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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루다 Oct 25. 2024

생각을 낚아채는 일

그 속에 내가 살아있다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문장들을 낚아채 마음에 담는 순간을 진득하게 좋아한다. 삶이란 때때로 나만의 문장을 갖는 일. 날아든 문장의 합들이 필요한 그 순간 춤을 추며 떠오르는 것은 얼마나 경이롭던가!


 오늘도 그런 날이었다. 문득 떠오른 무리의 생각들이 밝아지더니 엇! 하고 불빛이 되어준 순간 ‘군더더기 없이 반듯한’, ‘그럼에도 자유로운’ 머릿속에 둥실둥실 떠다니더니 뜬금없이 가슴에 훅! 하고 날아들었다. 


 때로는 이미지가 활자로 떠오르는 경이로움을 경험한다. 엉뚱함이 가져다주는 기특한 선물이라고 생각하는데 끄적이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깜짝 선물을 받은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철이 없던 젊은 날에는 그 생각의 단상들이 퍽 우습게 느껴지기도, 불편하기도 했더란다. 생각이 많은 아이의 머릿속이 얼마나 무거울까.. 싶기도 했다니 참 재미있지 않은가! 나이가 더해질수록 생각이 덥수룩한 내가 좋다. 사유의 힘을 아는 내가, 생각의 무게를 쉽게 여기지 않는 내가 애틋한 것일 테지. 

 

 그래서일까? 오늘도 불현듯 열심히 사는 게 무엇일까, 열심의 열심은 존재는 하는 것일까? 생각했다.

열심히 사는 것이 인생의 답이라고 생각한 시기가 내게도 있었다는 말이다. 예나 지금이나 삶을 주관하는 것은 '나 자신'이라고 믿는 나로서는 이 모든 게 시답지 않은 생각이라고 여겨도 봤고 것으로부터 해방이 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여도 봤더랬다. 결국 점철된 답은 이러하다. 


 삶이라는 테두리 안에 존재하는 나 자신은 1인칭이지만 삶 속의 나는 2인칭과 3인칭의 사람으로도 존재한다는 것. 말하자면 타인과의 관계에서의 나는 1인칭만 존재할 수 없다는 것. 내 삶 속에 자신을 부둥켜안고 있는 또 다른 '나'라는 역할이 분명하다는 것.

 

  오늘의 나는 나로서 오롯이 존재했다. 군더더기 없이 반듯하게 그럼에도 자유롭게 나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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