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사람보다 경험에 더 쉽게 투자할까?

링크드인에서 한국인에게만 쉽게 거절당하는 이유

by 임상덕
image.jpeg 연결이 된다는건 무엇을 의미할까요?


우리는 왜 사람보다 경험에 더 쉽게 투자할까?


오래전 가입만 하고 관리하지 않았던 링크드인을 최근에서야 제대로 프로필을 정리한 뒤에 나는 나와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 연결을 시도하였다.

나도 글로벌 럭셔리 패션 브랜드에서 오랜 기간 일을 했었지만 좀 배타적인 기업 문화때문에 외부 회사 사람들이나 관련 업계 사람들과 교류는 제한될 수 밖에 없었다.


우선 몇몇 세계적인 럭셔리 브랜드에서 일하는 해외 디자이너들에게 먼저 연결을 요청했다.


에르메스, 루이비통, 디올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브랜드에서 일하는 사람들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망설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 사람이 나를 받아줄지, 괜히 가볍게 보이지는 않을지 잠깐 고민했다.

그럼에도 결국 버튼을 눌렀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나를 받아주었다.


짧게 인사를 나누는 사람도 있었고,

아무 말 없이 연결만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그 과정 자체가 특별하다기보다 오히려 더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이 경험 이후 한 가지 질문이 남았다.

나는 왜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쉽게 연결을 요청하지 못할까?

같은 일을 하고,

같은 업계에 있고,

어쩌면 더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훨씬 더 오래 머뭇거린다.


상대가 나를 어떻게 볼지, 괜히 불편하게 느끼지 않을지,

지금 이 타이밍이 맞는지 여러 가지를 동시에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결국 아무 행동도 하지 않은 채 프로필만 몇 번 더 보게 된다.


솔직히 한국 관련 업계 사람들은 내가 신청을 하여도 잘 받아주지 않았다.


image.png 링크드인에서 일촌 신청을 거절 당하면 사실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사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거절당하는 것이 불편하다.


연결 요청을 보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괜히 내가 과하게 다가간 것처럼 느껴진다.


별일 아닌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어딘가 조금 부끄러운 마음이 남는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에게는

더 쉽게 요청을 보내지 못한다.


관계가 겹쳐 있고,

어딘가에서 다시 마주칠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 작은 거절이 더 크게 느껴진다.


이 차이는 단순한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해외 디자이너에게 더 적극적이어서라기보다,

한국에서는 더 조심스러워지는 것이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우리는 연결 자체보다 그 이후에 따라오는 의미를 더 크게 의식하는 경향이 있다.


요즘 사람들은 물건보다 경험에 더 많이 투자한다.

여행을 가고, 전시를 보고, 자신을 위한 시간을 사는 데 익숙해졌다.

과거보다 스스로에게는 훨씬 솔직해졌고,

좋아하는 것에 돈을 쓰는 데에도 큰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이런 변화는 분명 긍정적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런 변화가 관계에는 그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험에는 비교적 쉽게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사람에게 다가가는 일에는 여전히 신중하다.

경험은 내가 선택하고 통제할 수 있지만,

관계는 상대의 반응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예측 가능한 영역에는 과감해지고, 예측하기 어려운 영역에서는 조심스러워진다.

그 결과 사람 대신 경험을 선택하고,

관계 대신 혼자의 시간을 선택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하지만 모든 관계는 아주 작은 행동에서 시작된다.

그날 내가 눌렀던 연결 버튼처럼 말이다.

완벽한 타이밍이나 충분한 확신이 없어도, 한 번의 시도가 관계를 만들어내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어쩌면 우리가 어려워하는 것은 연결 그 자체가 아니라,

연결 이후에 만들어질 의미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가끔은 그 의미를 미리 해석하기보다, 단순한 연결 자체를 선택해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Connect.


image.jpeg 오늘도 거절을 수차례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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