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하지 않은 인내심 덕분에

세상은 늘 그렇게 예상치 못한 일들의 연속이라지

by 김하늬

다이어트 프로그램 덕분에 눈 뜨자마자 몸무게를 잰다. 그리고 가글을 하고 물을 마신다. 자연스럽게 아이들 등교를 돕는다. 그 사이 빨래를 돌린다. 아이들 아침을 간단히 챙기고 바로 샤워를 한다. 아이들은 식사를 하거나 티브이를 본다. 등교 시간이 되면 큰 아이는 알아서 학교를 간다. 그 사이 나는 나갈 준비를 끝낸다. 어린이집 등원차량이 올 시간이 되면 둘째와 함께 밖을 나간다. 그렇게 아이들도 나도 하루가 시작된다.

일하는 엄마와 함께하는 아침시간은 온전히 챙김 받지 못하는 시간이다. 스스로 가글을 해야 하고 때로는 스스로 시리얼을 꺼내먹기도 한다. 6살 아들도 스스로 옷을 입는다. 덕분에 아이들도 꽤나 독립적으로 대부분의 일을 해낸다.

내가 독립적으로 키우고 싶었다기보다 상황이 그렇게 만들었다. 시간은 한정적이고 정해진 시간 안에 모든 일을 해내야 하기 때문에 각자도생의 길을 걷게 되었다. 유독 아침잠이 많은 나는 엄마로서 부족한 걸까?




처음에는 괜한 죄책감이 밀려오기도 했다. 내가 조금 더 일찍 일어나면 더 챙겨줄 수 있을 텐데. 이런 마음과 달리 몸이 따라주지 않은 덕에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영역이 늘어났다. 어느 날 아이들이 뭐든 스스로 뚝딱 해내는 것을 보고 놀랍기도 고맙기도 했다. 역시 기다려주는 게 답이었어...!

의도하지 않은 인내가 아이들을 성장시켰다. 해라 해라 잔소리를 하지 않았는데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났다. 나의 게으름과 어쩔 수 없는 상황들이 만들어 낸 콜라보였다.

때론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들이 나온다. 내 게으름이 아이들 독립으로 이어졌다. 주변에서 말한다.

"어떻게 애들이 그렇게 스스로 뭐든 잘해요?" 여기에 대한 대답을 하기 가끔 민망해진다.

"제가 늦게 일어나서요..." 차마 이렇게 말하지 못한다. 그저 웃을 뿐.


그러다 유튜브만 붙잡고 있는 큰 아이를 보면서 생각했다. '유튜브만 보니까 분명 멍청해질 거야!' 이런 생각과 달리 엄청난 결과가 나오면 어떡하지?라는 생뚱맞은 기대감.

주변에 똑똑한 아이들을 보면서 나 역시도 가끔 불안감에 휩쓸린다.(나같이 걱정 없어 보이는 엄마조차도 이런 생각을 한답니다.)

'우리 아이들도 저렇게 똑 부러졌으면 좋겠는데...'

그러다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내가 의도하지 않게 기다려준 덕분에 아이들이 독립했던 것처럼 이번엔 의도된 기다림을 해보기로 한다. '그래... 뭐든 질릴 때까지 해봐라!'


그냥 믿어주기로 했다.

공부를 잘했으면 좋겠는 건 분명 내 욕심이다. 공부를 잘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아이에게 공부를 잘하라고 이야기하는 건 폭력일 수 있다. 공부를 잘하고 싶은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그런 마음이 들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먼저다. 그 마음은 어떻게 생길까? 생각해보니 스스로 깨닫지 않는 이상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 사이에 넣어보기도 하고,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환경을 자주 접하게 해주는 일이 내가 할 일이었다. 그것조차 안된다면 나부터 공부해야 했다. 엄마인 내가 공부를 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자주 노출시키는 일. 그렇게 가랑비 옷 젖듯이 보여주는 일.


아이들에게 최고의 교육은 모델링이다. 그래. 공부 좋아하는 아이를 만들기 위해선 내가 먼저 즐겁게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어차피 공부하는 거 좋아하는 거 아이들 앞에서 꾸준히 보여줘야지. 그럼 언젠간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들겠지. 그 마음이 안 들어도 어쩔 수 없고.


워낙 사람을 좋아하는 편이라 사람에게 상처 받은 적이 유독 많았다.

그렇게 배운 점은 다른 사람에게 기대치를 확 낮추는 것이다. 그 기대를 나에게 스스로 한다. 사실 변화는 자기 자신의 의지로 일어난다. 같은 맥락으로 아이들에게 바라는 기대치를 낮추고 나에게 기대치를 높인다.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기를, 올바르게 크기를, 그 기대치를 낮춘다. 대신 내 공부시간을 늘리고, 나부터 올바르게 살고자 한다.

아이들 덕분에 내가 성장한다. 참 재밌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