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엔트로피 시대를 걷는 인간

인간 본질에 가까운 것만 살아남는다

by Tord

엔트로피 속에서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세상의 질서는 무너지고 있다.
언어는 단순해지고 있다.
오랜 시간 쌓아온 한자 문화는 쇠퇴하고, 영어조차 관사를 생략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
예를 들면 "I'm going hospital", "He's teacher", "At school"처럼,
복잡한 문법 구조가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음악은 복잡한 화성 대신 미니멀한 리듬과 반복을 추구한다.
소비는 소유를 떠나 경험 중심으로 변했다.
과거에는 좋은 집과 좋은 차가 삶의 목표였지만, 이제는 "좋은 순간"을 쌓는 것이 중요해졌다.
가족 제사는 사라지고, 그 자리는 해외여행과 개인 이벤트가 대신한다.
거대한 조직은 유연한 스타트업에 밀리고, 직장은 경력 관리의 거점이 되었다.
모든 것은 해체되고, 생략되고, 더 빠르고 더 가볍게 흐른다.

이것은 단순한 변화가 아니다.
엔트로피 증가,
질서가 무너지고, 에너지가 자유로워지고, 시스템이 해체되는 방향성이다.
물리학에서는 열역학 제2법칙이라 불리고,
언어학, 사회학, 심지어 인간관계에서도
이 엔트로피는 똑같이 작동하고 있다.

나는 이 흐름을 어렴풋이 느껴왔다.
어릴 적 대학 면접에서, "미래에는 한국어 대신 영어를 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수는 분노했다.
그때는 몰랐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말은 단지 '튀려는 발언'이 아니었다.
본능적으로, 세상이 더 단순하고 더 보편적인 방향으로
압축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한 것이었다.

교수가 분노한 것은, 단순히 한국어에 대한 민족적 감정 때문만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동시에,
기존 질서를 지키려는 자였기에,
그 질서가 무너질 것이라는 예고에 본능적으로 반발했을지도 모른다.

질서가 무너지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본질을 묻게 된다.
규칙과 체계 속에 있을 때는 굳이 묻지 않는다.
그러나 틀이 무너지면 질문이 생긴다.

나는 왜 살아야 하지?
나는 무엇인가?

답은 없다.
최소한, 확실한 답은 없다.
남는 것은 오직 하나,
'무엇이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기 때문에' 의미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이 존재는 단순히 주어진 채로 머무르지 않는다.
존재는 고정된 상태가 아니라,
내가 선택하고 창조해 나가야 하는 운동이다.

질서가 사라진 시대,
나는 어쩔 수 없이,
"나는 존재한다"는 사실에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유일한 시작점이었다.

그러나 존재를 느꼈다고 해서 살아지는 것은 아니다.

존재만으로 충분한가?

니체라면 "가난해도 괜찮다"라고 할 것 같다.
자신의 길을 스스로 만들라 했다.
하지만 나는 알았다.
현대 사회는 존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존재를 넘어,
풍요를 추구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풍요를 염두에 둔다.
변하는 세계 속에서 나를 지키면서,
조금씩 나를 확장해 보기로 한다.
기술과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하면서,
그 기반 위에 나만의 본질과 놀이를 찾아갈 것이다.

풍요는 선택이고, 존재는 전제다.

풍요를 추구하는 자만이,
자신의 존재를 자유롭게 밀고 나갈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은 생각보다 거칠고 냉정하다.
무너지는 세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생존을 전략처럼 다루어야 한다.
나는 전략적으로 유연해지고,
존재적으로 단단해져야 한다.

결국 살아남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하나의 답을 생각해 봤다.

인간 본질에 가까운 것들만 남을 것이다.

놀이, 번식, 풍요.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생존하고,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 번식하며,

존재의 기쁨을 놀이로 표현하고,

삶을 확장하기 위해 풍요를 추구한다.

인간이 살아 있음을 느끼고,
삶을 확장하고 키워가려는 가장 깊은 본능만이
이 격렬한 흐름을 견딜 것이다.

나는 지금 글을 쓰고 있다.
글쓰기는 나의 놀이가 되었다.
생각을 세우고, 언어로 세계를 만드는 일.
그리고 언젠가, 미술과 만들기, 인테리어, 건축, 부동산을 통해
공간과 형태로 세계를 창조해보고 싶다.

지금은 글로 세계를 만들고,

언젠가는 손과 공간을 통해서도 세계를 펼쳐보고 싶다.

질서가 무너지는 세상을 바라보며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생각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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