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커피 한 잔과 크래커의 안부

by Lounge And

점심시간, 커피 한 잔과 크래커의 안부


오늘도 점심시간이 다가왔다. 사무실 한쪽에서 누군가 가방을 챙기고, 다른 쪽에서는 작은 모임을 만들며 메뉴를 고르는 소리가 들린다. 대화 속에 웃음소리가 섞여서 공간 전체가 들썩이는 듯하다. 하지만 나는 의자를 조금 더 깊숙이 당기고, 책상 위에 올려둔 커피 한 잔과 크래커 두 개를 꺼낸다. 평소 같으면 따라 나섰을 법한 발걸음을 멈추고 혼자 점심시간을 보내기로 한 것이다.


사실 예전의 나는 점심을 간단히 때우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하루 중 가장 여유로운 시간인데 대충 넘기는 건 나를 소홀히 대하는 일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점심은 꼭 제대로 먹어야 한다’는 고집 같은 게 있었고, 동료들과 식당을 찾아다니며 웃고 떠드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달라졌다.

직장생활이 길어질수록, 점심이라는 시간의 의미가 조금씩 변했다. 단순히 배를 채우는 목적을 넘어서서 ‘나를 정리하는 시간’으로 바뀐 것이다. 오히려 시끌벅적한 식당보다는 조용한 자리에 앉아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해졌다. 그 변화가 언제부터였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크래커 두 개와 커피 한 잔으로 점심을 대신하는 지금이 나쁘지 않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크래커를 한 입 베어 문다. 바삭한 소리가 사무실의 웅성거림 속에서도 선명하게 들린다. 입안에 퍼지는 고소한 맛 위로, 커피의 쌉싸름한 향이 부드럽게 스며든다. 아주 단순한 조합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꽤 충만하다. 작은 간식 하나와 따뜻한 커피가 나를 위한 작은 위로처럼 느껴진다. 주변의 바쁜 움직임과 대비되듯, 내 자리만은 잠시 멈춘 듯 고요하다.


생각해보면 인생에서 ‘충분하다’는 느낌을 주는 순간들은 대부분 소소한 것들 속에 숨어 있다. 커다란 사건이

나 특별한 기회보다, 이렇게 아무렇지 않은 평범한 점심시간 속에서 오히려 삶의 의미를 더 자주 발견하게 된다. 사람들과의 대화가 필요할 때도 있지만, 나 혼자만의 속도로 흘러가는 시간이 더 값진 날도 있는 법이다. 오늘은 그런 날이다.


창밖을 바라본다. 사무실 건너편 카페 테라스에 사람들이 앉아 있다. 노트북을 열고 있는 이도 있고, 휴대폰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커피를 홀짝이는 사람도 보인다. 각자의 점심시간이 저마다 다른 리듬으로 흐르고 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누구나 하루 중 잠깐은 스스로만을 위한 호흡을 찾아야 한다는 걸. 남들의 속도에 휩쓸리지 않고, 내가 원하는 템포로 숨을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말이다.


나는 이 시간에 내 생각을 정리한다. 오전 내내 몰아쳤던 이메일과 회의, 끝내야 할 보고서와 미뤄둔 업무 사이에서 길을 잃을 때가 있다. 점심시간을 잠깐 비워두는 건 그런 혼란 속에서 나를 붙잡는 방법이다. 커피잔을 들고 숨을 고르며, 오전의 기억을 정리하고 오후의 계획을 세운다. 크래커 두 개와 커피 한 잔으로 배를 채우는 게 아니라, 오히려 마음을 채우는 셈이다.


그러다 보면 오히려 생산성이 높아진다. 단순히 업무 속도를 끌어올린다는 의미가 아니라, 생각을 가볍게 비우고 나면 다시 집중할 힘이 생긴다는 거다. 점심시간을 쪼개어 나를 돌보는 이 작은 루틴은, 무심히 지나가는 하루를 조금 더 나답게 살아가게 해준다.


사실 우리는 늘 ‘더 많은 것’을 원한다. 더 맛있는 점심, 더 비싼 커피, 더 근사한 삶.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깨닫게 된다. 손에 닿지 않는 걸 바라며 불안해하는 것보다, 지금 내 손안에 있는 작은 것들을 소중히 여기는 게 훨씬 단단한 마음을 만든다는 사실을 말이다.


커피잔을 비우며 생각한다. 오늘 점심시간을 이렇게 채웠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사람들은 말할지 모른다. ‘커피와 크래커로 점심을 대신한다고?’ 하지만 나는 안다. 이 평범한 조합이 내 하루를 버티게 만드는 힘이라는 걸.


점심시간의 평화는 거창한 데서 오는 게 아니다. 작은 간식 하나, 커피 한 모금, 잠깐의 고요. 그 안에서 비로소 나는 숨을 고르고 다시 오후를 살아갈 힘을 얻는다.

오늘도 커피와 크래커는 내게 똑같은 인사를 건넨다.

“괜찮아, 오늘도 잘하고 있어.”


#브런치스토리, #감성에세이, #점심시간, #커피한잔, #크래커, #오늘의기록, #직장인일상, #작은행복, #오피스라이프, #감성글, #브런치에세이, #도시생활, #마음기록, #위로글, #짧은휴식, #작은평화, #브런치작가, #브런치추천, #삶의기록, #마음여행, #브런치북, #일상글, #감성스타그램, #커피타임, #도시감성, #브런치연재, #감성에세이추천, #마음산책, #하루한줄, #직장인에세이, #감성글귀, #작은위로, #브런치감성, #감성기록, #오늘기록, #위로의시간, #브런치작가추천, #브런치인기글, #하루기록, #글스타그램, #도시인에세이, #마음휴식



keyword
작가의 이전글탈락, 이것도 경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