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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여행자 이루다 Oct 27. 2024

음식은 마음을 살펴준다

우리는 단순한 것으로부터 살아갈 힘을 얻는 건 아닐는지

 어릴 적 어머니가 자주 끓여주신 미역국 한 그릇에 담긴 온기는 특유의 정성과 지극한 사랑이 자리하고 있음을 나는 안다. 그래서 아프거나 입맛이 없을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게 '미역국'이다. 


 펄펄 한 솥 끓여낸 냄비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나는 것만 보아도 힘이 생기는 희귀한 느낌도 있지만 뜨끈한 국물에 밥을 말아서 먹으면 굳었던 몸도 마음도 유연해진 것 같은 알 수 없는 느낌에 사로잡히곤 한다. 배에서 뜨거운 아지랑이가 피어나는 느낌은 또 어떻고.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기운이 없거나 호되게 아플 것 같은 날이면 가장 먼저 미역국이 생각난다. 갑자기 아픈 날에는 구비해 둔 인스턴트 미역국을 전자레인지를 이용해서 조리하고 챙겨 먹는다. 직접 만들어서 먹는 맛도 일품이지만 급할 때 찾게 되는 일회용 미역국도 신통한 효능은 매한가지다. 특히 먹기 힘든 만큼 아픈 날은 간편하게 먹으려고 노력하는데, 미역을 잘게 자른 후 국물과 함께 후루룩하고 마시는 게 나만의 방법이다. 

 뜨끈한 국물 한 모금에도 굳어졌던 몸과 마음이 언제 그랬냐는 듯 따스한 온기로 스며드니 누군가의 정성스러운 보살핌을 받은 것 같다는 착각도 들곤 한다. 얼마나 신통하고 귀한 음식인가! 


 오늘도 갑자기 메마른 기침이 연거푸 올라왔다. 이른 아침에 뚝딱 만들어 두었던 미역국을 한 사발 들이켜고야 보약 한 사발 먹은 것처럼 없던 기운도 생기고 몸과 마음을 다시 잘 건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편안해진 육체와 정신으로 내일부터 다시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다는 믿음이 미역국에 담겨있는 것처럼. 단순함이 이토록 비범하다. 따뜻한 어머니의 품이 미역국을 대신할 순 없겠지만 이와 비슷한 온도는 아닐까 어림짐작하며 기어코 그릇을 비워낸다. 내일도 잘 건사하고 싶은 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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