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y Dec 14. 2015

네가 너무 익숙해졌나 보다

나는 또 당연하게 너에게 상처를 줬다

 하염없이 너만 보고 싶었던, 내 세상엔 온통 너였던 순간이 있었다. 내가 무얼 하건 내 시간 속에 네가 없었던 적은 없었고 나에게서 네가 없었던 적도 없었다.


 나는 이 마음이 처음처럼 영원할 거라 생각했고, 스스로 그렇게 느끼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별안간 너에 대한 내 마음이 사그라들고 있다는게 느껴졌다. 애석하게도 나는 이별의 첫 걸음을 밟고 있었다.


 같은 말을 해도 너는 나보다 더 둥글했고, 행동도 둥글었다. 네게 말하진 않았지만 나는 그런 너를 보며 배운게 참 많았다.


 정말 작은 행동 조차 너는 아름다웠는데 그 중, 멀리 있는 건물이나 무언가를 가리킬 때 너는 꼭 한 손가락을 펼치는 게 아닌 다섯 손가락을 다 펼쳐 보였다. 그리고 어느 날 같은 상황이 내게 생겼고, 삿대질을 하듯 손을 내보이는 내 손을 단번에 잡던 너는 단호하게 내게 말했다. 거리에 사람들이 많아서 삿대질하면 오해해. 차라리 손을 다 펴. 라고.


 내가 게임을 한다고, 친구들과 논다고 너에게 연락이 뜸해지던 순간에도 너는 화를 내지 않았고 오히려 너는 내게 그랬었다. 재밌게 놀고 연락해. 그 땐 너의 이런 반응이 고마웠지만, 사실 그 말에 많은 뜻이 담겨 있을 거라곤 생각 못했다. 그냥 말 그대로 받아들였을 뿐 이였다. 그 말에 담긴 마음 또한 너와 헤어지고 난 후, 친구와의 술자리에서 그 뜻을 알 수 있었다.


 계속해서 이어 갈 연락이 아니더라도 짧게라도 한통씩 너에게 내 상황을 알려주고, 네 상황을 들어주는 것. 시간도 충분했고 상황도 충분했고, 어쩌면 내가 당연히 했어야 할 연락인데 나는 왜 그러질 못했는지 - 친구의 말을 듣던 중간 중간 너에 대한 미안함이 마음 가득 번져 나는 어쩔 줄을 몰랐다.


 나는 그렇게 너에게 마치 그래도 된다는 듯 상처를 줬다. 처음엔 사랑 속에 네가 보였는데, 이제는 네가 너무 익숙해졌는지 나는 해선 안 될 말을, 해선 안 될 행동들을 너에게 보이곤 했었다. 너무도 당연하게.


 그래도 너는 내게 한 번도 헤어지자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 다른 커플들 사이에선 비일비재하게 들린다는 그 말을 나는 너에게서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었다. 오히려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내게 너는 괜찮다는  말을 건넬 뿐, 내게 상처가 되는 말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익숙해졌다해서 당연하게 상처를 줘도 되는 건 아니지만 나는 너에게 그랬던 것 같다. 네 마음이 나보다 넓다는 걸 알고 난 후부턴 나는 당연하게 너에게 이해를 받으려고 했던 것 같다.


 그건 아닌데.


 우리 둘 사이에서 당연하게 내가 이해를 받고, 네가 이해를 해야하는 그런 어줍잖은 순서는 정해져 있지 않았는데.

매거진의 이전글 마무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