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운동하는아저씨 Jun 13. 2020

노래 따위가 나를 위로한다고?

회식 날이면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진득하니 마시고, 2차는 노래방으로 향한다. 어른과 함께 가니 분위기 띄우는 건 당연히 우리에 몫이다. 우리 세대 노래보단 양반님의 취향에 맞게 노래를 불러준다. 불편해도 최대한 즐거운 자리가 되려고 애를 쓴다. 물론 양반보단 우리 팀원들을 위해서이겠지만.  

   

술을 들이켜니 감성이 풍만해진다. 모든 노래의 가사가 어찌나 나의 가슴에 때려 박히는지, 전부 내 이야기 같다.


선배가 예약한 노래를 시작한다.  

   

이승철- <아마추어>    


살며 살아가는 행복

눈을 뜨는 것도 숨이 벅찬 것도

고된 하루가 있다는 행복을

나는 왜 몰랐을까.

나나 나나 나나 난나나나    

아직 모르는 게 많아

내세울 것 없는 실수투성이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지만

그냥 즐기는 거야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기에

모두가 처음 서 보기 때문에

우리는 세상이란 무대에선

모두 다 같은 아마추어야     

  

노래에 내 영혼까지 흠뻑 빠지기는 오랜만이었다. 힘든 현실의 삶에 그 어떤 곡보다 <아마추어>라는 노래가, 모든 것에 지쳐있던 나를 위로해주는 것 같았다. 삶이 지칠 때 지인들에게 하소연을 하며 공감을 얻어도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지만, 감히 노래 따위가 내게 위로가 되다니 참 아이러니했다.     

  



선배의 노래를 듣고, 가사를 음미할 수 있는 노래가 뭐가 있는지 한참을 고민했다. 신곡은 아니지만, (아.. 신곡을 모르다니 이렇게 나도 꼰대의 길로 들어서는 건가.) 모든 것을 자유롭게 다 해낼 줄 알았던, 이제 막 성인이 되었던 시절 즐겨 부르던 노래를 예약했다. 개인적으로 아마추어와 비벼 볼만한 노래라고 생각한다.    


버즈- <비망록>    


아름답다고 난 스물의 세상을 꿈꿨지

오늘부터 다 날 어른으로 부르네

어제오늘은 단 하루가 차이 날 뿐이데

마치 꿈인 듯 다 변했어

알았던 모든 것을 전부 허구였어

꿈이란 결코 마법처럼 되지 않아

칼과 창 방패에 말을 타는 서부의 총잡이 돼 볼까

순례자든 방랑자든 다 밀림의 도시 벗어나 볼까

난 또 다른 삶의 길 위에서 새로운 방황을 시작해

스무 살의 어린 비망록 난 펼쳐드네

나의 노래로 조금 서툴게     


<비망록>을 부르고, 한동안 노래 가사를 곱씹어보며 또 한 번 위로를 받는다. 그날의 자리는 불편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래 하나로 불편함을 싹 씻겨내 줄만큼 의미 있는 자리로 바뀌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라는 말이, 이 날에 있었던 일이 아닐까.     


그러고 보니 음악은 언제나, 항상 내 곁에 있었다.

음악이라는 것이 이렇게 나의 삶에 도움이 될지, 새삼 다시 느낀다.  


여러분도 삶이 지치고 힘들 때 위로가 되는 노래가 있나요?

매거진의 이전글 행복은 돈이다. 돈이 행복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