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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u Aug 26. 2023

미숙함의 안개를 걷어내기

낯을 가리던 13살의 나는 미용실에 가기를 어려워했다. 내가 겨우 말할 수 있었던 것은 '이대로 다듬어만 주세요' 정도였다. 15살의 나는? 수줍음을 조금 억누를 수는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냥 다듬는" 대신, 유행하던 대로 옆머리를 투블럭으로 치고 다니게 되었다. 17살 쯤 되어서야 파마라는 것이 여자들이 하는 웨이브 펌만 있는 것이 아님을, 그리고 멋들어진 머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파마를 하거나 아니면 빗과 드라이기를 잡고 한참 사투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성인이 되어 일을 하는 입장이 되어본 뒤에야 머리를 자르는 사람들의 입장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고, 왜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사진을 보여주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인지도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내가 모르는 것은 아직도 너무나 많고, 따라서 미용실에서 선택을 내리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다.



이렇듯, 과거를 돌아볼 때면 당시의 내가 얼마나 짙은 안개 속에 둘러쌓여 있었는지를 실감하게 된다. 그로 인해 나는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의 본질을 꿰뚫어보지 못하였고, 미숙한 결정을 내려야만 했고, 그로 인해 생긴 결과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사실, 시점을 일 년 전이나 한 달 전, 혹은 당장 하루 전으로만 돌려 봐도 마찬가지이다. 안개는, 아주 조금씩 걷혀가고는 있지만 여전히 주변을 짙게 감싸고 있다.



안타깝게도 인생에는 머리 자르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가 많고, 그만큼 마주해야 할 혼란스러움은 훨씬 깊고 복잡한 양상으로 나타나며, 잠재적으로 감수(혹은 극복)해야 할 결과는 허접한 헤어스타일보다 훨씬 치명적인 경우가 많다. 후회나 죄의식을 배제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이 사실이 시사하는 바는 여전히 명백하다. 혼란스러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성장을 이루고 미숙함의 안개를 걷어내야만 한다.



물론 그것은 결코 쉽지 않다. 왜냐하면 안개에서 일단 빠져나오기 전까지는 그것을 걷어낼 수도 없기 때문이다. 안개를 조금이나마 걷어낸 입장과 그렇지 못한 입장 사이에는 마치 어른과 아이의 눈높이 차이와 같은 위상차가 존재다. 아이는 자신을 감싼 안개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그리고 거기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단지 눈먼 손을 내저으며 안개 속 어딘가를 계속 걸어가거나, 아니면 그것을 의식하지도 못하고 혼란 속에서 살아갈 뿐이다.



인생은 가끔(혹은 자주) 전자를 선택하기를 강요한다. 살아가다 보면 도저히 피해갈 수 없는 문제는 항상 생기기 마련이니 말이다. 게다가 안개 속을 나아가는 일은 항상 보람고 유쾌하지만은 않으며, 종종 무릎이나 일상의 행복, 혹은 멘탈 등을 깨지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느 방향으로 가든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을 것 같은 문제와 마주한 이들이 있다면, 다음의 한 가지 사실을 상기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는 있을 것 같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한 가지 안개존재를 알아차리게 되었으며, 그렇게 된 이상 언젠가는 그것을 걷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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