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스큐 Miss Que Aug 18. 2020

미국 최대서점에 왠 바둑클럽?

미국에서 가장 큰 독립 서점 Powell's Book Store을 소개합니다.


우유,커피,물에 젖어 우글우글해졌다가 마른 책 느낌을 아시나요?

포틀랜드에 오면 꼭 다시 들러보고 싶었던 곳이 이 책방이었다. 예전 책을 많이 읽지 않을 때도 책방은 언제나 좋아했다. 책방에서 와서 책 냄새와 그 모양을 구경하고 뒤적거리다가 내 수준에 맞지 않는 책을 사서 기저귀 가방 한쪽 구석에 끼워 넣고 다녔다. 읽지는 못하고 너무 들고만 다녀 책이 너덜너덜 해지고, 우유병에서 쏟아진 우유에 젖어 우글우글해지고 만싱창이가 된 적도 있다. 한 번은 친구가 같은 페이지만 계속 보는게 아니냐고 물었을 정도로 책을 못 읽었고, 액세서리 아이템이라 농담할 정도였지만 , 나는 너덜너덜해진 책도, 그 책을 만지는 느낌도, 책방 냄새도 사랑했다. 읽는 것만 잘 못했다.


길거리에 누워 책을 읽는 젊은 홈리스 

포틀랜드 다운타운에는 젊은 홈리스들이 많았다. 홈리스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돈을 달라는 메세지와 함께 모금(?)통을 앞에다 두고, 책을 보는 이들을 많이 보았다. 내가 기억하는 한 청년은 책에 빠져 돈이 들어오는지 눈치채지도 못하고 책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카페나, 기차안이나, 공원이나 어딜가나 책을 손에 든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코로나로 아직도 문을 닫은 서점, 제발 끝까지 버텨 살아남기를!

미국 최대의 서점, 추억의 Powell's book은 문이 닫혀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아직도 이 책방은 임시로 문을 닫은 상태이며, 온라인 오더 픽업만 가능하다고 한다. 온라인 오더 활성화로 이번 팬데믹으로 해고한 100여 명의 직원들을 다시 고용할 수 있었다고 하며 온라인 오더를 권장했다.

https://www.powells.com/category


미국 서점에 한국 바둑이?

내가 기억하는 이 책방에서는 오래된 책도 많이 팔고, 헌책도 산다. 없는 책이 없고, 없으면 구해 준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이 책방 카페에는 여러 사람들이 앉아서 바둑을 두고 있다. 미국에서는 바둑을 Go라고 한다. 중국 게임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곳 서점을 점령한 Go는 한국과 인연이 깊었다. 아는 지인을 보니 이곳 바둑 대회에서 일등을 해 순위에 오른 몇 명과 함께 한국행 티켓을 받았다고 했다. 대구에 가서 바둑 대회에 참가한다고 했고, 몇 년 전 우승을 해서 다녀온 적이 있고, 그때가 두 번째 한국 방문이라고 했다. 내가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가 2012년이었다. 포틀랜드 바둑 클럽은 아직도 존재한다. 바둑클럽 웹사이트에 들어가보니 얼마 전 성공적으로 온라인 게임을 했다는 소식이  올라왔다. 지금 이 소식을 확인하고 반가워서 Go Club에 가입을 해버렸다. 나는 바둑을 둘 줄 모른다.


친정아버지와 바둑

친정아버지는 바둑을 사랑하셨다. 항상 친구분들과 밥도 그 자리에서 드시면서 하루 종일 바둑을 두시던 모습이 생각난다. 2013년 뇌경색으로 쓰러지시기 전까지 온라인 바둑도 한참 두셨다. 지금은 재활치료와 후유증으로 바둑을 두시지 못한다. 이제 손자가 커서 한글학교 특별활동시간에 바둑수업을 듣는다. 이 손자는 집에서 바둑을 두지 못하는 엄마, 아빠와도 제멋대로 규칙을 정해 바둑을 즐긴다. 외할아버지가 바둑을 잘 두셨다는 말에 흥분해 한국에 가면 할아버지를 꼭 한판에 쓰러뜨리고 말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외할아버지가 바둑을 둘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불안한 마음에 친정아버지에게 연습을 하고 있으라고 잔소리를 해도 아빠는 그냥 장난섞인 말로 얼버무리고 스리슬쩍 넘어가고 만다. 친정아버지가 바둑을 기억해 두지 못하면 슬플 것 같다.


지금 나는 바둑을 배워보기로 결심했다.


작가의 이전글 우리를 반겨준 오레건의 빗방울  그리고 맥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