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되지 않는 아름다움

스키아파렐리, 그리고 다시 돌아온 초현실주의

by 임상덕

패션에는 두 종류의 아름다움이 있다.


하나는

즉시 보면 아름다움을 느끼며

지금 내가 바로 즐길 수 있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이해되지 않기 때문에 더 오래 여운이

남는 특별함 같은 것.


이번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여우 조연상을 받은

헐리우드 배우 테야나 테일러가 입은 드레스는

프랑스 쿠튀르 브랜드

스키아파렐리이다.


스키아파렐리는 20세기 초

샤넬과 열띤 경쟁을 했던

당대 최고 패션 디자이너였다.


image.png 테야나 테일러가 스키아파렐리 오트쿠튀르와 쥬얼리를 착용하고 제83회 골든 글로브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1930년대

스키아파렐리와 샤넬은 프랑스 최고 패션 대기업을

운영하던 라이벌이었다.

가난하여 고아나 다름없이 수녀원에서

힘들게 성장한 샤넬과 달리


스키아파렐리는

이탈리아 로마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뉴욕 파리 로마를 넘나들며

활동했던 당대 최고 사교계 유명 인사였고

수천명 직원을 거느린 대기업 오너이기도 했다.


그녀는

당시 초현실주의 예술가들 거의 모두와 교류하였고

패션을 예술로 인식했던 디자이너였다.

image.png 스키아파렐리 크리에이티브디렉터인 다니엘 로즈베리가 이 드레스를 디자인하였다.


2019년부터

스키아파렐리 크리에이티브디렉터로

프랑스 쿠튀르 하우스를 이끄는 최초 미국인

디자이너인 다니엘 로즈베리(1985년생)는

이 오래된 전설적인 브랜드를

오늘날 시선으로 다시 재창조하고 있는 중이다.


image.png 다니엘 로즈베리는 프랑스 쿠튀르 하우스를 이끄는 1985년생 최초 미국인 디자이너이기도 하다.


스키아파렐리(Schiaparelli)

2026년 가을겨울 패션쇼는

생전에 그녀가 추구했던

초현실주의가 던지는 이해할수 없는

의미를 남겼다.


‘옷’을 보여주기보다

쉽게 이해하기 어렵고 설명하기 어려운

‘초현실적 이미지’를

탐구하는 듯 보인다.



image.png 스키아펠리가 추구하는 초현실주의는 동물, 인체가 뒤섞인 이미지를 조형화한다.



샤넬과 경쟁했던, 또 하나의 세계


엘사 스키아파렐리(Elsa Schiaparelli, 1890~1973),

동시대의 코코 샤넬(Coco Chanel, 1893~1971)은

서로 다른 성장 배경과

다른 개성을 가진 디자이너이며,


당시 프랑스 패션 산업에서

라이벌로

종종 비교되어 왔다.


두 사람은 거의 같은 시대를 살았고,

평생 경쟁했던 인물들이다.

그런데

1954년 은퇴한 스키아파렐리와 달리


샤넬은

1955년

샤넬 2.55백과 트위드 자켓을 디자인하여

럭셔리 명품 역사를 다시 쓰게 된다.


두 사람 경쟁은 결국

스키아파렐리는 사라지고


샤넬이 하이엔드 럭셔리 패션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현재까지 남으면서

마무리되었다.


image.png 젊은 시절 샤넬과 스키아파렐리, 그녀들이 디자인하여 착용한 주얼리 만큼이나 각자 패션 철학이 얼마나 다른지를 드러낸다.




스키아파렐리가

1954년 은퇴하고 종료되었던

스키아파렐리 하우스는

이탈리아 럭셔리 기업인

토즈 그룹에서

브랜드 IP를 인수하여

2012년

다시 재개하게 된다.


생전에 활발히 활동했던 시기인

1930년대

샤넬과 스키아파렐리는

단순한 라이벌이 아니었다.

서로 전혀 다른 세계를 대표했다.


•샤넬이 ‘현대 여성의 현실’을 만들었다면

•스키아파렐리는 ‘현실을 벗어난 세계’를 만들었다


샤넬이 기능과 해방을 이야기할 때,

스키아파렐리는 꿈과 환상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 둘의 긴장은

20세기 패션을 입체적으로 만든 가장 중요한 축 중 하나였다.



초현실주의 예술가들과 함께 만든 패션


image.png 스키아파렐리 주얼리들은 데페이즈망 초현실주의 기법을 주로 활용한다.


스키아파렐리는 디자이너라기보다

하나의 ‘문화적 허브’에 가까웠다.


그녀는 당대의 초현실주의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패션을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í)와의 협업

•장 콕토(Jean Cocteau)와의 작업

•만 레이(Man Ray)와의 교류


랍스터 드레스,

눈물 드레스,

인체를 연상시키는 장식들.

image.png 예술 조각이나 오브제 같은 스키아파렐리 악세사리들


이 모든 것은

단순한 ‘디자인’이 아니라

사유의 형태였다.



데페이즈망, 낯선 곳으로 옮겨진 현실


그녀의 작업을 관통하는 핵심 개념은

**데페이즈망(dépaysement)**이다.

데페이즈망은 초현실주의 기법 가운데

비교적 널리 많이 알려져 있다.


데페이즈망은 한마디로,

"익숙한 것을 낯선 맥락에 옮겨,

현실을 낯설게 만드는 것"이다.


image.png 2026 가을 겨울 스키아파렐리 패션쇼 주제는 '스핑크스' 이다.


익숙한 것을

낯선 맥락에 놓는 것.

•몸의 일부가 장식이 되고

•사물이 생명체처럼 보이며

•현실이 비현실처럼 느껴지는 순간


이때 우리는 비로소

‘보던 것’을 다시 보게 된다.


image.png


귀족처럼 살았던, 마지막 보헤미안


스키아파렐리 삶 자체가

하나의 작품

예술같은 것이었다.


이탈리아 귀족 출신,

파리 사교계의 중심,

예술가들과 어울리던 보헤미안.


그녀의 삶은 철저히 ‘현실적 성공’과 동시에

‘비현실적 감각’을 유지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녀가 만든 디자인은

그녀 삶이 추구했던 연장이었을지도 모른다.



2026 FW, 다시 등장한 초현실주의


image.png 스키아파렐리 홍콩 살롱 부띠크 전경, 저 문 손잡이는 여성 하이힐 형태이다.


이번 시즌 쇼에서 보인 것은

단순한 아카이브의 재현이 아니다.

•신체를 연상시키는 주얼리

•생명체와 사물의 경계가 흐려진 형태

•장식과 구조가 뒤섞인 디테일


이 모든 요소는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데페이즈망이다.


image.png 사람 얼굴 모양으로 장식된 핸드백과 클러치백_ 스키아파렐리 홍콩 살롱 부띠크



로에베, 같은 흐름의 또 다른 신호


흥미롭게도 이 흐름은

동시대

다른 럭셔리 브랜드에서도 포착된다.


로에베(Loewe)의 최근 주얼리에서 등장한

집게 형태 주얼리 오브제.


image.png 집게 형태를 조형화한 로에베 2026 가을 겨울 컬렉션 주얼리
image.png 로에베 2026 가을 컬렉션 목걸이로 착용한 패션쇼에서 모델 뒷모습


스키아파렐리가 추구하는 초현실주의 데페이즈망 기법과

유사한 방식에서

자연적 모티브를

다른 맥락으로 이동시킨 것.


자연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 아니라

초현실주의적 패션 조형 오브제라고

할 수 있다.


솔직히,

우리는 너무 많은 이미지를 소비한다.


빠르게 이해되고,

빠르게 잊혀진다.


그래서 동시대 패션은

다시 ‘이해되지 않는 것’을 선택하려고 하는 것일까?

새롭게 등장하는 경향으로 보여진다.


image.png 로에베 2026년 가을 겨울 컬렉션에서 _로에베 SNS 갈무리


돌이켜보면

옷을 만든 것이 아니라

스키아파렐리는

자신이 만든 패션 디자인을

초현실주의

예술품이라고 생각했다.



초현실주의는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친절하게 의미를 설명하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image.png 초현실주의는 우리에게 진짜 현실이란 무엇인지 진지하게 질문을 하는 것이다.


image.jpeg 스키아파렐리가 은퇴한 직후 1955년 샤넬은 70세에 2.55 백을 디자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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