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고 신기한 결혼문화

덕분에 우리 관계는 병들어 가고 있어요.

by 김하늬

결혼에 대한 환상을 가졌을 땐 우리가 중요했다. 살다 보니 가 중요해지는 시점이 오고 결혼이 거추장스러워졌다. 정확히 말하면 결혼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결혼 문화의 문제이다.


아무리 오래 연애를 해도 결혼을 하면 다르다고 이야기한다.

'나 10년을 연애해봤는데~'

'난 심지어 동거도 했다고~'

오래 연애를 했고, 심지어 같이 살아봤는데도 결혼을 하면 달라진다. 도대체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는 걸까.


일단 연애나 동거는 둘만 하면 된다. 지지고 볶아도 둘만의 문제다. 다투는 내용도 비교적 단순하다. 그런데 결혼이 되는 순간 모든 것이 복잡해진다. 일단 엮인 사람들도 많아진다. 시댁 식구, 친정식구, 회사 동료, 친구, 이웃사촌, 아이로 알게 된 모든 인연들까지 모든 것이 촘촘하게 연결된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고 한다. 가지 많은 사이, 바람 잘 날 없다.

싸움의 이유도 보다 입체적으로 변한다. 단지 연락이 뜸하고, 예전과 다르다는 이유로 싸우지 않는다. 집안일 분배 문제부터 생활습관, 식습관까지 모든 것이 싸움의 영역이 된다. 이전엔 뭘 해도 예뻐 보이던 행동도 뭘 해도 꼴 보기 싫어지기도 한다. 같이 살아서 생기는 문제라면 동거하면서 이미 들통나야 하는데 동거는 또 다르다고 한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결혼이라는 제도가 사랑했던 두 사람의 관계를 악화시킨다. 서로 자신의 부모님을 섬기고자 하는 마음과 그 모든 것이 준비되지 않은 두 사람의 갈등이 누구보다 사랑했던 둘을 누구보다 미워하는 관계로 변화시킨다. 연애할 때는 불효하다가, 결혼하면 효도해야 하는 문화는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효도는 셀프다!'라고 이야기하면 이래서 요즘 애들 안 된다고 한다.

'그래도 기본은 해야지!' 도대체 기본은 누가 정해주는 기준인가. 정말 부당한 상황에서도 기본을 지키기 위해 안부전화를 드려야 하고, 내 생일 한 번 온전하게 축하받지 못해도 어른들의 생신은 무슨 일이 있어도 챙겨드려야 한다. 기본은 해야 나중에 내가 할 말이 있으니까.


이런 숨 막히는 결혼 문화(?)때문에 건강했던 관계가 병들어 가기 시작한다. 이런 상황을 반복적으로 간접 경험한 사람들은 아이를 낳기를 꺼리고, 결혼 자체를 미룬다. 죽고 못살아서 결혼했던 나의 친구들이, 이제 진짜 못살겠다고 한다.

문화라는 건 하루아침에 변할 수 없다.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하고 어떤 이의 말도 안 되는 목소리가 필요하다. 그 과정을 겪어야 상식이 되고 일상이 된다. '추석 때는 시댁, 설날에는 친정'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듬성듬성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부러운 일들이 일상이 되는 그 날까지 조금씩 시도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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