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을 늘리지 않는 럭셔리 브랜드 전략
한국은 이커머스 혁신이 팬데믹 전후
쓰나미처럼 몰려오기 직전까지는
지난 30년간
백화점과 대리점 유통 같은
오프라인 중심 패션 산업 생태계가 확고했다.
한국에서
새로운 패션 브랜드 출시라는 것은
얼마나 많은 매장을 동시에 오픈 시킬 수 있는가에
그 성공 여부가 달려있었다.
그래서 패션 브랜드 론칭을 하려면
수십억 이상 동시 자금 동원력이 필수였다.
대기업이거나
베팅에 몇번 연속 성공한
노하우가 있는
전문 기업들만이 승자 독식을 하는
산업 구조 속에서 성장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글로벌 패션 리테일 산업은
좀 다른 방향에서 성장해왔다.
창업자 중심 소규모 매장 운영 방식에서
오랜 기간 유지되어 왔기 때문에
글로벌 럭셔리 패션 제국이라고 불리우는
거대 기업들이 운영하고 있는
현재까지도
그 배타적인 매장 운영 관습이
브랜드 전략으로 남아 있다.
럭셔리는 원래
쉽게 가질 수 없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다.
전 세계 매장 수를 보면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안에도
전혀 다른 전략이
공존한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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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으로 코치(Coach)는
전 세계에 약 900개 이상의 매장을 두고 있고,
마이클 코어스(Michael Kors)
역시 700개가 넘는 오프라인 매장을 갖고 있다.
우리는 매장 숫자 기준으로
코치나 마이클 코어스 같은 브랜드가
가장 영향력있는 럭셔리 브랜드라고 당연히
생각하지 않는다.
게다가 미국 태생 이 브랜드들
상당수 매장은
미국내 아울렛 매장을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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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미국 시장을 보면
아울렛은 단순한 재고 처리 공간이 아니다.
아울렛 전용 상품을 별도로 기획하고,
가격과 경험을 동시에 설계한다.
그래서 아울렛은 할인 채널이 아니라
브랜드 확장을 위한 하나의 시스템이 된다.
이 구조 덕분에
브랜드는 더 많은 고객과 만날 수 있고
그 결과 매장 수 역시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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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전혀 다른 선택을 하는 브랜드들도 있다.
약 460개 매장을 운영하는 루이 비통은
전 세계적인 수요에도 불구하고
유통망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한마디로 대표적인 럭셔리 브랜드들인
에르메스(Hermès)나
샤넬(Chanel), 디올(Dior) 같은 하우스는
매장을 쉽게 늘리지 않는다.
이들은 세일을 하지 않고
아울렛도 운영하지 않으며
생산량 자체를 제한한다.
그래서 매장은
확장의 도구가 아니라
브랜드를 통제하는 장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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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에는 또 다른 방식이 존재한다.
구찌(Gucci)나 프라다(Prada),
랄프로렌(Ralph Lauren) 같은 브랜드는
확장과 브랜드 가치를 동시에 고려한다.
이들은 시장을 넓히면서도
브랜드가 가진 이미지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속도와 위치를 조절한다.
또 버버리(Burberry)나 휴고보스(Hugo Boss),
티파니(Tiffany & Co.)처럼
다양한 카테고리를 운영하는 브랜드는
제품 구조 자체가 확장을 가능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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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보면
럭셔리는 하나의 방식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어떤 브랜드는 규모를 통해 존재감을 만들고,
어떤 브랜드는 통제를 통해 가치를 유지하며,
또 어떤 브랜드는 그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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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다시 질문하게 된다.
지금도 매장은 럭셔리의 중심일까.
최근 한 글로벌 리테일 네트워크에서 던진 질문에 따르면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여전히 매장이 중요하다고 답한다.
다만 중요한 변화가 있다.
이제 매장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브랜드의 경험을 설계하는 장소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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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이 아무리 확장되어도
럭셔리에서 오프라인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역할이 달라진다.
매장은 더 이상 판매의 중심이 아니라
브랜드가 어떤 세계를 보여줄 것인가를 결정하는 공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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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다.
매장이 많다는 사실보다
그 매장이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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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는 더 이상
적게 파는 산업도, 많이 파는 산업도 아니다.
지금의 럭셔리는
이 질문 위에 서 있다.
어떻게 확장하면서도
브랜드를 지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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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답은 하나로 모인다.
보이되, 쉽게 가질 수 없게 만드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