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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동하는아저씨 Jun 12. 2020

행복은 돈이다. 돈이 행복이다.

  “여러분은 사랑만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막 대학교에 입학한 새내기 학생 시절이다. 강의실은 마치 수면실과 같은 존재였다. 언제나 그렇듯 교수님들의 목소리는 그 어떤 자장가보다 달콤하다.     

  

교수님은 여자였다. 강의를 하다가 무슨 이유로 삼천포로 빠졌는지 알 수 없지만, 수업과 전혀 상관없는 사랑타령을 하고 있다. 남, 여 할 거 없이 이성이라면 서로 궁금해 하기 마련이다. 불타오르는 청춘이라면 더욱 그렇다. 사랑에 관한 주제가 잠자고 있는 내 두 귀를 쫑긋 세우게 만들었다. 교수님은 낮은 목소리로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여러분은 어떤 사랑을 하고 있습니까. 지금 사랑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느껴집니까? 사랑만으로 과연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돈이 어느 정도 있어야 사랑하면서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여러분 생각은 어떤가요?”    


교수님의 질문에 여자 학생들은 대부분 공감을 한다. “맞아요. 돈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여학생들이 공감을 할 때 나는 속으로 욕을 받아쳤다. ‘에라이 나쁜 년들. 너희들이 그래서 남자를 못 만나는 거야.’라며 교수님에게 반박을 했다.     

  

“교수님 둘이 사랑하면 그만 아닙니까? 돈이 다가 아니지 않습니까? 사랑만으로 같이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반박 답변에 교수님은 눈을 크게 뜨며 나에게 제 반박을 한다.     

 

“사랑을 하더라도 돈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생각해보세요. 연애를 하면서 걷기만 할 건가요? 아이스크림 안 사 먹나요? 영화는 안 보나요? 놀이동산 안 가나요? 뭐든 돈이 있어야 행복한 사랑을 할 수 있는 거 에요.”    

  

‘이 교수가 남자 친구랑 헤어졌나. 아니면 까였나? 뭐가 그리 진지하니?’ 머릿속은 교수에 대해 온갖 부정적인 생각만 가득했고, 도저히 인정할 수 없었다. 그놈에 돈돈. 그땐 그저 그 강의실에 있는 여자들이 속물 같이 보였다. 교수님이 말하는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는 것에 나의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최근 페이스북을 보다가, 예전에 유행했던 솔로인 남, 여 가 서로를 알아가며 짝을 맺는, ‘짝’이란 프로그램을 보았다. 어느 대기업에 다니는 한 남자가 인터뷰를 한다.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서 두 가지 조건이 있다면, 한 가지는 그 사람에 대한 호감 그리고 또 한 가지는 현실적인 조건. 그분이 얼마나 사회적 지휘가 높은지 저는 사실 알고 있거든요. 저도 결코 그렇게 많이 모자라지는 않잖아요. 제가 그런 얘기를 하면 호감도가 사실 상승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제가 그런 걸로 어필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당신을 믿고 살면 살아갈 수 있겠다.는 그런 확신을 가져 주길 바랐습니다. 그건 저의 가치관과는 맞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건 지금 가진 것뿐이지 미래에도 그걸 가지고 있을지 확신할 수 없잖아요.”     

  

‘그래!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 이거야! 사랑은 현실적인 조건을 따지면 안 되지!’라며 나와 똑같은 생각을 가진 남자가 있어 너무 반가웠다. 대학교 시절로 다시 돌아간다면 이렇게 논리적으로 그 교수님에게 반박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느 정도 세월이 지났을까.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짝에 나온 사람은 이미 좋은 기업에 다니고 있는 분이라서 인터뷰를 그럴싸하게 할 수 있다는, 개인적인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현실적인 조건이 좋지 못한 사람이라면, 과연 짝을 만날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드는 건 사실이다. 돈 때문에 헤어지고, 돈 때문에 이혼하고, 사실 요즘 시대엔 내 집 마련하기 어려운 시대인데 돈만 있으면 모든 게 평화로울 거 같다.     

  

자식들 키우는 것부터 집, 차, 음식, 교육 모든 것이 다 돈이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아등바등 사는지. 살다 보니 교수님의 말처럼 사랑도, 아니 사랑을 지키려면 돈이 있어야 된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는 요즘이다. 사랑이 환상이라면 현실은 결국 돈이다.     


미국 복싱선수 메이웨더는 이렇게 말한다.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그만한 게 없다.’


어른들은 말한다.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생기는 게 돈이다.’


나는 말한다.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없다. 쭉~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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