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의 시간 보고서
매일 밤 내일 아침 스케줄을 정리한다. 워낙 덜렁거리는 스타일이라 중요한 일들은 꼭 시간별로 적어둔다. 주변 사람들은 내가 의식의 흐름대로 산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계획적으로 일을 쳐내는 걸 보면 신기해한다. 사실 일도 의식의 흐름대로 하는 편이다. 대신 큰 줄기의 방향성은 늘 전날 정리를 해둔다.
오늘은 유난히 바쁜 날이었다. 프리랜서라 시간이 자유로운 편이지만 반대로 시간을 잘 쓰지 못하면 몽땅 버리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오늘처럼 바쁜 날은 작은 것까지 꼼꼼히 적어둔다. 해야 할 일을 하나씩, 하나씩 퀘스트 깨듯 게임처럼 하루를 보낸다.
나의 하루는 온전히 일하는 '나'에게만 집중할 순 없다. 왜냐면 나는 워킹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간관리가 더 중요하다.
등원과 하원 사이 시간은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진다. 등원을 하는 순간 시간이 엄청나게 생긴다. 그런데 하원이 다가오는 순간 1시간이 5분처럼 지나가버린다. 시간의 상대성 법칙인가. 하원 시간이 다가올수록 시간은 번개처럼 훅 지나간다. 그래서 중요한 일은 주로 등원 후 처리한다. 하원이 다가올수록 가벼운 일들을 배치한다.
오늘 하루를 되돌아본다. 벌써 11시 45분이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 그래도 많은 일을 해냈다. 김하늬가 해야 할 일과 엄마가 해야 할 일을 균형 있게 잘 해내고 있다. 스스로 칭찬할 수 있는 이유는 기대치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완벽은 이미 버린 지 오래됐고 '잘'하는 것도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해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스스로에게 기대치를 낮춘다는 일은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행동이 아니라 오히려 꾸준히 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했잖아.
자연스럽게 내일 또 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글을 마무리하고 내일 스케줄을 정리해야겠다. 내일이 기대되는 건 오늘도 해냈기 때문이다. '잘'하기보다 '해냈다'에 스스로 격려해주는 내가 참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