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락, 그것도 결국 나를 만드는 경험

by Lounge And

탈락, 그것도 결국 나를 만드는 경험


합격자 발표일이었다. 아침부터 괜히 핸드폰만 몇 번을 들었다 놨다.
회사 메일을 열어본 뒤 닫고, 다시 확인하고, 또 새로고침을 눌렀다.
어느 순간 알림창에 뜬 문구를 보았다.
“아쉽게도 이번 전형에서는 함께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한동안 멍하게 화면만 바라봤다. 그동안 쏟아부었던 시간과 에너지,
수십 번을 고쳤던 자기소개서, 새벽까지 남아 정리했던 자료들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었다.
마치 내 노력이 단 한 줄의 문장으로 요약되어 사라진 것 같았다.


첫 번째 감정은 아쉬움이었다.
“왜 난 안 됐을까?”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올라왔다.
두 번째는 분노였다.
평가받았다는 사실보다도 결과를 바꿀 수 없다는 무력감이 화로 변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찾아온 건 허무함이었다.
그렇게 긴장했던 발표일인데, 탈락은 너무도 조용히 내 삶으로 스며들었다.


며칠 동안은 주변 사람들과 결과 이야기를 꺼내지도 못했다.
“괜찮아”라는 말이 상처에 소금처럼 스며들 것 같았다.
그래서 일부러 더 바쁘게 움직였다.
책상 위를 정리하고, 밀려 있던 업무를 쌓아 올리며
머릿속을 비우려고 애썼다.


그러다 문득 알게 되었다.
결국 탈락도 내 삶을 구성하는 한 부분이라는 걸.
내가 원했던 것과 다른 길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조금씩 새로운 방향을 찾게 된다.
결국 이 과정이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거다.


합격보다 탈락에서 배우는 게 더 많다는 말은 진부해 보이지만,
돌아보면 사실이었다.

탈락은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내가 준비했던 방식은 적절했는지,
내가 원한 건 정말로 ‘그 자리’였는지,
아니면 단순히 ‘합격’이라는 단어 자체였는지를 묻게 한다.


탈락을 경험하고 나면, 시선이 조금 달라진다.
처음에는 내가 부족해서 생긴 결과라고만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다른 의미를 찾게 된다.
나보다 잘한 누군가가 있었을 수도 있고,
운이 조금 따라주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렇다고 해서 내 가치가 바뀌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사람은 결과로만 평가받는 존재가 아니라고 믿고 싶다.
합격이라는 한 단어가 내 노력을 전부 증명하지 않는 것처럼,
탈락이라는 한 단어가 나를 전부 부정하는 것도 아니다.
결과는 단지 방향을 정해줄 뿐,
나를 규정하지는 못한다.


돌이켜보면, 탈락은 나를 더 유연하게 만들었다.
“이번에 안 됐으니, 다음 기회에는 다른 길로 가보자.”
처음에는 단순한 체념 같았지만,
사실은 조금 더 넓게 바라보는 연습이었다.
탈락은 한 번의 실패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다음 도전을 위한 준비 과정이기도 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된다.
세상에 완벽한 합격도, 완전한 실패도 없다는 걸.
어떤 기회는 지금의 나와 맞지 않아서 떠나보내는 것이고,
어떤 길은 잠시 돌아가야만 더 잘 맞는 시점에 닿을 수 있다.
결국 탈락은 다른 문을 열어보라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지금도 여전히 탈락은 아프다.
발표 전날의 설렘, 합격을 상상하며 계획했던 미래들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건 익숙해질 수 없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탈락은 나를 멈추게 하는 게 아니라
나를 다시 움직이게 만든다는 걸.


다시 자기소개서를 열고,
다시 자료를 찾아보고,
다시 도전할 준비를 한다.
그 과정에서 나는 이전보다 더 단단해지고,
조금은 더 현명해진다.


탈락을 경험한 나는 이전의 나와 다르다.
한 번 더 넘어졌지만, 그만큼 한 번 더 일어설 방법을 안다.
결국 경험은 상처를 남기지만,
동시에 나를 성장시키는 흔적이 된다.


탈락은 나를 정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과정을 어떻게 지나왔는지가 나를 만든다.
탈락이라는 단어를 조금 더 부드럽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내가 원하는 답을 당장 얻지 못하더라도,
나는 여전히 나의 길 위에 서 있다는 걸 믿기로 했다.


오늘의 탈락은 언젠가 내일의 나를 더 강하게 만들 것이다.
그러니 괜찮다.
이것도 결국 경험이다.
그리고 그 경험은 언젠가 나를 더 멀리 데려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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