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나씩 키워나가는 것

삶의 여유권 보장을 위한 궁리방법

by 김하늬

부산에서 진로캠프가 있는 날이다. 6시간 연강을 하는 수업이라 아침부터 수업이 시작된다. 집에서 1시간 거리밖에 되지 않지만 둘째 어린이집 등원은 힘든 시간이다. 오늘도 엄마가 아이를 등원시켜주었다. 정말이지 엄마가 없었다면 지금 하는 모든 일은 시작조차 할 수 없었다.



누구보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었다.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지만 아동발달과 가족학 전공자라 괜히 더 부담스러웠다. 무엇보다 부모교육 강사라는 타이틀이 육아에 대한 강박을 키워나갔다.

이론적으로 만 3세가 육아의 황금기라고 한다. 이 시기에 애착이 형성되고 자존감의 뿌리를 내린다. 방대한 이론적 지식은 나를 더 강박적으로 만들었다. 이 시기에는 꼭 이렇게 해야 할 것 같았고, 아이가 그대로 따라와 주지 않으면 안절부절못하지 못했다. 되돌아보면 제일 중요한 양육자인 나를 전혀 돌보지 못했다. 그 시기에 나는 아이에게만 집중해서 주변의 것들은 볼 수 없었다.


아이보다 더 중요한 건 양육자였다. 양육자의 신체, 정신적 건강이 1순위이다. 주양육자가 엄마라면 엄마의 건강상태가 양육 결과로 도출된다. 그럼에도 언제나 양육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요즘 엄마들은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연령별 발달상황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막대한 지식들은 오히려 정신을 해롭게 할 뿐이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

나 역시 선무당이었다. 전공자였을 뿐 전문가는 아니었다. 그런 내가 아이를 잘 키워보겠다는 욕심으로 아이와 나를 채직찔했었다. 그렇다. 모든 건 욕심으로 시작된다. 육아에 대한 중심조차 없이 아이를 잘 키워내겠다는 욕심으로 서로를 힘들게 한다. 사랑만 해도 모자라기만 한 부모 자녀 관계가 애증 관계가 되어버린다. 너무나 사랑하지만 서로를 증오하기도 하는 관계.


옆집 아이처럼 키워야 한다.

내 자식은 조금만 실수해도 쉽게 뭐라 할 수 있는 반면 옆집 아이는 큰 실수를 해도 호호하고 참고 넘긴다. 내 아이를 옆집 아이 대하듯 귀하게 대해야 한다. 그러려면 엄마의 정신적 여유가 필수적이다.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상태는 내가 여유가 있어야 가능하다. 여유는 어떻게 만드냐고? 여유 있는 마음가짐은 양육자의 필수요소다. 그런데 우리는 아이에게 포커스가 맞춰져서 아이 발달단계에 맞는 육아에만 정신이 팔려있다. 사실 주양육자 정신건강상태부터 챙기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올바르게 자란다. 설사 올바르게 자라지 않더라도 순간일 뿐이다. 인간은 누구나 반항의 시기를 거친다. 그 시기가 영유아 시기일지, 어린이 시기일지, 청소년 시기일지, 성년이 되서일지 아무도 모른다.

결정적 시기는 존재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시기는 아니다. 그러니 양육에 대한 강박을 내려놓고 나부터 챙겨보는 시간을 가지는 게 장기적으로 봤을 때 훨씬 효과적이다. 24시간을 함께 보내준다고 좋은 엄마가 아니다. 2시간을 보내도 정말 즐겁게 보낼 수 있다면 24시간을 붙어있는 것보다 효과적이다.

더 이상 죄책감 갖지 말자.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 엄마의 신체, 정신적 여유 보장권을 당당히 요청하자. 그게 남편이 됐든 친정식구가 됐든 그 누가 됐든 당당하게 요구하자. 주변에 가족이 1명도 없다면 같이 육아하는 엄마들끼리 여유 보장 시간 품앗이를 권한다. 돌아가면서 혼자라도 커피를 마실 시간, 운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는 우리가 되자. 아이는 절대 혼자서 키울 수 없다. 나의 여유권 보장을 궁리해보길. 고민하는 자에겐 답이 생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나씩 키워나가는 것, 그렇게 아이도 나도 행복한 육아를 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