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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동하는아저씨 Jun 15. 2020

돈 많으면 한 대 치던지

*주의사항*

이 글을 읽으면 저에게 욕을 할 수도 있습니다.

 



참 이상한 게 나는 간헐적으로 똘기가 발동한다. 상황이 나를 그렇게 만드는지, 내가 그런 상황을 만드는지. 나도 나를 잘 모를 때가 있다.  

  



중형차를 새로 하나 구입했다. 하지만 내가 운행한다고 내차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차의 2/3는 은행 거다. 그러고 보니 집도 휴대폰도 은행 꺼네..(한숨) 도대체 내거는 뭐가 있지? 아무튼 다시 본론으로.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힐만한 날씨였다.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시커멓게 하나도 안 보이는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선루프와 창문을 활짝 내려 달린다. ‘내 나이에 이 정도로 좋은 차 타고 다닌다!’라는 시선을 받고 싶어서였다. DJ DOC의 노래 가사처럼.‘차가 내명함이고~’

   



언제나 빨간불은 나를 초조하게 만드니, 그 짧은 시간을 못 견디고 유턴을 했다. 좁은 골목 사거리에서 경차와 마주친다. 상대방의 외형을 보니 얼추 나랑 비슷한 나이 같았다. 젊은 혈기 때문이었을까, 서로 조금만 ‘양보’ 하면 될 것을, 제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시간이 촉박했지만 괜한 오기가 발동했다.   

  

서로 비켜 줄 생각이 전혀 없다. 상대차주가 나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욕을 해댄다. 이에 질 새랴 똑같이 받아쳤다. ‘A~C! 그래.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하며 존버(존나게 버티는 정신) 한다. 그렇게 한 참을 있었을까. 내 뒤로 다른 차가 한 대 왔다. 이 상황에 비켜주면 지는 건데 하면서 어쩔 수 없이 비켜준다. 어떨 결에 양보하는 모양새가 되어 자존심이 상했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오래 버텼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꿋꿋이 제자리를 지키며 길을 열어 주지 않았다. 알 수 없는 제2의 자아가 스멀스멀 기어 나오려 하는 순간, 마찬가지 그의 뒤에도 다른 차가 한 대 왔다. 그도 자연스럽게 뒤차에 공간을 내어주었다.     


로 끝이 나는가 싶었다. 서로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서로의 뒤 공간으로 차를 움직이면서 눈으로 대화(욕)를 했다. 물론 그는 시커멓고 겁나게 안 보이는 선글라스를 착용한 나의 눈은 보지 못 했을 것이다. 그와 나는 점점 가까워졌고, 그는 기어코 심한 언행을 내뱉는다.    


“야이 멍멍이야 빨리 차 안 빼나?”

상대 차주가 말했다.    


“니 지금 뭐라했노? 이런 강아지가!”    


“차에서 당장 내려라.”    


차에서 내려 상대 차주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자 내렸다. 뭐 우짤긴데? 내랑 싸우자고 먼저 내리라고 한 거 아니가?”

내가 먼저 질렀다.    


상대차 주는 얼굴을 들이밀며,

“와~ 한 대 치겠네? 자자 치라 치라. 작은 차 타고 다니는 거 봤제? 나는 돈 없으니까 깽 값 한번 물어보자 한 대 치봐라!”    


“뭐라고? 돈이 없어서 작은 차 타고 다닌다고? 이 새끼 사상이 글러먹었네. 돈 많은 부자들도 작은 차 타고 다니는 사람 많다. 알겠나? 의구 한심한 새끼야 너 같이 거지 근성 가진 새끼는 상대할 가치도 없다. 꺼지라. 아쉬우면 각서 쓰고 한판 하든가. 됐나?”    

  

세상 재밌는 게 싸움 구경이라고, 어느 세 동네 사람들이 둥글둥글 모였다. 젊은 우리는 눈에 뵈는 거 없이 주위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야이 @#$%%&&$$#%@^% 야!”서로 쌍욕을 해댄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꼈는지 신사 한분이 나서고, 그와 나 사이를 때어놓는다.     


“젊은이들 보니 앞날이 창창한데 왜 그러고 있노. 싸움 나면 골치 아프니까 이만하고 서로 갈길 가는 게 좋을 거 같네. 그만 하시게.”    

  

그 신사의 한 마디에 서로 죽일 듯 싸우고 있던 그와 나는 언제 그랬냐는 듯 순한 양이 되었다. 뭐랄까, 연륜에서 묻어 나오는 중압감이랄까. 사람 마음을 잘 다스릴 줄 아는 그런 분이었다.     

  

그렇게 치열했던 싸움은 신사분의 한마디로 끝이 났다.     


무서움이 없었던, 어느 누구와 싸워도 이길 것 같았던, 젊고 혈기왕성했었던 그때의 이야기다.     


“어이. 젊은 친구 신사답게 행동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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