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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u Feb 02. 2023

지하 의식의 음악적 계승자들

<White Light/White Heat>(1968)

The Velvet Underground - White Light/White Heat (1968)


일반적인 빛은 흰색이지만, 사실 흰색 파장의 빛은 존재하지 않는다. 백색광은, 다른 파장의 가시광선이 섞여서 만들어진 빛일 뿐이다. 그러나 흔한 금속으로 황금을 만들어내려 했던 연금술사들처럼, 순수한 백색광을 구현하겠다는 목표를 위해 일생을 바친 사람들이 있었다. 이 신비하고도 비밀스러운 연구는 1934년, 미국의 작가 Alice Bailey에 의해 한 차례 출판물의 형태로 기록되었다.



그리고 1968년, 그녀의 저서 「A Treatise on White Magic(백마법에 관한 논문)」에 심취한 네 명의 초보 신도들은, 이번에는 고서와 프리즘 대신 기타를, 구도자적 헌신 대신 각성제로 점철된 형이상학을 통해 주술을 재구현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음반과 동명의 곡 "White Light/White Heat"을 통해 백색광에 대한 찬사적인 예언을 시작한다("하얀 빛, 하얀 빛이 내 속을 헤집어놔 / 하얀 빛, 하얀 빛이 내 눈을 멀게 만들 거야 / 하얀 빛이 여기 있는 동안에는 자비를 베풀기를").



어둠 속에서 빛을 구하던 백마법사들과 같이, 지하세계의 찬양에는 날카로움과 부드러움, 시끄러움과 읊조림 그리고 성스러움과 저속함이 공존한다. 마치 빛에 이끌린 나방처럼, 자신들의 손으로 백색광을 소환하려 하면서도 그 속에서 자비만을 구하는 모습은 자못 신성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들은 어째서 일반적인 신앙고백 대신 전두엽 절제술 중 끔찍한 사고를 당한 트랜스젠더 여성의 고약한 이야기를 고해하기로 결정했을까? Lou Reed의 모호한 성적 지향이나 그로 인해 부모가 시도한 전기충격요법의 탓으로 돌리기에는 여전히 의구심이 남는다면, 다음 질문이 도움이 될 수 있겠다.



무엇이 그들을, 한 가지 주제를 30초나 3분 대신 17분동안 반복하게 만들었을까?



인터루드적으로 시작해 한 곡이라기엔 완결성이 부족하게 느껴지는 'I Heard Her Call My Name'은, 그 뒤에 이어지는 'Sister Ray'의 거칠고 엄숙한 인트로가 시작된 뒤에야 비로소 심장부의 시작을 알리는 서주였음이 드러난다. 드러머 Maureen Tucker는 주기적인 망치질을 가하여, 퍼져나가고 다시 모이기를 끊임없이 반복하는 기타 노이즈의 파동이 백열을 발하며 발광할 때까지 달궈놓는다. 철이 달았을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쳐서 달구라는 말처럼, 이 어두운 열기의 선구자들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나는 큰 줄기를 찾고 있어 / 잔가지에다 놓을 수는 없잖아") 그들이 가진 모든 악기와 노이즈를 쏟아내며 백색의 향연 속으로 달려든다.



Alice Bailey의 저서가 순백의 빛을 불러내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기는 했지만, 그것은 하나의 방법론일지언정 백마법의 궁극적인 목적은 아니었다. 그녀의 제자들은 고도의 집중을 요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의식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정신적-물질적 저변을 넓히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았다. 생각해보면, 한 가지 코드 진행을 17분 동안이나 반복하며 노이즈나 투약량 따위의 것들을 점차 늘려가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도 않은 것 같다. The Velvet Underground가 지하세계의 의식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계승하며 도달한 감각의 지평을 생각해 보면, 이들의 시도는 재료와 과정 그리고 결과물이 조금 달랐을 뿐, 본질적으로는 백마법에 대한 성공적인 재연이었다고 봐도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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