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를 시작하면서 일과 가정생활의 경계선이 너무 가깝다. 일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아들과 아빠, 부인과 남편은 불쑥 얼굴을 마주한다. 작은 집에서는 이미 미팅하는 소리도 다 들린다. 그 안에서 흐르는 긴장감은 방문을 열자마자 그대로 집안 곳곳으로 퍼져나간다. 잘해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순간 까칠한 말투를 들으면 기분이 살짝 상한다. 그런데 아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아빠에게 말을 건넨다. 이번에도 안 통하면 잠시 후 또 그렇게 말을 건넨다. 나는 또 톡 쏘일까 봐 상대가 알아서 기분이 풀릴 때까지 내가 먼저 다가가지 않았는데, 아들은 개의치 않고 언제나 기분 좋게 아빠의 얼굴을 마주한다. 그렇게 분위기를 전환 시킨다. 까칠했던 엄마나 아빠가 다가와도 언제나 기분 좋게 웰컴이다.
남편과 함께 들은 부부심리 상담사의 이야기가 있다. 서로의 반복된 행동 패턴으로 인해, 그 비슷한 행동을 보게 되면 이 후 배우자가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음에도 자동으로 머릿속에서 혼자 후속 편을 재생한다는 것이었다. 남편은 올빼미형 인간이고, 나는 굳이 정하자면 아침형 인간이다. 나는 아침에 에너지가 넘치고, 남편은 아침에는 말이 많이 없다. 며칠 전 아침 커피를 내리고 있는데 남편과 마주쳤다. 컨디션이 안 좋아 보인다. 나는 굳이 말을 건네지 않고 내 할 일만 하고 있었다. 잠시 후 적막을 깨고 남편이 말을 건넸다. " (머릿속 비디오)그 안에서내가 어쩌고 있어? 나 잘하고 있어?" 나는 대답했다. "나쁜 짓은 혼자 다 하고 있어! 그런데 내 남편이 아니었네?!!!"
언젠가 개가 사람보다 나은 이유에 대해 들을 적이 있다. 그 리스트는 길었지만, 그중 하나는 개는 나쁜 감정을 오래 가지고 있지 않고 바로 버린다는 것이었다. 우리 집 개를 봐도 그렇다. 내가 화를 내도 그때뿐 돌아서고 다시 나를 보면 항상 기쁘게 나를 마주한다. 안좋은 감정의 찌꺼기가 없다. 아들도 그런 것 같다. 생각해보면 남편도 그런 편인 것 같다. 이 집에서 나만 잘하면 될 것 같다. 오늘은 우리 집 개에게 한수 배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