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들의 읽기 평가가 있었다. 2학년에 올라가는 가을학기가 일주일 뒤에 시작된다. 내가 사는 이곳은 캘리포니아주이다. 아들의 담임 선생님은 본인이 2년은 가르쳐야 한다는 교육철학을 가지고 있어, 1학년 때 맡은 학생들을 2학년까지 데리고 간다. 학교 상황에 따라 매년 그렇게 하신 건 아니었지만, 올해는 아들반 엄마들이 교장선생님께 같이 건의를 하여 그렇게 되도록 했다. 온라인 수업을 하는 이 혼란의 시기에 선생님이라도 그대로 같이 2학년으로 같이 올라가니 얼마나 안심이 되는지 모른다. 아들반 빼고 나머지 3개의 반은 새로운 학급 친구들과 새 2학년 선생님으로 배치되었다. 원래 쌍둥이는 다른 반에 배정하는 게 원칙이지만, 온라인 수업을 대비하듯이 학교 내 모든 쌍둥이들은 각각 같은 반에 배정받았다. 지금 발표한 온라인 수업 계획은 팬데믹 이전 등하교 시간에 맞추어, 8am-2:40pm, 그 긴 시간 동안 온라인 수업을 한다고 했다. 길게해도 걱정, 짧게해도 걱정, 학교를 열어도 걱정, 안열으도 걱정이다. 담임 선생님은 우려 섞인 목소리로 수업과정에 소규모 그룹 활동을 위한 로그인 & 아웃이 잦을 것 같다고 언급하며, 타이머 기능이 있는 탁상시계를 준비할 것을 추천했다.
지금 현재 8월 중순의 시간에 되돌아보면, 3월 중순 학교가 문을 닫았고, 4월 중순부터 온라인 수업을 실시했다. 일주일에 두 번, 한 시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인사하고 안부를 전하는 정도였고, 나머지는 다 숙제로 돌아왔다. 딸은 모르겠지만 아들을 가르치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내 마음의 엄청난 감정 변화를 억누르고 평정을 찾아, 감정과 욕심을 배제한 말투와 자세로 가르쳐야 한다. 내가 조금만 게으르면 아들이 뒤쳐질 수 있다는 생각에 압박이 느껴졌었다.
2015년 발표한 영화 'Little Prince'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첫 두 달은 아들과 호흡이 척척 맞았다. 하루 종일 스케줄을 빽빽이 짰다. 엄마와 보드게임, 엄마와 축구 등 노는 스케줄이 더 많았지만 공부와 놀이가 적절히 배치된 스케줄대로 착착 움직였다. 홈스쿨링 까짓것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자만심이라도 비웃듯이, 두 달이 넘어가니 아들은 갑자기 하기 싫은 티를 조금씩 내더니, 급기야 안 하겠다고 반항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동안 잘 써먹은 시간표를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이후 아들은 매일 두 시간씩 게임을 한다.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이 되는데 매일 2시간씩 친구들과 콜을 하며 게임을 하는 게 너무 과하다고 생각되지만 달리 대안이 떠오르지도 않는다. 문을 꽁꽁 닫았던 공원들이 차례로 오픈을 하고 주중 낮시간에 한 번은 공원에서 아들을 놀린다. 아들은 공원에서 몸으로 뛰어노는데 집중은 하지 않고, 온통 집에 빨리 가서 게임할 생각만 가득하다.
어제 읽기 평가에서 담임선생님은 11월 정도에 아들이 도달할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던 읽기 레벨을 받았다며, 듬뿍 칭찬해 주셨다. 아들은 스스로 자랑스러운지 연신 본인이 잘했는지 나에게 물어보았다. 그동안 꾸준히 보았던 만화책이 도움은 되었나 보다. 동기부여를 위해 과하게 칭찬을 하셨다면 제대로 먹혔다. 집에서 엄마와 하는 공부가 아닌 외부 자극이 들어오니 새로운 에너지가 도는 느낌이다. 읽기 테스트를 하는 데에도 유머러스하게 대화를 잘 이끌어내는 선생님의 프로다움이 느껴진다. 아들은 선생님과 하는 건 테스트라도 재미있어했다.
내 주위에 친한 친구가 홈스쿨링을 시작한다고 했다. 홈스쿨링 까짓것? 나는 절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