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최종 편). 태국에서 한 달간 살아보니...

꿈을 찾아 나선 평범한 부부의 이야기[태국 한 달 살기]

by LouisLee

올해 1월 첫 주에 시작한 태국 한 달 살기를 2월 첫 주에 마무리했다. 정확히 4주 동안 태국에 머물렀다. 처음에는 '한 달 살기'가 한 달 동안 같은 숙소에 묵으며 지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머무는 동네에 자연스레 스며들어 이웃 주민들과 오가며 인사를 나누고 숙소 근처에는 우리 입맛에 딱 맞는 단골 식당을 만들어 주인과 소통하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다. 저녁에는 현지 술집에서 다른 나라 관광객들과 어울려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도 그려보곤 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한 달 살기'에 대해 누군가 정해놓은 규칙은 없었다. 물론 한 곳에 30일 가까이 머물다 보면 더 다양한 경험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약 보름이라는 기간도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보다 아내와 둘 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사실상 '한 달 여행'을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28일 중 절반 가량은 방콕에서, 나머지 절반 가량은 푸켓에서 지냈다.


아내와 나는 이미 과거에 여러 차례 태국을 여행했었다. 그러다 보니 이번 방문을 통해 태국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이미 여행자 수준에서는 태국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긴 기간 동안 태국에 머물며 새롭게 느낀 점 몇 가지를 공유해 보겠다.


태국에서 한 달간 살아보니...


의외로 짐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

한 달 동안 집을 떠나 먼 타지에서 지낸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짐을 많이 들고 갈 필요는 없다. 나와 아내가 이전에 태국 여행을 갔을 때 짧으면 이틀, 길면 열흘 가량 머물렀다. 그동안 가지고 갔던 짐에서 딱히 추가된 물건은 없었다.

옷도 많이 들고 가지 않았다. 그럼에도 아쉽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해변가 모래사장에 누워있거나 수영을 하는 동안 수영복 외에는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았다. 수영복은 평상시 입어도 어색하지 않은 디자인이었기 때문에 하의는 여분의 반바지 한 개만으로도 충분했다. 상의는 셔츠 한 벌과 반팔티 2장을 돌아가며 입었다. 속옷 3장은 거의 매일 손빨래를 하며 입었다. 신발은 스페인 순례길을 걸으며 신었던 샌들과 쪼리만 필요했다. 샴푸, 비누 같은 세면용품은 숙소에서 제공하는 제품을 사용했다. 그 외에는 모자, 선글라스, 칫솔 같이 부피가 작은 물품들만 챙겼다. 이것 만으로도 한 달을 지내기에 부족하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KakaoTalk_20240304_165752635_13.jpg 아내와 나는 각자 백팩 한 개씩 지니고 다녔다.
인사를 잘해서 나쁠 것은 없다.

어렸을 적부터 어머니께서 항상 강조하셨던 말이다. 인사한다고 돈이 드는 것도 아니라며 누군가를 만나면 꼭 인사를 잘하라고 말씀하셨다. 태국에서도 인사를 잘해서 행운이 따랐던 기억이 있다. 푸켓 빠통 해변 근처 숙소에서 머물던 어느 날이었다. 체크인을 위해 리셉션 사무실로 가는 길에 호텔 수영장을 지났다. 그러다 수영장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며 쉬는 사람 중 몇 명과 눈이 마주쳤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눈인사를 나누었다. 방에서 나와 호텔을 벗어나려면 수영장을 반드시 지나야 했기에 그 이후로도 여러 차례 불특정 다수와 인사를 주고받았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서서히 익숙한 얼굴들이 생겼고 눈인사에서 더 나아가 가벼운 대화를 주고받을 정도로 친해진 사람이 생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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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열쇠를 보관하기 위해 리셉션 사무실에 들어갔더니 그 친구가 사무실을 지키고 있었다. 알고 보니 호텔 직원이었다. 근무 시간 외에 수영장에서 여유를 즐기고 있던 것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아마도 매니저 혹은 그 이상의 직급인 듯했다. 놀라움과 반가움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근처에 추천해 줄 만한 음식점이 있다고 했다. 내가 먼저 물어본 것도 아니었다. 호텔 뒤편으로 난 좁은 골목길에 작은 식당이 있는데 태국 현지식뿐 아니라 서양 요리도 맛있다고 귀띔해 주었다. 실제로 체크아웃 전 날 추천받은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주인도 너무 친절하고 음식도 굉장히 맛있었다. 사소한 눈인사를 시작으로 이어진 인연 덕분에 현지의 숨은 맛집까지 방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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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름한 동네 이발소에서 머리를 잘라도 괜찮다.

나는 평소 머리를 짧게 자르는 것을 선호한다. 머리가 짧으면 생기는 단점 중 한 가지는 자주 이발을 해주지 않으면 지저분해 보인다는 것이다. 옆머리가 어느 정도 길어지면 보기 싫고 정돈되어 있지 않다는 인상을 주게 된다. 나의 경우 2주마다 머리를 자른다. 그러다 보니 태국에 한 달간 머물면서 두 번 이발을 하게 되었다.

지도 어플로 숙소 주변 이발소를 검색해 보았을 때 가격 범위가 굉장히 넓었다. 저렴한 곳은 80바트(약 3,200원)에서 비싼 곳은 700바트(28,000원)까지 요금이 천차만별로 책정되어 있었다. 후기를 살펴보니 전체적인 평점은 가게의 요금이 높고 낮음과는 상관없이 비슷했다. 다만 요금이 저렴한 가게들은 이발사들이 영어로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평들이 다소 있었다. 데이터가 쌓이다 보니 나름 정리가 되었다. 가격이 비싼 가게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반면에 가격이 저렴한 이발소는 태국 현지인들을 주 고객으로 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영어로 하는 의사소통에 한계가 있는 것이다. 어차피 내 머리는 복잡하거나 어려운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 그리고 스마트폰에는 내가 자르고 싶은 스타일의 사진도 여러 장 들어있었다. 사진만 있으면 의사소통도 필요하지 않다.

그렇게 나는 방콕에서 한 번 그리고 푸켓에서 한 번 숙소 주변에서 가장 저렴한 이발소들을 방문했다. 두 차례 모두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현지인이 머리를 자르고 있었다. 나의 예상이 맞은 것이었다. 차례가 되어 의자에 앉으면서 스마트폰에 저장해 두었던 사진들을 보여주었다. 다행히 두 이발사 모두 베테랑이었기 때문에 금방 나의 의도를 파악했다. 결과물도 모두 만족스러웠다. 사소하게 아쉬운 점이 있긴 했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눈 감고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었다.

태국에 짧게 머물렀으면 하지 않았을 이발소 방문을 통해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바가지요금을 지불할 가능성이 낮아진다.

한 달 동안 지내면서 태국의 각종 물가에 대한 감이 생기게 되었다. 식당 메뉴판을 보면 이 식당의 전체적인 가격이 비싼지 그렇지 않은지 알 수 있게 되었다. 길에서 툭툭을 이용할 때도 운전기사들이 처음에 제시하는 가격에서 얼마를 흥정해야 할지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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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아내는 푸켓에서 배를 타고 주변의 작은 섬들을 돌며 스노클링을 즐기는 관광 투어 프로그램에 참가해보고 싶었다. 현지 여행사 몇 곳을 방문해 보니 가격이 천차만별이었다. 방문하는 섬과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은 모두 동일했다. 호텔 픽업&드롭 서비스, 아침·점심식사, 과일, 음료수 제공 같은 세부 옵션도 대동소이했다. 투어 프로그램 전단지에 적힌 정가에서 얼마를 할인받을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했다. 나와 아내는 긴급회의를 거쳐 기준 금액을 정했다. 태국에서의 가격 흥정에는 자신이 있었다(이전 글 참조). 현란한 밀당을 통해 우리가 정한 기준 금액으로 투어 프로그램을 계약할 수 있었다. 전단지에 적힌 정가에서 60% 할인받은 금액이었다. 만약 나와 아내가 현지 물가에 대한 감이 없었더라면 정가 그대로 지불했을지도 모른다. 가격 흥정을 했다 손 치더라도 여행사 직원에 끌려다니며 더 적은 금액을 할인받았을 수도 있다.

KakaoTalk_20240304_165752635_15.jpg 현지 여행사에서 투어 프로그램을 살펴보고 있다.
KakaoTalk_20240304_165752635_17.jpg 아내와 스노클링을 즐기는 모습



태국에서의 한 달은 누군가에겐 길 수도 다른 누군가에겐 짧은 기간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동안 얼마나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다양한 경험을 하는지, 그리고 생소한 환경과 상황을 마주했을 때 얼마나 열린 마음을 가지고 받아들이려 하는지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아내는 매일 다른 길을 걸으며 더 많은 태국 현지의 모습을 경험해 보고 싶었다. 매일 다른 식당을 방문하며 더 다양한 음식을 맛보고 싶었다. 매일 다른 장소를 방문하며 저마다의 특색이 있는 아름다운 태국의 자연을 눈에 담고 싶었다. 그럼에도 나와 아내에게는 한 달이 짧았다. 가능하다면 더 길게 머물고 싶었다. 다음에 다시 태국에 올 때 기대와 설렘을 가득 안고 올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기대와 설렘은 이전에 비해 훨씬 클 것이다. 이번 여행을 통해 새로운 매력을 너무나 많이 발견했기 때문이다.


다시 만날 그날까지 잘 있어라 태국.

컵쿤캅 타이랜드.


KakaoTalk_20240304_165752635_03.jpg 태국 왕조 시대의 의상을 입은 현지인들과 함께...



사진 출처 @the_kangkang



브런치 작가가 되고 처음 작성한 매거진이라 많이 부족했을텐데도 관심 가져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더 나아진 모습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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