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임하지 않아요. 서로 독립하는 중이에요.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엄마와 딸 이야기

by 김하늬

나는 특이한 엄마로 분류된다. 엄마가 되면 같은 시간과 돈이 있으면 보통 아이들에게 투자한다. 하지만 나는 아이들보다 나에게 쓰는 시간과 비용이 더 많다.

누구에게나 24시간이 있고 이 시간을 나에게 쓰는 시간과 엄마로서 쓰는 시간이 있다. 10살과 7살을 키우는 엄마로서 나는 지극히 나에게 쓰는 시간이 훨씬 많다. 물론 아이가 학교와 어린이집을 갈 때는 나에게 쓰는 시간이 공식적으로 존재하지만 지금같이 특수상황일 때는 아이를 방임하는 엄마가 되기도 한다.



아이는 집에서 온라인 교육을 받는다. 사실 아이들은 누군가 감시하는 사람이 없으면 자세부터 흐트러진다. 학교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자세로 수업을 듣는다. 이불속에 들어가기도 하고 바닥과 한 몸이 되어 수업을 듣기도 한다. 처음에는 바로잡아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하는 소리는 잔소리가 되어가고 있었다. 점점 관계가 뾰죡해져 갔다. 자세야 어떻든 수업을 잘 듣는 것으로 협상을 했다. 하지만 아이는 집중도 하지 못했다.


이 문제는 필연적으로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 자기 주도 학습이 안 된 상황에서 모든 것을 자기 주도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사실 학교를 계속 다녔어도 자기 주도 학습은 별개의 문제다.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어떤 일을 하기 전에 판을 다 짜주는 어른들이 있다. 자연스럽게 자기 주도는 점점 멀어져 간다. 자기 주도할 기회를 박탈한 채로 아이들이 자기 주도 학습을 하기를 바란다. 또는 자기 주도 학습도 학습을 시켜야 한다며 그 방법을 학습시킨다.



어차피 인간은 개별적이고 독립적인 존재이다. 아이들은 성장하면 부모에게 자연스럽게 독립되어야 하고 부모도 아이를 독립시켜야 한다. 건강한 개인으로 독립되지 못한다면 서로가 불행해진다. 건강한 개인으로 독립시키기 위해 가장 먼저 도와줘야 할 부분이 자기 주도 학습 같다.


매일 아침 아이는 스스로 일어난다. 아이는 스스로 얼굴을 씻고 수업 준비를 한다. 물론 잠옷은 그대로 입은 채로 머리는 헝클어진 상태이다. 하지만 그 시간에 가야 할 자리를 안다. 싫든 좋든 그 시간을 지켜낸다. 잘하는 건 그다음 문제다. 그리고 스스로 과제를 수행한다. 언제부터 나는 학습 꾸러미를 열심히 챙겨보지 않았다. 선생님이 요청한 때에 한 번씩 학습 꾸러미를 체크했다. 가끔은 밀려있기도 하고 어느 날은 시키지 않아도 척척 잘해놓곤 했다. 결국 제출 날짜까지는 다 해놓는다.

무엇보다 일하는 엄마로 함께 그 시간을 지키지 못하는 날이 훨씬 많다. 하지만 아이를 믿기로 한다. 내가 옆에 앉아있어도 아이는 딴짓을 하거나 딴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런데 내가 그 자리를 지키는 순간 아이에게 '화'를 내는 이유가 정당해진다. 내 시간을 너를 위해 썼는데 네가 감히 집중하지 않다니!

그 시간을 나를 위해 쓰기로 했다. 그리고 아이와 이야기를 한다. "엄마는 일이 있어서 잠시 나 갔다 와야 해. 시간은 소중한 거고 다시 돌아오지 않아. 그러니까 너도 공부할 시간은 집중하고 그 외 시간은 네가 하고 싶은 거 해도 돼." 더 길어지면 잔소리만 된다.


누군가는 방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를 믿고 존중하고 있다. 보통의 틀 안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해서 비정상이 되는 건 아니다. 단지 우리만의 방식으로 우리는 서로에게서 독립되어 가고 있다.


아직도 잔소리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하지만 '그냥 하라면 해'가 아니라 '왜 해야 하는지' 스스로 알아차리게 도와주고 싶다. 스스로 해야 할 이유를 찾으면 엄마는 잔소리가 줄고, 본인은 즐겁게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시간은 쉽게 오지 않고 엄청난 인내가 동반된다. 그래서 엄마인 나부터 내가 뭘 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온전히 아이를 빼고 내가 뭘 해야 하는지 집중하는 순간 아이에 대한 기대치가 많이 낮아진다. 기대치가 낮아진다는 건 아이를 사랑하지 않고 방임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첫 단계이다.


나는 우리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한다. 그래서 건강한 어른이 되길 바란다. 어쩌면 코로나 시기에 자기 주도 학습을, 독립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기다려주고 믿어주기로 한다. 그리고 나에게 집중한다. 내가 성장하는 순간 아이는 성장을 보고 배울 기회가 생긴다. 잔소리는 덜어내고(아예 안 할 순 없다) 나부터 성장하기로 한다.

자, 아이를 빼고 나는 뭘 할 때 가장 행복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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