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하는 삶에 대하여

선 자립 후 결혼에 대해

by 김하늬

20살이 넘으면 자립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30살이 넘은 지금도 자립을 못하고 있다.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첫째 딸로 살았다. 첫째는 책임감도 있어야 하고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신뢰감이 몸에 베여있다고 하던데 막내 같은 첫째로 줄곧 살아왔다. 하고 싶은 게 생기면 주저하지 않고 시도해보고 무리한 것들은 부모님을 졸라서라도 해냈다. 그럼에도 마음속 깊숙이 '부모님을 책임지고 동생에게 피해 주지 않는 언니가 되어야지'라는 마음을 늘 갖고 살았다. 지금 당장 못 해 드리는 것이 있어도 언젠가는 꼭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살아왔다.

문제는 생각이었다. 생각만 하고 살았다. 당장 큰 어려움이 없었다. 어떻게든 살아졌던 것이 문제였다.


그중 가장 큰 문제는 자립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결혼을 한 것이다. 온전히 스스로를 책임져본 적이 없는 상태로 결혼을 했다. 그러니 다시 누군가에게 종속된 삶을 살게 된다.

대학은 부모님 덕으로 편하게 다녔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려는 찰나 결혼을 했다. 결혼과 임신이 맞물리면서 자연스럽게 일을 그만두게 되었고 자립의 순간은 또 멀어져 갔다. 처음에는 편했다.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는 일만큼 쉬운 삶이 어딨을까. 임신과 출산으로 나는 노동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자립에서 벗어났다. 단기적으로는 행복했다. 제대로 일해본 적 없는 내가, 안식년이 필요 없는 나에게 안식년이 주어진 느낌이었다. 그렇게 1년, 2년 시간이 지나다 보니 나는 나이만 먹을 뿐 스스로 온전히 책임질 수 없는 상태로 놓여 있었다. 성인인데 내가 나 스스로를 책임지지 못하다니, 처음으로 맏이의 본능이 나왔다.

시간이 갈수록 스트레스는 쌓여가고 자존감은 낮아졌다. 문득 '지금이라도 자립하지 않으면 영영 자립할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갑자기 행동했다. 뭐라도 해야 했다.

다양한 시도와 도전에도 불구하고 자립으로 가는 길이 쉽지 않다. 차곡차곡 쌓아내야 하는 시간들이 아직은 부족하다. 버티는 시간들이 고통스럽기도 하면서 내일은 조금 더 낫겠지라는 기대감이 함께 몰려온다.


부디, 남자든 여자든 선 자립 후 결혼이 필수다. 나 스스로 책임지지 못하는 사람이 한 가정을 꾸린다는 것은 다 같이 불구덩이로 떨어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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