의 이전글 Oh~ Some More! S’mores!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