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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루다 Oct 26. 2024

벅찬 순간을 만나면

언제나 생각나는 사람_


 있잖아, 꿈인 것 같은 풍경을 마주하고 콩닥거렸어. 굽이 굽이 휘몰아진 굽은 능선도, 금가루를 뿌려 놓은 듯 총명이 빛나는 청명한 호수의 색깔에도 한순간 마음을 빼앗겨 버렸거든. 누군가가 물감을 흩뿌린 건 아닐까 싶었어. 엄청 엉뚱하지? 


 숨이 '턱' 하고 막히는 풍경에 탄성조차 나오지 않았다니까. 

호수랑 하늘마저 혼돈이 되는 거야.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너는 본 적이 있니? 

이토록 절절하게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한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은 나니? 

속에 자리했던 질문이 마구마구 튀어나오는 걸 참느라 아주 혼났지 뭐야. 

그렇게 또 어김없이 네가 생각났어. 


 있잖아, 그런데 오늘의 풍경도 꼭 그날의 풍경 같았어. '턱' 하고 막히는 숨을 '후' 하고 뱉을 때까지 몇 초가 지났는지 알지 못했어. 그만큼 절정에 다다른 노을의 아름다움이 두 눈을 멀게 만들었거든. 이런 풍경을 언제 봤더라? 생각하는데 그제야 숨 쉬는 걸 잊고 있던걸 깨달은 거야. 재밌지?


 있잖아, 또 내가 이래. 앞서 걷는 네가 조심히 걸으라며 주의를 그렇게 주었는데도 나는 여기저기 부딪히며 걷는 거야. 떨어지는 빗방울을 봐도 맥없이 흩날리는 나뭇잎을 마주해도 어른 아이처럼 한껏 튀어 오르느라 바쁘니까. 어떤 날은 눈이 시리도록 황홀한 풍경을 배경으로 내 생이 마감되면 좋겠다 실없는 농담도 할 만큼 대자연의 광활함을 나는 참 좋아해. 그래 맞아, 나는 사계절의 시작인 초입부터 끝무렵의 계절까지 온몸으로 엮어내는걸 몹시도 사랑하는 사람이야. 그런 너는 어때? 너는 어떤 걸 보면 시큰해지니? 

아름다운 걸 볼 때면 어떤 얼굴을 하고 있니? 아무렴 좋아. 좋아하는 게 같다는 것 만으로 우리는 이미 통! 했을 테니까. 그렇지 않니?



 오늘도 새롭게 탄생한 계절 앞에서 한 껏 튀어 올랐어. 두 팔을 한 껏 펼친 채. 무엇의 존재로 그 안에 있다는 건 자체로도 벅차고 감격스러운 일이지 그래 서였나 봐 황급히 눈을 깜빡여서 밀려나는 눈물을 눌러냈어. 시린 풍경을 보고도 숨이 멎을 것 같은 것도 감사한데 대지 위에 숨 쉬고 있음에 벅차고 감사해.

너는 어때?


 넌 특별한 엉뚱한 구석이 있다고 내게 자주 말해주었지. 그리고 나는 매번 이렇게 대답한 것 같아. "그래요?" 시간이 지나고 보니 네가 나의 다른 면면들을 바라볼 수 있는 그 다정한 시선이 좋았어. 그리고 네 말처럼 내가 가진 특별한 엉뚱함 덕분에 오늘도 오색 가득한 상상을 하는 내가 참 좋아. 그래서 너는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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