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데몬 헌터스, 방황하는 그들과 눈을 맞추기

<케이팝 데몬 헌터스>(2025)

by Lou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주인공들은 마치 그 제목을 접한 관객들이 그러하듯 양분된 정체성 속에서 혼란을 겪는 듯 보인다. 악령이자 헌터, 미국인이자 한국인, 반항아이자 만인의 아이돌 - 혹은 공통적으로, 애정을 구하지만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자진해 그와 멀어지는 시람들. 분열은 선택을 강요함으로써 자신의 다른 한 부분으로부터 눈을 돌리게 만들고, 그 과정에서 외면받는 감정들은 우리의 시선 뒤에서 억압되거나 혹은 부정된다.


작품은 애니메이션 영화가 오랜 기간 종사하던 영역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경험을 통해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순간들과, 타인의 시선 속에서도 두려움을 극복하고 나 자신을 되찾는 과정을 그리기. 이미 깨진 조각을 다시 붙일 수는 없지만, 애정을 가지고 바라보면 모든 조각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는 것. 나는 내가 선택한 한 가지 모습이 아니라, 그 모든 것이며 그들 간의 조화라는 것.


분명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다른 애니메이션 영화와 언뜻 겹쳐 보이는 장면들이 있고, 그 중에서 가장 정교하거나 가장 독창적인 작품은 아닐지도 모른다. 루미와 진우를 제외한 주변 인물들의 서사는 간접적으로만 묘사되고, 그들의 감정이나 분열의 양상이 다뤄지는 과정은 깊고 섬세하다기보다는 비교적 어린 관객의 눈높이에 맞춰진 듯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솔직하게 자신을 털어놓는 작품 또한 오랜만인 것 같다. 자신의 한 부분을 닮은 새로운 이야기를 그리고, 자신과 닮은 고민을 가진 주인공이 시행착오를 겪으며 변화하는 과정을 그리는 일에는 (설령 그것이 기존의 문법에서 크게 돌출되지 않더라도) 어떠한 힘이 있다. 관객에게, 특히 타인의 시선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찾기 위해 분열되거나 혹은 통합되는 그들에게 꼭 필요한 조언을 한결같이 건네는 것. 그 애정 어린 일관성은 부모의 모습을 닮았다.


작품은 쉽게 방황하는 그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소탈한 공감대로 능숙하게 마음을 사로잡는다. 우여곡절 끝에 고난을 극복한 주인공의 케이팝 스타-데몬-헌터로서의 성대한 의례극이 끝나면, 언제나 너 자신이 되기를 바란다는 작품의 소망은 마음 속 어딘가에 은연중 남는다. 좋은 부모와, 고뇌하는 인간을 치열하게 묘사한 걸작 서사 사이. 그 어딘가에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만이 할 수 있는 일도 분명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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